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남들처럼 멋진 휴양지를 가지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도 아닙니다.
글을 좀 더 집중해서 쓰기 위해서 회사에 휴가를 냈습니다.
회사일을 하지 않고 글쓰기에 온전히 집중하면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그저 나의 욕심이었습니다. 이틀이 지나고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고 왠지 평소보다 더 글쓰기가 힘들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재 약속도 깨고 한번 깨고 나니까 그다음에 또 깨고.
갑자기 나 자신이 좀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괜히 휴가를 냈나 라는 후회까지 하다 보니
머리가 아프고 온몸의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입술에 물집까지 생기고 난리가 났습니다.
결국엔 아팠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넘게 허송세월을 보냈고
아내의 핀잔은 덤으로 받았습니다.
좀 진정이 되고 나서 다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커피를 한잔하면서
다시 글을 써 보자고 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내가 너무 억지를 부렸던 모양입니다.
역시 글쓰기는 억지로 뭔가를 하는 작업이 아니라 마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매주 하는 연재를 좀 건너뛰고 새로운 브런치 북을 출간했습니다.
그동안 서랍장에 묻어두었던 아이들을 다시 끄집어내어서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출간을 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던 이야기들인데 용기를 내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etterofapology
이 글을 쓰고 정리하는 내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부모님에게 직접 전화해서 말하면 되지 뭘 이렇게 글을 써야 하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소심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반성을 제대로 못한 것인지 말입니다.
그래도 다 쓰고 나니 마치 다 말한 것처럼 시원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연재북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다시는 글쓰기를 위해서 따로 휴가를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냥 저처럼 전문 작가가 아닌 이상 글쓰기는 일상을 살면서 쓰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인 듯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