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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oon Kim Jun 21. 2020

서바이벌 중국어 기초 편

중국 회사에서 살아남은 디자이너의 중국어 비법

약 2년 정도 중국 광저우에서 한국 회사를 다녔다. 그 2년간 가능했던 중국어는 

1. 多少钱?很贵。 얼마예요? 비싸요.
2.去时代玫瑰园。靠边停一下。 시대 장미화원으로 가주세요. 저쪽에 내려주세요
3.你好,再见。 안녕? 안녕.
4.好吃, 不好吃。 맛있어요. 맛없어요
5.靓女 靓仔。 미남미녀의 광동어 표현. 종업원 부를 때 많이 사용.
6.听不懂。 중국어 몰라요.

이 정도다. 물건 사고 밥 사 먹고 출퇴근하는 생활에 최적화된 세트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수준에서 중국 최대의 IT기업 알리바바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두둥.

운 좋게도 당시에는 알리바바에서 통역을 따로 붙여주었기 때문에 랜딩 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초기에는 중국어 못하는 한국인이 신기해서인지 통역을 쓰는 템포를 맞춰주며 회의가 진행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적인 회의 리듬으로 돌아왔고, 내가 통역을 통해서 들은 내용은 이미 다른 주제로 넘어간 후라 회의의 흐름을 깰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내가 들으려고 노력하고 말하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 통역 없이 업무가 가능한 수준의 중국어를 하게 된 시간은 1-2년 정도로 본다. 지금은 중국어 성조가 아직도 어설프긴 하지만 모든 회의, 문서작성, 이메일, 발표, 대화 모든 부분을 스스로 해결한다. 그때 내가 썼던 눈물겨운 중국어 학습 방법을 공개해 본다. 말 그대로 머리 나쁜 사람의 서바이벌 방식이며 6개월에 알리바바 입사는 못 시켜 드린다. 참고로 나란 인간은 고등학교 때 한자 시험 보통 4점을 맞는 수준이었다(100점 만점)



1. 한자 익히는데 시간 낭비 절대 하지 말죠.

낭비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은 알아야 한다. 다만 초반에 한자 붙들고 씨름하지 말란 이야기다. 한자 외우고 쓸 시간에 듣고 말해라. 한자 몰라도 다 할 수 있다. 한자 모르는 중국인도 많다. 혹시나 수업을 듣는다면 한자는 지금 배우지 않고 듣기/말하기만 한다고 강사와 협의 하시라. 그런데 이렇게 수업이 되는 강사를 찾긴 어렵더라. 중국어는 문장 구조도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익힐 수 있다. 

외워보든가



2. 병음(拼音, pinyin)은 사랑이에요, 병음이 가장 중요해요. 병음 만세!

병음은 중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할 수 있도록 만든 체계인데, 매우 심플하다. 몇 가지 중국식 표기만 익히면 기본적으로 영어 발음과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매우 쉽게 익힐 수 있다. (예:si 시가 아니고 쓰에 가깝게 발음)

병음이 익숙해지면 읽을 수가 있고 기본적으로 타자를 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3. 중국어 분석기 툴의 활용

사실 이게 내 방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 등은 문서 전체의 내용과 맥락을 파악할 때만 써야 한다. 잘못 통역되는 부분이 매우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참고용으로만 쓰고, 실제로 문장을 읽을 때엔 네이버 중국어 분석기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바로 병음 표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보고 읽고 쓸 수 있게 되고, 뜻도 단어별로 보여주기 때문에 오역 없이 더 정확하게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이 분석기는 항상 띄어놓고 쓰고 있고, 폰에서도 바로 쓸 수 있게 세팅을 해 놓았다. 나는 이 서비스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이 서비스가 사라진다면 나의 중국 생활도 같이 사라질 수도 있다.



4. 한/중 발음 변화 패턴을 찾아요

한국어의 단어는 기본적으로 거의 대부분이 한자로 된 단어다. 이 단어들을 중국식 발음으로 읽게 되면 중국 단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발음이 바뀌는 패턴을 캐치하면 단어량이 마법처럼 자동으로 늘게 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보자. 한자로는 大韩民国라고 쓰고 따한민궈라고 발음한다. 비교해보자.

대->따, 한->한, 민-> 민, 국->궈

대충 봐도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한과 민은 발음이 같다. 그럼 이 대한민국을 통해서 유추해 본다면

대로 발음하는 단어들은 따라고 발음하면 되고, 한/민은 같게 발음하면 되고, 국이라는 글자는 궈로 발음한다는 패턴을 알 수 있다. 이걸 다른 단어에도 적용시켜 보는 거다. 물론 모든 단어가 그렇지는 않고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도 쉽게 익힐 수 있을 정도로 패턴이 몇 가지 없다. (예:대리/따이리 代理) 

조금만 센스가 있다면 이 패턴들이 쉽게 파악돼서 단어량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기적을 볼 수 있을 거다.

 


5. 중국어 환경에 자주 노출돼야해요

이건 모든 언어 학습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중국어가 많이 들리는 환경에 노출시켜라. 퇴근했다고 한국사람들  만나서 쓸데없이 중국 욕이나 신세한탄하지 마시고, 중국 친구들 만나서 놀아라. 훨씬 재미있다.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걸 추천드린다. 더 풍부한 언어환경이 된달까? 동료들과 만나고 취미 모임을 갖고 하고자 하면 할 일이 참 많고 배우는 것도 많다. 친구들을 만나기 쉬운 환경이 아니라면 현대물 영화를 하나 골라서 그것만 계속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영화 한 편을 계속 보다 보면 아무래도 귀에 더 잘 들어오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영화보다는 대만영화들의 발음이 귀에 잘 들어오는 편이었다. 

뜬금 영화 추천 : 타이페이 익스체인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188

 

내용도 재밌고 화면도 예쁘고 주인공들도 예쁘고 발음도 잘 들린다. 물론 대만 억양이긴 하지만 보통화를 익히는데 장애가 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ㅎㅎ 이 영화를 거의 30번 이상 본 것 같다. 



6. 독학이 기본이에요.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독학이 가장 중요하다. 다이어트와 똑같다. 누가 가르쳐 준다고 머리에 안 들어온다. 혼자 하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강사에 의지하지 말고 주변 한국인한테 의지하지 말아라. 서바이벌이다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 



마무으리에요

이렇게 중국어를 속성으로 익혀서 중국 회사에 적응하고 디렉터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다만 속성으로 익힌 언어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한자다. 예전에 비하면 당연히 많이 알고 대부분의 대화는 툴 없이 가능한 정도지만 아직 책을 읽는다거나 보고서를 읽거나 할 때는 효율이 굉장히 떨어진다. 중국어를 전공했거나 학교를 중국에서 나오신 분들과는 큰 갭이 있다.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부분인데 말하고 듣기가 해결되고 나니 아무래도 게을러지는 건 어쩔 수 없나... 가 아니라 정신 차리고 공부 좀 해야겠다ㅜㅜ 같이 잘 살아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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