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저쪽이나 몸은 이쪽으로 가고 있는 짐승이 있었다. 조상 때부터 내려온 DNA가 심장깊이 박혀 따로 노는 몸과 마음 탓에 태어나면서부터 시선은 두리번거렸다. 이를테면 손에 뭔가를 꽉 쥐고 하늘을 휑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초.초.초.고속의 빠른 회전에도 흙 한 톨하나 떨어트리지 않는 중력의 힘이라는 게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 눈빛조차 바닥으로 휘어 구부리는 건 땅으로선 식은 죽 먹기였다. 일상화된 패배
모두가 엇갈리는 시선 한 켠에서는 그래도 어긋난 몸과 맘을 맞춰보려 끙끙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도 한다. 그 압도적인 한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씨가 몸을 비비고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절벽에서도 몸을 내민 질긴 풀처럼 희망은 사그러들지 않고 자꾸 하늘보는 횟수가 늘어나더니 눈을 흘기지 않고도 정면으로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모든 패배는 일어남의 첫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