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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씨 May 19. 2021

세상 가장 무서운 것은 돈이다

[영화 리뷰]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2009)

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인 '크리스틴 브라운(앨리스 로먼 분)'에게 '실비아 가누시(로나 가버 분)'라고 하는 오싹한 분위기의 할머니가 대출금 상환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다. 부지점장 승진을 두고 동료직원과 경쟁 중이던 크리스틴은 평소와 달리 그녀의 요청을 매정하게 거절한다. 무릎 꿇고 빌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장을 거절당한 '실비아'는 자신을 모욕했다며 '크리스틴'에게 덤벼들고 결국 '크리스틴'의 코트 단추를 뜯어내서 저주를 건다. 그 날부터 미지의 존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크리스틴'. 결국 남자친구인 '클레이 달튼(저스틴 롱 분)'과 함께 주술사 '람 자스(딜립 라오 분)'를 찾아가고 '람'은 '크리스틴'에게 그녀가 '라미아'라고 하는 강한 악마에게 3일 동안 괴롭힘을 당하다가 영원히 불타는 지옥불에 끌려갈 것이라고 한다. '크리스틴'은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비아'를 찾아가는데...






20~30대의 젊은 영화 팬들은 샘 레이미 감독의 이름을 들으면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떠올릴 이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1981년에 <이블 데드>로 메이저 영화계에 데뷔한 샘 레이미는 <이블 데드 2>와 <이블 데드 3>까지 흥행을 성공시키며 호러 영화에 한 획을 긋는 감독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호러와 코미디의 훌륭한 조화를 보여준 <이블 데드 2>(1987)


특히 1987년에 개봉한 <이블 데드 2>에서 샘 레이미 감독은 호러와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코미디 호러 영화의 연출에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보여줬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에 서부극 <퀵 앤 데드>와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로 외도하기도 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샘 레이미의 저 세상 센스를 잘 보여주는 장르는 코미디 호러 장르이다. 그러한 점을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가 바로 <드래그 미 투 헬>이다.






'크리스틴'은 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으로 일하기에는 너무 온정적이다. 탐욕적인 금융자본의 최전선에서 일하기에는 너무나도 마음이 여리다. 은행의 지점장은 '실비아 가누시'의 대출 기한을 연장해주고자 하는 '크리스틴'에게 그러지 말 것을 종용한다. 이미 두 번이나 기한 연장을 해 준 바도 있어서지만, 그것보다 담보인 '실비아'의 집을 차압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때문이다. 그녀가 길바닥에 나앉든 말든 그것은 금융자본이 알 바가 아니다. 결국 부지점장 승진을 두고 지점장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크리스틴'은 본심과 다르게 모진 언행을 '실비아'에게 하고 만다. 그러고 나서도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기한을 연장해 줄 것을 그랬다며 후회하고 결국 용서를 빌기 위해 '실비아'의 집에 찾아가기까지 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어디에서나 볼 법한, 게다가 크게 잘못한 일이 없는 듯 보이는 '크리스틴'은 오롯이 그녀 혼자만의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아무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다.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도. 악령은 그녀를 물리적으로 공격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점점 그녀의 영혼을 황폐하게 하고 난 이후에는 그녀를 영원히 불타는 지옥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규칙을 잘 따라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 누군가. 코미디와 공포의 밸런싱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샘 레이미가 아니던가.



'크리스틴'과 '실비아'의 차량 격투 장면은 처절하게 웃긴다. '크리스틴'과 '틀니 빠지게' 싸운 '실비아'는 사실 '크리스틴'의 코트 소매 단추 하나를 떼려고 그렇게까지 싸운 것이었다. 자신의 신변에 무언가 이상이 생긴 것을 깨달은 '크리스틴'이 찾아간 주술사 '람 자스'는 그녀가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해 주려고 하는 것 같지만, 소위 '복채'를 받았을 때만 그녀에게 방법을 알려주거나 도와준다. '실비아'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찾아간 '크리스틴'은 '실비아'의 시체 위로 넘어져 시신에서 쏟아지는 정체 모를 액체를 뒤집어쓰게 되기도 한다. 이 정도까지 보면 공포 영화라는 이 영화의 정체성이 의심될 정도이다. 역시 샘 레이미 감독의 미친 센스는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도 변함 없는 듯하다. <이블 데드> 시리즈를, 그 중에서도 특히 2탄을 재미 있게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B급 감성 물씬 나는 코미디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1년 전 2008년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그것을 담보로 한 각종 파생금융상품들을 팔아치웠고, 결국 전 세계적인 경제 대침체가 일어났다. 상환 가능성은 따져보지도 않고 주택을 담보로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해 다른 투자회사나 금융회사에 판매하여 결과적으로 아무도 대출 상환 여부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게 만들었다. 무책임하고 탐욕적인 자본의 농간에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것은 미국과 전 세계의 서민들이었다. 이 영화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샘 레이미 식의 비아냥과 비난이다.


꼭 그렇게 세계적인 큰 사건과 이 영화를 결부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이미 돈 때문에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악령따위가 아니라 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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