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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Nov 19. 2019

상하이가 알려준 맛, 청각, 야경

샤오롱빠오에서 루프탑을 거쳐 귓밥까지

갓오롱빠오와 샹하이


대존맛 샤오롱빠오


 샤오롱빠오 맛을 알았다는 것이 이번 여행 최고의 수확이다. 샤오롱빠오는 만두피 안에 고기 육즙이 가득 들어 있어서 만두피를 살짝 찢어 국물을 마시고 만두를 따로 먹어야 한다.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다. 인민광장 옆에 있는 만두집이었는데 맛집에 줄 서는 것은 세계 만국 공통이었다. 한편에서 아주머니가 쉴 새 없이 만두를 빚고 있고 찜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 집의 시그니쳐는 게살을 이용한 샤오롱빠오인데 게살 내장이 들어간 샤오롱빠오가 특히나 맛있었다. 게살과 소고기가 만들어낸 육수에 게 내장의 노란 기름이 더해져 그냥 지린다. 팬티 다 젖었다. 군대 다시 가는 조건으로 군생활하는 2년 동안 샤오롱빠오 삼시 세끼 준다고 하면 재입대각이다. 올드보이 오대수한테 군만두 대신 샤오롱빠오 넣어줬으면 ‘개이득!’ 이러면서 복수도 없이 ‘감사합니다.’하면서 독방에서 평생을 즐길 것이다.

 낮에 가서 먹고 너무 맛있어서 저녁에도 먹었다. 1일 2 샤오롱빠오 했다. 이 음식 때문에 또 올 것이다. 두 번 오고 세 번와서 중국 시민권 따서 맨날 먹을 것이다.


 이 레스토랑의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했다. 같이 사시는 분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라도 오기 위해.


 하얏트 뷰바에서 거지를 판별하는 3가지 방법



 상하이 하얏트 호텔 32층에 뷰바가 있다. 동방명주가 있는 상하이의 야경을 가장 멋지게 구경할 수 있는 스팟이다. 입장료가 1 사람당 110위안 2만 원 정도의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면 프리 드링크 한 잔과 찬란한 상하이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하얏트 숙박객들과 자본주의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우리 같은 거지들이 큰 맘먹고 와서 주접을 떨기도 한다. 하얏트 뷰바에 무리해서 온 거지를 판별하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깡술을 마신다


 프리 드링크 외에 주문은 없다. 가격이 두려워 메뉴판을 보지도 않는다. 처음 주는 술 한 잔을 아끼고 아껴 먹으며 야경을 본다. 안주는 없다. 오직 깡술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원래 안주 없이 술을 즐기는 유러피언인 척. 술 한 잔의 여유를 천천히 즐기는 아메리칸인 척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노가리 슈퍼의 노가리가 간절하다. 노가리와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야 하는데 이런 데서 아닌 척하려니 애가 탄다.


2. 두리번두리번거린다


 두 번 다시 이 곳에 못 올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야경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고 마음에 담는다. 그래서 계속 두리번두리번거린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훨씬 잘 찍은 사진들이 많겠지만 폰으로 굳이 풍경을 담는다. 증거를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자랑도 좀 하고. 야경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고 싶어서 계속 그쪽 자리만 쳐다보다가 운이 좋아 자리가 나면 2시간 야경보다 눈깔 빠진다. 반면 부자들은 자리 신경 쓰지도 않는다. 이것이 일상인 듯 칵테일을 마신다. 이들에게 이 곳은 준코 정도의 레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3. 효율성을 중시하는 옷차림을 입는다


 보통 거지들은 여행자의 신분으로 오기 때문에 반팔, 후드티, 청바지의 간편한 차림으로 뷰바를 찾는다. 그냥 딱 보면 안다. 하지만 부자들은 단정한 셔츠, 드레스를 입고 온다. 하지만 포멀 한 옷을 입었다고 해서 과하게 멋을 낸 느낌은 없다. 몸에 잘 맞는 수제 셔츠가 마치 그들의 피부인 듯, 우아한 드레스가 그들의 우아한 정신인 듯하다.


 종합해보면 포멀 한 옷을 입고 야경에 그다지 감탄하지 않고 안주랑 술이랑 같이 먹으면 부자다. 여러분들은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뷰바에서 부자처럼 행동하고 나아가 부자를 꼬시길 바란다.



 귀에서 코딱지가 나온 썰. ssul



 마사지를 받는데 귀 청소 메뉴가 있었다. 발 마사지를 해주고 한 사람이 더 들어와 귀지를 제거해줬다. 아마 귓밥 전문가인 듯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들이 있다. 내 습관 중 하나가 잘 때 이어 플러그를 끼고 자는 습관이 있는데 그래서 귓밥이 자꾸 안으로 밀린다. 그래서 가끔은 귀 안쪽 깊이 들어가 병원에 가 석션으로 빼기도 한다. 그걸 방지하고자 같이 사시는 분에게 귓밥을 좀 봐달라고 하면 핸드폰 후레시로 귀를 한 번 보고는 마마잃은 중천공 표정으로 이건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귓밥이 너무 꽉 차서 면봉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귓밥 전문가는 달랐다. 귀를 보고 흠칫 놀라긴 하셨지만 비장한 표정으로 수술을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은 귀 청소를 하지 않냐고 물었다. 내 귓밥이 국가망신을 시키는구나.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대형 귓밥이 나올 때마다 나랑 와이프에게 자랑을 했다. 알겠으니까 그만하라고… 구라 안치고 귀에서 코딱지가 나오는 줄 알았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쏟아지는 귓밥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약간 심박수가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 귀가 더 잘 들리는 것 같다. 세상의 소리들이 이렇게 섬세했었나. 상하이에 귓밥만 파러 와도 그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상하이 여행은 나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다. 새로운 맛, 새로운 소리,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있는 상하이의 여행이 참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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