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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oon Kim Jun 01. 2020

알리바바를 초토화시킨 메신저
딩딩 DING TALK

알리바바의 역사는 딩딩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



알리바바 메신저의 시조새 알리왕왕(阿里旺旺)

알리바바에는 알리왕왕(阿里旺旺)이라는 오래된 메신저가 있다.

타오바오(알리바바의 C2C플랫폼)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로서, 그 유명한 판매자와 고객을 1:1로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었던 메신저이다. 이를 통해 물건값 흥정도 하고 클레임도 걸고 판매자는 상품 홍보의 역할로도 사용하는 타오바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킬러 컨텐츠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중국만 가능한 인해전술적인 형태라 인력이 모자라고 인건비가 비싼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는데 오히려 요즘엔 한국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더라고?

알리바바 전통의 메신저, 알리왕왕(阿里旺旺)


이 알리왕왕이라는 메신저는 알리바바그룹 내에서 업무용 메신저로도 사용하고 있었는데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인간들이 잘 안 본다. 혹은 보고도 못 본 척. 급한 용건은 대부분 개인마다 있는 업무용 전화로 처리했다. 초반엔 중국어도 못했으니 속이 터질 노릇. 아무튼 이 알리왕왕은 현재도 판매자와 사용자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변형되며 지속하고 있다.





비운의 王子, 라이왕의 출시

위챗이 국민앱으로 등극하고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알리바바와 경쟁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서 알리바바도 메신저를 출시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라이왕(来往)이다. 당시의 분위기로 보자면 알리바바 그룹의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개발을 시작할 당시 알리바바그룹 CEO였던 루자오씨(陆兆禧)가 CEO 프로젝트라고 선포를 하고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실력 있던 디자이너들도 이 프로젝트에서 다 착출해 갔다. 엄청난 야근과 성공 시의 엄청나게 달콤한 포상의 유혹과 함께. 


비극의 시작, 라이왕 vs 위챗


그렇게 제품이 출시되고, 그룹 CEO 루자오씨는 무리한 KPI를 던진다. 바로 전 직원들에게 새 친구 300명을 추가하라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사람이 많은 중국이라고 해도 새로운 메신저에 친구를 300명을 추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아무나(?) 친구 리스트에 추가하게 되고 알리바바 사람을 친구로 추가하고 싶은 사람은 널렸기 때문에(판매자들, 광고들, 사기꾼들) 덕분에 스스로 쓰레기 같은 메신저 환경을 만들게 된 것이다. 300명 달성을 못한 사람은 연말 보너스를 주지 않는다고 하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었는데, 당시 동료 한 명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안 하다가 보너스를 반납하게 되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ㅋㅋㅋ

그렇게 수많은 리소스를 투입하며 전투력을 보여주던 라이왕은 결국 "왜 라이왕을 써야 하지?"라는 본질적인 답을 내부에서도 찾지 못하며 아무도 쓰지 않는 툴로 전락하고 만다. 그 뒤로는 디엔디엔총(点点虫)이라는 다른 컨셉의 앱으로 변경하여 근근히 생명을 이어가다 요즘은 아직도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프로덕트는 죽었으나 팀은 남았다.

항저우에는 후판화원(湖畔花园)이라는 유명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바로 마윈의 생가로 알리바바가 탄생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라이왕으로 치욕의 참패를 한 알리바바의 최고의 팀은 후판화원으로 들어가 지옥의 합숙을 시작한다. 그렇게 직원을 갈아 넣고 있다는 소문만 있던 어느 날, 회사에서 만든 업무용 메신저의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찬바람이 불던 2014년 12월 1일이다.

바로 비즈니스용 메신저 钉钉(딩딩, 영문명DingTalk)의 탄생이다. 

당시에는 슬랙과 트렐로 등의 툴이 있었지만, 비즈니스용 메신저의 시장이 그렇게 크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딩딩의 출시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하게 남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눈물 좀 닦고...




알리바바를 초토화시킨 단 하나의 기능

딩딩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알리왕왕이나 위챗과는 다를 매우 심플한 기능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보낸 메시지를 누가 읽고 안 읽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별거 아닌 듯한 기능은 알리바바그룹의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100000% 정도 향상시키는 치명적인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비즈니스 단체창에서 강려크함을 발휘하게 되는데, 일단 읽씹이 불가능할뿐더러 누군가가 안 읽고 있다면 딩딩 특유의 DING기능을 통해서 "문자/전화"를 통한 압박까지 송출할 수 있다. 전화 DING을 보내게 되면 친절히 AI가 전화를 걸어 메시지의 내용을 낭독해 준다 :-) 

속도가 생명인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효율의 향상은 당연히 상당한 업무효율의 향상을 가져왔고, 알리바바가 더 빨리 성장해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고 생각한다(개인의견).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이렇게 엄청난 효율의 향상을 가져온 기능이지만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은데 예상했겠지만 바로 스트레스다.

특히 996이라 불리는 야근문화로도 유명한 알리바바에서 이러한 메신저의 압박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특히 밤낮없이 울리기 때문에 집에서 쉬고 있어도 쉬는 느낌이 안 날 정도다.

알리바바 화장실에 붙어있는 유머(?) 이미지


오죽하면 알리바바의 화장실에서는 이런 유머(?) 이미지도 발견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의 폰엔 연인의 달콤한 메시지가 와있지만, 본인은 100개가 넘는 딩딩의 알림만 있다라는ㅎㅎㅎ

이렇게 강력한 빛과 그림자를 만든 딩딩은 승승장구하여 상당히 많은 고객사를 확보한 잘 나가는 서비스가 되었다. 프로젝트 팀도 고생한 만큼 엄청난 보너스와 함께 승진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을 거다.

다만...


저 기능을 만든 사람은 죄책감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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