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 동안 173km을 달리고 얻은 평온
마지막으로 달리기에 대한 글을 썼던 게 21년 5월이었으니 1년이 훌쩍 지나서야 다시 쓰는 달리기에 대한 기록.
그동안 달리기를 아주 그만 두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딱 두 번 뛰면서 8개월 정도는 거의 달리기를 하지 않고 살았었다. 날이 추워졌고, 새로운 일들을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더 이상 괴롭지가 않았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던 때가 이전 연애 기간이었고, 달리기에 매달리듯 일주일에 몇 번씩이고 내달렸던 게 그 만남이 끝난 직후였다.
연애는 나를 즐겁게 했던 만큼 끝내는 힘들게 하는 것이었고, 작년에 끝난 그 연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쉽사리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사정 때문에 보통보다 눈물이 많이 나는 이별이었다.
작년 봄과 여름엔 시도 때도 없이 울곤 했었고, 달릴 때는 고통이 좀 덜했다. 이전만큼 자주 달리지 않는 지금의 나를 보니 과거와 현재 사이의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그 당시에도 내가 왜 뛰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더욱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달리기를 하는 나도 좋지만 지금의 평온에 무척이나 감사하다.
4월부터는 온전히 달리기를 즐기기 위해, 누구나 그렇듯 건강도 위해 달려보고 있다. 예전만큼 선뜻 달리러 나가는 마음이 안 드는 건 인정한다.ㅋㅋ 마음이 편해지니 몸이 늘어졌다. 그래도 막상 나가서 걷고 뛰면서 땀을 흘리면 정신이 고양된다. 단순히 기분이 좋은 걸 넘어선 복잡한 감정이 밀려오는데, 몸은 후덥지근하면서 상쾌하고 피곤하면서 힘이 솟는다. 그래서 이 효과(?)를 이용하기 위해 스트레스가 범잡을 수 없이 나를 삼키려고 할 때 달리기를 처방처럼 사용하고 있다.
대학원 막 학기를 보내는 나의 스트레스는 역시나 졸업 논문이다. 여기서 저기서 인용문들 가져다 쓰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리를 하다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있다. 당연히 글이 써질 리가 없지. 그럴 때 몇 키로쯤 뛰고 오면 뇌가 투명해지는 기분이다. 30분 달리기 마치고 나면 영화에 나오는 운동부 백치미 캐릭터처럼 쪼-록 땀을 흘리면서 청순한 내 뇌를 뽐내는 그런 씬을 상상하게 된달까...! 뛰면서 별 공상을 다하는 나는 확실히 N이 맞다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