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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Mar 06. 2020

타다, 모빌리티 플랫폼 그리고 미래

이 사태에 대한 진짜 본질

부제: 여객운수법 개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요


소위 타다 금지법이라고도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과 많은 얘기들이 있습니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혹은 해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타다의 혁신성은 서비스의 친절함에 있다. 택시는 왜 이런 친절한 서비스를 못하는가?


타다를 옹호하는 분은 대부분 택시를 타면서 불쾌한 경험을 (자주)했는데 타다를 이용해 보고 "그래 이거지"라고 느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타다의 만족도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은 준 의전용 차량인 카니발 덕분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서비스 퀄리티는 확실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럼 택시는 왜 서비스 퀄리티가 개판이었을까요?


안 좋아도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택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길거리에서 아무 택시나 잡아타도 누구에게 강도당할 염려 없이 안심하고 탈 수 있으며, 바가지요금을 안 쓰고 약속된(통제된) 요금으로 이동하는 데 맞추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차별화할만한 여지를 각종 규제들로 막아놨습니다. 거기에 더해 결정적으로 요금이 정부의 통제하에 있습니다.


 수요는 항상 존재하고, 공급 총량은 통제하는 데 요금 등 상품 요소는 차별화가 막혀 있으니 누구도 새로운 시도를 할 이유가 없었겠죠.

거기다 택시 회사의 수입 구조는 사납금제였습니다. 택시 회사는 사납금 이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데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사납금 초과분은 기사가 다 가지고 가는 거고, 택시 기사 숫자 x 사납금이 정해진 매출이거든요. 회사 입장에서는 운영 외에 더 무언가를 개선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조금 더 나은 시도를 하려는 택시 업체는 오히려 주변 택시 업체들에게 괜한 짓을 한다고 돌을 맞습니다. 결국 택시 회사는 여전히 20년 전에 머물러 있고, 구직난의 시대에 택시 업계는 구인난에 시달립니다.



반면 타다는 다릅니다.

(원가 구조 자체는 적자지만) 요금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고, 수요에 따라 서징도 자유롭습니다. 거기다가 각종 규제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타다는 공급자이자 플랫폼입니다. 다시말해 타다는 통제 가능한 공급을 들고 있으면서, 상품 차별화를 통해 수요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택시 업계는 수요의 선택을 받는 게 의미가 없고, 카카오T는 통제 가능한 공급이 없었습니다.)



2. 타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었는가?



지난  5  한국 택시 업계는 우버, 풀러스로 대표되는 카풀 업체, 타다와 차례로 싸워왔습니다. 이 모두의 공통점은 스마트폰에 기반한 “플랫폼”이라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배회 영업을 전제로 디자인된 택시 업계의 많은 부분이 새롭게 변화해야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 택시는 한국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 위대한 앱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점점 더 길에서 택시를 잡지 않습니다. 배회 영업 기반의 한국 시장에 플랫폼의 토양을 만든 것이죠)


플랫폼의 핵심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잇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중교통과 다르게 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배회 영업 위주의 시장이니 다양한 종류의 수요를 Timely하게 만족시킬 방법도 없었고(모범의 숫자가 많지 않은 이유, 경형/준중형 택시가 안된 이유), 아무 택시나 길거리에서 잡아타도 되는 안정성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수요에 맞는 공급은 상대적으로 무시됐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나오면서 이 부분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됐습니다. 플랫폼은 수요층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공급을 시기적절하게 연결해줄 수 있거든요.



모빌리티 플랫폼만이 이게 가능하기 때문에 모빌리티 플랫폼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은 자명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버, 풀러스를 겪으면서 사업가들은 모빌리티 플랫폼의 승부는 공급 차별화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차별화된 공급과 플랫폼만 있으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게 증명된 것이죠.


*자율주행차 얘기도 결국 이 맥락입니다. 공급에서 사람이라는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면 통제하고, 효율화하기가 좋으니까요


타다는 그런 점에서 우버/풀러스 보다 분명 진보였습니다.

