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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영 Apr 28. 2021

나는 얼마나 많은 소비를 하며 지내는가?

소비는 재화를 사는 것 외에도 신체와 정신, 물질적인 모든 의미로 확장된다. 

오늘 내가 사용할 에너지의 한계와 정량을 알고 그것을 가늠해 얼마큼 쓰고 비워야할지 정하는 것도 매일의 내 루틴이다. 


예전에는 감정소비를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으며 대리 만족을 느꼈다. 

이제는 온라인 소비가  보편화되다보니 오랫만에 지인을 따라 나선 길에 장바구니를 챙겨 육안으로 물건을 확인하고 담는 과정이 빠르게 사고 결제했던 급박한 지난날의 소비를 되돌아보게 한다. 손쉽게 모든 것을 구하고 취하던 것을, 조금은 불편하지만 느린 형태로 단순히 얻게 되는 상황은 어떤 것이 더욱 좋았다는 소회보다는 자연스럽게 내가 처한 상황에서 떠올려지는 근검과 절약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일례로 단순한 예를 찾아보자면, 예전에는 알킨더 초컬릿 다섯개를 가족 수만큼 샀었다면, 이제는 3개에 900원인 셋째의 넘버원 아이스크림, 죠스바를 사기 위해 한 개에 2천원인 허쉬초컬릿 아이스크림은 이따금 지친 나를 위로하기 위한 플렉스(flex) 용도로 살까말까 한 참을 눈으로 보며 고심하게 됐다고 해야할까.


늦은 밤 글 쓰는 아내의 모습을 확인한 남편이 퇴근길에 하나 사다주면 땡큐! 하며 그제서야 받아들곤 한다. 아이스크림 하나가 뭐라고 사먹으면 그만인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돈이 넉넉하면 모두가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냐고.. 그러나 쉽게 얻는 것은 왠지 내가 들인 공과 마음이 덜해 내 마음가짐도 그렇게 될 것 같아 나만의 이유를 들어 마음을 한 켠 내어 주게 된다.


G.O.D가 어머님이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고, 엄마는 늘 생선뼈와 머리가 좋다시며 생선 살을 발라 자식에게 내어주고, 영화 <미나리(minari)>에서 윤여정이 풍에 걸려 신체 일부가 불편해지고도 맞벌이에 지친 자식들을 돕기 위해 가족들이 없는 낮 동안 몸을 일으켜 힘겹게 집을 쓸고 닦는 모습이, 하지 말라고 해도 늘 무엇인가 내어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의 시작이 그런 사소하고 별거 아닌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연장선이 아니었을까.


다시 산책로로 돌아 들어서며, 내 옆에 절임배추를 돌돌이 카트에 들고 같이 걸어오는 그녀를 보며 1+1에 득템했다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내 친정 엄마의 억척스런 하루가 추억처럼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영화 <미나리(minari)> 중에서_배우 윤여정과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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