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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수 Joshua Jan 11. 2020

성장, 스타트업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는 이유

배달의 민족은 왜 매각을 했을까

스타트업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스타트업의 매각은 종종 뜨거운 이슈가 되곤 합니다. 최근에도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독일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게르만 민족', '배다른 민족'이라는 유행어가 퍼질 정도로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언론 및 대중에서 스타트업의 매각에 대해 논할 때, 좋은 시선 보다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당찬 포부와 담대한 미션을 바탕으로 인생을 바쳐 일군 기업을 매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큰 돈'을 버는 것 이상의 복잡한 의미를 갖습니다. 창업자들은 누구나 자신이 만든 서비스나 제품을 기반으로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또 이를 실행하는 조직이 고유의 문화를 가진 곳으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낍니다. 가뜩이나 본인의 자식과도 같은 회사를 매각하는 것도 유쾌하지만은 않을텐데 이에 더하여 대중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야 하는 것은 창업자에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기까지 겪게되는 복잡한 생각들에 대해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성장, 스타트업을 매각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스타트업 창업자는 항상 성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은 스타트업이라면, 성장은 곧 회사에서 만든 제품/서비스를 원하는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스타트업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면 그 시장이 충분히 크며, 시장 자체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끝으로 어떤 시장이 존재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해당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제품/서비스가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성장하는 회사는 성장 그 자체가 양분이 되어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성장은 좋은 인재를 회사로 유입시키고, 또 회사를 떠나지 않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개인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성장하는 회사는 투자자의 러브콜을 받고, 높은 기업 가치로 투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금은 회사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고, 회사는 성장의 선순환을 이어갑니다. 창업자는 회사를 더욱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반으로, 더 담대한 비전과 미션을 그립니다.


영원히 성장을 이어나가면 좋겠지만 사업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성장이 둔화되는 신호가 여기저기 나타납니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하나 둘 시장에 진입하고 성장률이 감소합니다. 거꾸로 경쟁자는 하나도 없는데 고객이 늘지를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시장이 없다 혹은 프로덕트-마켓 핏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이지요. 어떤 상황이든 성장의 둔화/부재는 창업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회사를 과연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까?


어떤 상황이든 성장의 둔화/부재는 창업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회사를 과연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까?



경쟁이 문제라면 충분한 경쟁 우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이고, 시장이 작다면 현재 보유한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인접 영역이 있을지를 찾아볼 것입니다. 때로는 당장은 힘들어도 성장궤도에 다시 진입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이 항상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보니, 낙관적 성향이 평균 이상인 창업자들도 '성공 확률'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치열한 고민과 실수없는 완벽한 실행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반전되지 않더라도 말이죠.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계속 도전합니다. 회사가 당장 내일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아니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사라진 조직에는 조금씩 균열이 발생합니다. 공동 창업자를 비롯한 핵심 인재들이 그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기도 하며, 지표들은 온갖 노력을 비웃듯 조금씩 안좋은 방향으로 흐릅니다.


이 쯤되면 창업자는 다시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회사를 과연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이지만 처음 성장 둔화/부재 신호를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고민도 많이 했고, 여러 시도도 해봤지만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창업자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아직 실행해보지 못한 여러 계획들이 있겠지만, 가장 가능성 높아보이는 것들을 이미 실행한 후일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반전될 확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을 겁니다. 노련한 창업자는 오래 버티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는 가운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확률인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될 확률이 어느 정도일지를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좋은 출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스타트업은 다른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더라도, 결국엔 죽는다.





매각은 왜 좋은 선택지가 되는가


어떤 스타트업이 비록 독자적으로는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데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창조한 기술, 비즈니스 모델까지 의미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죠. 그렇다보니 이를 보다 잘 활용하여 사업화할 수 있는 보다 규모가 큰 회사에서 스타트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플랫폼이나 판로를 보유한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더 작은 규모에서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인적 자원을 인수하는 경우 등이 그 예입니다. 거꾸로 창업자 입장에서도, 원래 갖고 있던 비전과 미션의 실현에 보다 빨리, 가까이 가기 위한 전략적 일보 후퇴라는 점에서 이러한 목적의 매각은 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업체 간 합종연횡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시장 그 자체는 굉장히 크고 매력적인 경우가 많은데,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게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출혈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경쟁사에게 매각을 하거나, 거꾸로 경쟁사를 인수하여 경쟁을 줄이고 회사는 다시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 독점에 관한 규제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스타트업의 사업 규모는 설사 상당한 규모를 이룬 곳이라 한들 아직 전체 시장에 대한 독점이라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다가 애초에 시장의 정의라는 것은 굉장히 모호하고 임의적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는 극히 힘듭니다.


그 외에도 규모의 경제 실현 등 다양한 목표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독자적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투명하지만 양사가 힘을 모을 경우 성장을 일구어낼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방향을 선택하게 됩니다.


