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빌리티 역사의 상징적인 사건
오늘 사법부는 타다의 서비스를 합법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다시 한번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판결은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꼭 타다에게만 좋을까요?
"기사포함 렌터카 모델"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습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구속받지 않는 모델이 적어도 하나는 확실해진 것입니다.
타다 서비스는 법의 문구 자체만 보면 합법임이 자명합니다. 하지만 입법의 취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고려하면 합법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서비스였습니다.
이런 다면성이 존재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쟁이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어찌됐건 "합법"이라고 명확하게 결론이 났기 때문에 변수가 상수가 되었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구속받지 않는 모델이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게 생긴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덕지덕지 덩어리인 여객자동차운수법 하에서 새로이 모빌리티 사업에 진입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카풀도 특정 시간대에는 합법이니, 보조적인 수단으로 타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다시 검토해볼만 합니다.
"통제할 수 있는 공급"을 지닌 플랫폼
vs
"무수히 많은 수요"를 지닌 플랫폼
불확실성 해소로 숨통이 트였습니다. 이제 막혀가던 돌파구가 다시 열렸습니다. 앞으로 여객운수법 개정만 잘 넘는 한 곧 대규모 자금 조달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돈으로 (택시와 상생 모델인) 타다 프리미엄이 아닌 타다 베이직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타다 프리미엄도 길이 열리고, 택시 업계의 일부라도 타다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자금 조달하면서 택시 업체 몇 개 사는 것도 "상징적"이겠네요.
물론 타다 베이직은 손익이 안나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의 핵심은 당분간은 돈 버는 것보다는 플랫폼 패권을 잡는 것입니다. 모빌리티 패권을 잡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손실은 몇년 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서비스의 팬층도 더 결집할 것입니다. 아이돌 업계를 보면 팬들은 시련을 거치면서 더 끈끈하게 결집하거든요.
물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타다는 그레이 영역 속에서 힘을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대규모 자본이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코드42? 자율주행차로 명분도 좋고, 투자자인 현대차그룹의 (곧 풀체인지가 나올) 스타렉스+카니발 시장에 깔기도 좋고요
위에서 말했듯 여객자동차 운수법이 무너집니다. 거기에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상황이 애매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성은 강하며 동력은 한층 약해졌습니다. 정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큰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 와중에 택시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전액관리제와 월급제 정착 역시 지지 부진합니다.
앞으로 남은 여객법 개정안 통과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다시 한번 성수동과 서초동에 집회하러 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몇년간 이슈가 지속되면서 동력이 약해졌습니다. 카풀때 처럼 강력한 결집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재선임된 서울택시조합 이사장이 다시 한번 결집된 힘을 보여주는 게 관건입니다.
얼핏 택시 면허를 산 의미가 퇴색된 것 처럼 보이지만, 꼭 손해는 아닙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여전히 한국 내 원탑의 모빌리티 플랫폼이고 차근차근 사업의 범위를 늘려가고 있었습니다. 이 참에 택시 업계 밖으로부터의 위기가 전환점이 되어 택시 업계 내부의 힘이 카카오 모빌리티로 모일 수 있습니다. 택시 업계와의 지지부진했던 협업에서 국면 전환이 가능해졌습니다. (사장님! 지금 이러실 때가 아니에요)
더군다나 여차하면 카풀과 타다 같은 기사 포함 렌터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전략적 유연함은 가장 커졌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앞으로 "통제 가능한 공급"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는 가가 중요한데, 택시라는 틀 안에서는 이게 참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운신의 폭은 넓어졌지만 선택과 집중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