타다는 우버/풀러스와 다르게 공급을 통제(=상품을 마음대로 차별화할 수 있음, 강제 배차로 모든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음)할 수 있었거든요.


*글로벌에서 우버는 공급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넛지와 정책을 이용하지만 근본적으로 종업원이 아니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타다는 일단 베이직이라는 기존 택시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공급을 바탕으로 수요를 모은 다음에 다양한 종류의 공급을 통해 한국의 지배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베이직이 적자가 나는 구조인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베이직이 택시라는 구 체제의 규제와 관계없이, 원하는 대로 상품 차별화와 공급의 퀄리티를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타다의 팬을 만들고 수요를 타다라는 플랫폼에 가두는 게 일단 제일 중요했거든요.

사람에게 이동은 어쩌면 의, 식, 주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지배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습니다. (그랩이 슈퍼앱으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이는 분명합니다).


이 부분을 VC에게 설득만 잘하면 투자를 끌어오는 건 일도 아닙니다. 타다가 해외 VC로부터 6천억 원을 투자가 거의 성사됐었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고요.


결국은 모빌리티 플랫폼 주도권 싸움이었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이번 일은 정부의 공급 총량 통제에 대한 의지+기존에 디자인된 택시 질서 수호 의지가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타다가 Short-cut(우회로)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막힌 것뿐입니다. 혁신이 막힌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앞으로도 여전히 모빌리티 플랫폼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정부는 작년 7월 대책 그리고 이번 법안을 통해 플랫폼 주도권 싸움에 대한 기본적인 룰을 정했습니다. 오히려 룰이 명확해졌으니 주도권 싸움은 더 본격적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아주 오래된 기존 배회 영업 기반의 질서를 손댈 생각을 했고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만 봐도 정부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물론 얼마나 정부가 플랫폼에 규제 완화를 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택시 업계를 대하는 정부/지자체와 이해관계자들의 관성은 정말 상상 초월이거든요)


거기다 해외의 우버 대응과 다르게 어떻게든 정부가 공급 총량을 지켜냈다는 점, 무분별한 플랫폼의 노동자 착취, 기존 업계의 이익 수탈을 방지하고 연착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글로벌로 봐도 주목하고 지켜봐야 할 사례입니다.


이제 앞으로의 경쟁은 택시 업계의 경쟁이 아니라 모빌리티 플랫폼의 경쟁으로 봐야 합니다. 택시는 어쨌건 현재 가장 지배적인 공급의 수단 중 하나이니 택시를 어떻게 혁신시켜 다양화할지(지금 카카오가 돈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하는 방식), 총량제 안에서 택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공급이 등장할지를 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타다 역시 어떤 집요하게 여객자동차법을 들여다본 사람의 천재적 기획의 결과물인 기사 포함 렌터카라는 모델이 막혔을 뿐 여전히 모빌리티 플랫폼 싸움은 계속할 것입니다. 타다는 어쨌건 충성도 높은 팬을 상당수 확보했고, 모빌리티 혁신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실리로만 따져도 현재도 카카오T 다음으로 거대한 모빌리티 플랫폼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타다 베이직은 개정된 법안이 적용되기까지 앞으로 1년~1년 6개월 간은 일단 무죄입니다. (물론 검찰이 항소를 했지만요)


그 기간 동안 타다 베이직을 기반으로 수요를 확보하고, 새로운 형태의 차별화된 공급을 만든다면 타다 입장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입니다. 이재웅 대표가 풀러스처럼 덜컥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만약에 정말로 포기힌다면? 그럼 누가 사겠죠.



첨언하자면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혁신을 막았다거나, 혁신은 죽었다는 뉘앙스의 이재웅 대표 등 타다 측의 말은 본질을 호도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쉽고 비용 덜 들어가는 방법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주도권 잡아보려다가 그게 막혔을 뿐, 여전히 타다가 법의 틈새를 공략해 본 이득은 유효합니다. 이 이득을 앞으로 어떻게 레버리지 하느냐가 이재웅/박재욱 대표의 진짜 사업 실력을 보여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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