피터 틸은 저서 'Zero to One'에서 스타트업은 독점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이는 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더 버티지 않는가라고 물으신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을 매각한 창업자에게, 왜 더 버틸 수는 없었던 것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더 버티다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고, 매각 대신 상장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요.


사실 돌파구를 가장 찾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는 창업자일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모든게 생각한 것처럼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스타트업이 성장을 지속 가능한 상태라면 이를 외면했을 때 가장 손해를 보는 것 또한 창업자입니다. 그가 내린 결론을 회사의 직원도, 투자자도 아닌, 전혀 위험을 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비난할 권리는 없습니다.


상장 또한 말 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흔히 상장을 '스타트업의 끝'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창업자에게는 상장은 새로운 챕터의 시작입니다. 상장을 하면 투자자와 임직원들은 공개 시장에서의 지분 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할 수 있으나, 대주주인 창업자는 이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최대주주에게 부과되는 보호 예수 기간을 차치하더라도, 대주주/창업자가 지분을 매각하는 회사는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주기 때문입니다. 즉, 상장사의 주식은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게다가 공개 시장은 인내심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장사의 주가는 단기적인 변화에도 크게 출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상장사는 긴 호흡을 갖고 새로운 영역에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위에서 어떤 계획이든 확률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상장사를 이끄는 창업자는 이 확률에 대해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장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을 지속시킬 자신이 없다면, 상장은 좋은 옵션이 절대로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의 구성원, 투자자를 고려하면 창업자는 더욱 보수적인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입니다. 매각 기회를 거절했다가 회사가 역성장 혹은 장기적 성장 정체의 길로 들어선다면? 구성원들의 고용은 유지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오랫 동안 고생한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주식 매각을 통한 보상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투자자의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시켜줄 수 있을까? 더 이상 창업자 본인 만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때로는 투자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창업자는 좀 더 버티며 방법을 찾고 싶은데,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거꾸로 창업자를 설득하거나, 매각 자체를 주도하는 것이지요. 이 경우 창업자는 지분율, 주주 간 계약(투자 계약), 그리고 투자자와의 관계 등의 이유로 매각을 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내용은 그나마 매각이 '가능한 상황'에 있는 스타트업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더 많은 스타트업은 이러한 선택지를 갖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마치며 - 배달의민족은 왜 매각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이 글의 주제가 배달의민족 매각은 아닙니다만 서두에서 잠시 언급을 했기 때문에 배달의민족 사례로 돌아와보겠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왜 매각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저는 경쟁이 가장 큰 문제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요기요/배달통과 같은 기존의 강자와의 경쟁은 마케팅비 지출의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만 몇 년 간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세 업체 모두 치고 박고 하면서도 크게 성장했을 것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속에 있으면 경쟁에서 조금 밀린다 하더라도 순항하는 배처럼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마 최근에 들어서는 배달 시장의 성장 속도가 조금씩 둔화되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합니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이 앱 내에 B마트를 비롯해 기존의 음식 배달을 넘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비록 자연스러운 확장 전략임에는 틀림없으나, 기존 사업 모델에 100%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츠나 카카오 주문하기와 같이 막강한 플랫폼력을 갖춘 후발 주자의 진입이 더해지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신호들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적어도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의 과점 구도가 유지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플랫폼력과 자금력을 갖춘 후발주자의 진입이 생각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을지도 모르죠. 향 후 더 많은 경쟁자들이 진입한다면? 가뜩이나 시장 자체의 성장에는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확장 또한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과거 일본 진출 시 고배를 마셨던 경험도 있고, 이미 쟁쟁한 경쟁자들이 각 국을 선점한 상황에서 단독으로 해외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본진인 한국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판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을 통해 경쟁사와 힘을 합치는 것은,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을 줄이고, 해외 사업에 있어서는 발군의 실력을 갖춘 든든한 우군을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창업자는 처음 회사를 창업했을 때의 비전과 미션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었으며, 회사의 구성원들은 보다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Delivery Hero는 상장사이므로 취득한 주식은 계약 상의 Lock-up 기간이 끝나면 바로 유동화가 가능하긴 하다.


외국 회사에 매각한 것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만, 요즘 같이 자본에 국경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의 국적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쨌든 창업자는 딜리버리 히어로 본사의 주주가 되어 계속 회사를 키워나갈 예정이며, 기존 주주들도 현금에 더하여 본사의 주식을 교부 받았습니다. 향후 성장의 과실을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오히려 배달의민족이 외국 회사에 매각된 것을 논하기 이전에, 좀 더 많은 한국 자본이 배달의민족에 투자하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다행히 가장 수익률이 좋은 초기 단계에 한국 자본들이 포진해 있지만, 중/후기 투자는 거의 해외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좋은 투자를 놓친 것입니다.


본엔젤스, 알토스, IMM, 스톤브릿지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물론 본 인수/합병 거래에 대해서는 독점에 대한 정부 당국의 판단 및 자영업자의 수수료 문제 등 여러 복잡한 사안이 얽혀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법의 영역,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경제/사회 발전의 철학에 대한 문제이므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왜 매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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