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광고(!)라는 것을 해봤어요. 아무리 많은 팁을 읽어도 결국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다 싶었거든요. 작은 마음에 이틀만 광고를 돌려봤는데 타깃을 너무 넓게 설정했기 때문인지 썩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곤 할 순 없습니다(제가 광고용으로 올린 콘텐츠가 별로였다는 평가는 스스로 하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만...)
결과값을 살펴보니 노출은 897회, 도달은 789회였고 제가 목표로 설정한 링크 클릭은 25회로 확인됐습니다. 그 외 성별, 연령, 지역과 같은 추가적인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더하지도 뺄 필요도 없는 숫자가 눈앞에 명확히 나타나니 겸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확인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한편, 인터넷 여기저기 남은 제 흔적들은 어떤 숫자로 정리되어 어떤 의미의 정보로 해석될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어도 정보로 가공되지 않으면 그저 흩어질 자료에 불과하니까요. 어떤 목적과 의도에 의해 제 흔적들은 가공 또 처리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구독자분들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사회적경제를 흔히 다학제(multi and interdisciplinary) 연구가 이루어지는 분야라고 말합니다. 사회학, 경제학, 사회복지학 등 대부분 단일 학문 분야를 중심으로 깊은 논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경제·사회 문제의 복잡성은 특정 학문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경우를 만듭니다. 그래서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을 넘나들고, 미시와 거시적 접근을 아우르는 다학제 연구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사회적경제 조직은 영리 기업과 달리 이윤 추구라는 경제적 목적을 넘어 지역 사회를 둘러싼 사회·환경의 문제를 찾고, 이를 다양한 시각과 솔루션으로 해결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사업 및 활동을 펼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하죠. 사회적경제 조직이라 일컬어지는 주체 역시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그 형태가 다양하고요. 조직 형태, 이해관계자, 관심 두는 사회 문제, 문제해결 방식 등이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하나의 관점으로 이해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구독자분들은 사회적경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또 이해하고 계시나요?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끌게 한 그 시작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미지나 기대를 만들지 않나 싶어요. 그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의 시작점이 그만큼 다양하단 거죠.
이처럼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은 사회적경제에 관한 명확한 이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다양성은 확장과 유연함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모호함과 분명치 않음으로 인한 불편함을 가져옵니다. 누군가는 사회적경제의 얼룩덜룩함을 ‘잡다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요. 저는 그 불편한 지점이야말로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이고, 개성(이란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네요..)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어떻게 살려 나갈지는 이 영역에 관심 두고 참여하는(일하는 사람으로, 소비하는 사람으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등 참여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합니다) 각자의 몫일 겁니다.
얼마 전부터 사부작사부작(...) 혼자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현황을 언론보도 자료로 살펴보려는 목적의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각 기업의 홈페이지나 SNS에서 자사 언론보도를 아카이빙하고 있는데, 꾸준히 이어가기 쉽지 않은 듯해요. 홍보(마케팅)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내부 사정 등 여러 이유가 있겠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서비스가 있기도 하지만, 사회적경제 조직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진 않아서 다시 또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물론 최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사회적기업 포털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정책과 현황 등을 두루 살펴보기에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 건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드는 사람과 그 조직의 과거와 현재 같은 조금 미시적인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엉성한 틀이지만 자료를 조금씩 쌓아보려고요.
제 꿈은, 음. 뭐랄까, 일반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업 사례연구를 통해 이론의 현실적인 활용과 실무적 인사이트를 얻는 것처럼 사회적경제 조직의 다양한 사례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밑자료를 쌓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뾰족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회적경제가 ‘무엇’이라는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회적경제 조직 각각의 구체적인 사례에서 비롯되니까요. 그 사례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렌즈의 초점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적경제 조직 몇 개 사례를 정리하면서, 각 기업의 타겟 소비자 집단을 성별과 연령에 따라 구분해보면 이럴까? 싶어 끄적여봤어요(...손글씨가 어딘가 엉성하네요) 더 많은 사례를 찾고 탐색하다보면 세그멘테이션(시장세분화) 현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겠죠?
오늘 읽은 논문은 <사회적경제기업 상품 및 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의 지불의사 및 관련요인(2023)>입니다. 이렇게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회적경제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연구의 목적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생산하는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일반기업과 비교한 지불의사 가격 수준과 지불의사 가격 비율에 미치는 영향 요인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한국소비자원의 <사회적경제에서의 소비자 편익 증진방안 연구(2018)>의 ‘사회적경제 관련 소비자 경험 및 인식조사’ 자료를 활용해 향후 사회적경제기업이 생산/제공하는 상품, 서비스의 구매나 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1158명을 분석 대상자로 설정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1) 이미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 일반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 지불 가능성과 지불의사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한편, 2)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다고 해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에 대한 지불의사나 지불의사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데요. 연구자들에 이에 대해 “단순히 사회적경제에 대해 들어보았고, 어떤 기업인지 안다는 것과 그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생산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품질과 가격, 제품이 주는 경제적 효용성이 여전히 중요하단 것이겠죠. 마지막으로, 3) 제품의 품질,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품질적 가치나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에 대한 신뢰라는 감정적 가치가 일반기업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결국은 아무리 사회적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가격, 품질,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는 사후조치 등 소비자 관점의 만족도 제고 활동이 필요하다고 정리합니다.
확실한 문제의식,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핵심가치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차별화하는 특징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무엇보다 우수한 품질(혹은 가격 경쟁력)은 가장 핵심 전략인 것 같아요. 불편함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그런 품질 말이죠. 제품, 서비스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구나 싶습니다. 새삼 지금 사업 중인 사회적경제 조직 당사자분들이 너무 멋지다 싶어요. 잔뜩 응원합니다!
어떤 관심사도 결국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구나 싶어요. 지금의 나를 쌓아온 경험과 생각, 관계 등 여러 요인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어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만들어진다고요. 그 어떤 목적과 의도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나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에 관한 기대, 호기심, 관심 등도 나의 그 무언가에서 시작되어 싹트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때론 시들고, 그렇게 일련의 주기를 거치는 것은 아닐까요? 생애주기처럼 그런 사이클을 타는 것이라 생각하니 나의 고민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에게 질문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게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지 않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좀 뜬금없죠? 구독자분들은 어떻게 사회적경제와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혹시 이야기 들려주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오케이입니다!
뉴스레터 <오늘의 논문>에 실린 글을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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