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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Feb 06. 2019

풀러스의 무상 카풀, 아쉬운 사업 기획

플랫폼 성장의 이익을 공유한다는 방향은 동의하지만... 디테일은 참...

 카카오의 카풀 시범 서비스 발표 이후 카풀, 공유 경제 시장의 이슈는 온통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 업계 간의 갈등 구도로 시선이 쏠렸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카풀 업계를 주도하던 풀러스는 상대적으로 이슈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풀러스가 내놓은 카드는 "풀러스 투게더"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통해 드라이버들에게 주식을 배분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좋은 판단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풀러스 투게더란?

풀러스 투게더는 여정의 수요자에게는 플랫폼 사용료(연결비) 명목으로 2,000원만 받는 대신에, 공급자에게는 후에 풀러스 주식과 교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고 1만 포인트 당 주유권을 추첨해서 지급하는 이벤트입니다.


 풀러스는 1포인트를 1원의 가치로 보고 있으며, 총 10억 포인트에 도달할 시 1주당 교환 포인트를 결정해 주식 1%를 드라이버들에게 분배할 계획이며, 향후 최대 10%까지 이용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2월 1일 공지사항에 따르면 지난 12월부터 시행되어 현재까지 1억 포인트가 지급되었다고 합니다.


허점이 많은 사업 기획


플랫폼의 성장에는 이용자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풀러스 투게더가 지향하는 방향 자체는 충분히 박수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기획은 허점이 많습니다.


지속 불가능한 무상 아닌 무상 카풀


풀러스 투게더는 200명 대상 후기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아직 200명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풀러스는 해당 이벤트를 여정의 수요자가 연결비라는 다소 해괴한 이름의 플랫폼 사용료만 내기 때문에 유상 운송이 아니고, 이에 따라 횟수나 출퇴근 상황에 관계없이 카풀을 하더라도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수요자에게 직접 비용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가치를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풀포인트를 지급받는 데다가 1만 포인트 당 주유권을 지급받으므로 대가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주유권의 기댓값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실비 차원에서 유상이 아닌 것으로 인정될 여지는 있지만 이를 무상이라고 홍보하는 것이나 출퇴근 상황과 관계없이 무제한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다소 부적절해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풀포인트의 가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고 보면 공급자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실비 수준보다도 현저히 적기 때문에 매칭율이 높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수요자는 당연히 2천 원에 이동하고 싶을 것이고 해당 형태의 호출만을 선호하게 됨에 따라, 공급자들이 선호하는 호출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경우 플랫폼의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오히려 해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상 여부 선택을 수요자가?


 카풀은 공급자 입장에서 상당히 수고스러운 일입니다. 때문에 선의를 제공하는 주체는 공급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해당 이벤트가 무상 카풀 경험을 제공해 카풀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했다면 여정의 무상 여부를 수요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결정하는 것이 더 취지에 맞지 않을까요? 

 물론 공급자가 결정하게 할 경우 당장 가치를 알 수 없는 풀포인트보다는 현금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해당 이벤트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두려웠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풀포인트의 가치에 대해 소구할 자신이 없었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여정 금액 전체를 풀포인트로 지급

 여정 금액 전부를 풀포인트로 지급하는 것도 상당히 이상합니다. 해당 이벤트의 가치 이전을 살펴보면 수요자는 플랫폼에 2000원만을 지불했고, 공급자는 (1포인트=1원이라고 가정했을 시) 여정 금액만큼의 가치를 얻었습니다. 결국 플랫폼이 공급자에게 여정 비용만큼의 가치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원래 플랫폼은 여정 비용 전체가 수익이 아니라 연결 수수료(통상 20%)만이 수익이기 때문에 이렇게 될 경우 드라이버가 플랫폼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는 과거 카풀 업체들이 시장 형성을 위해 여정 당 인센티브를 지급했던 것보다도 더 큰 인센티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보다 드라이버들이 체감하는 가치가 떨어져 매칭율 등의 효과가 그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져 플랫폼이나 드라이버 모두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1포인트=1원의 맹점


 풀러스 측은 1포인트를 1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면서 10억 포인트에 이르면 주식 1%를 배분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풀러스 주식 1%가 10억 원의 가치가 있다는 전제하에서 성립 가능한데 이는 산술적으로 풀러스의 기업 가치가 1000억 원에 이를 때 가능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2위 업체이던 럭시가 카카오 모빌리티에 인수될 때의 가치(250억)나 풀러스가 시리즈A 투자를 받을 당시의 벨류를 추정하면 이는 다소 비현실적입니다. 더군다나 풀러스는 엄청난 규모+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인해 스스로 기업의 성장성에 확신이 없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고 다시 조직을 추스르는 상황입니다. 다시 성장성을 입증할만한 뚜렷한 카드를 보여주지 못한 지금 시점에 1원=1포인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풀러스의 공지사항 (2/1)

 더군다나 1달이 넘은 지금까지 해당 방식으로 적립된 풀포인트는 1억 포인트 정도라고 합니다. 여정 금액 전체를 포인트로 지급했는데도 불구하고 1억 포인트 밖에 적립되지 않았다는 것은 1달의 기간 동안 해당 방식으로 여정이 1만~2만 건 정도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택시가 1일 약 500만 건의 여정을 진행하는 데 비해서 굉장히 작은 수치이며, 이는 현재 카풀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음을 감안해도 해당 방식의 매칭률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여정 1건 당 평균 금액 택시=6천 원보다 카풀이 더 장거리를 이동해 1만 원 수준임을 가정했을 시)




위의 사항들을 고려하면 해당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여정 비용 전체가 아닌 인센티브를 풀포인트로 지급하거나 수요자는 비용을 지불하되, 공급자는 풀포인트나 현금을 받을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맞지 않았을까요? 풀포인트의 가치에 대해 실증하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주식을 실제 지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요. 지금의 방식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좋은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풀러스는 카풀 시장을 이끌어온 대단한 스타트업입니다. 비록 리더십과 구성원들이 모두 바뀌었다고는 하나 모빌리티 실험이 계속되길, 그리고 그 실험이 모빌리티 시장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좀 더 치밀한 기획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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