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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RICORN Aug 09. 2024

강남의 락커, 매미


약 7년간 땅속에서 살아온 내 목표는 단 하나였다. "번식"과 "짝짓기."

지상에 올라온 지금, 약 한 달 동안 나는 미친 듯이 번식에 매진할 것이다. 나의 후손을 남기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이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내 안에 깊이 새겨진 본능이다.

내 가슴은 비어 있다. 장구처럼 속이 빈 이 공간은 내가 더 격렬하게 울 수 있도록 해준다.

나는 울부짖는다. 짝을 찾기 위해,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기온이 높아질수록 나의 배 떨림은 더 강렬해진다. 그래서 나는 다른 참매미나 애매미보다도 돋보일 수밖에 없다.

참매미는 클래식 음악가다. 그의 "맴맴" 창법이 매미라는 이름을 가져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쓰삐오 쓰삐오"로 우는 애매미는 재즈 연주자다. 독특한 창법을 자랑하지만, 불쌍하게도 그에게 주어진 지상의 삶은 딱 2주뿐이다. 너무 슬프기에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한 달을 산다. 4주간, 나는 그들 중 가장 크고 강렬한 울음소리를 낸다. 나는 락커다.

"쐐애애" 하는 내 울음소리는 누구보다도 크고 강렬하다. 나는 보통 높은 시멘트 건물들 사이에 매달려 있다. 내 조상들은 밤에는 쉬었지만, 요즘은 밤도 낮처럼 밝다. 그래서 나는 밤낮 가리지 않고 짝짓기를 시도할 수 있다. 성공만 한다면.

그래서 나는 더 뜨겁고 화려한 강남으로 간다. 그곳은 우리의 클럽이다. 특히 이 동네에는 내가 애정하는 느티나무와 벚나무가 많다. 이 나무들만 있다면 나는 두려울 것이 없다. 다만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 두려울 뿐이다. 왜냐하면, 세 마리 중 단 한 마리만이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도 화려한 불빛이 나를 감싼다. 우리는 더욱 왕성해지고, 더 많은 짝짓기에 성공할 것이다. 나의 울음소리는 오늘도 강렬하다. 이 뜨거움과 화려함이 지속되는 한, 나는 울 것이다. 나의 삶이 다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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