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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영 Apr 18. 2021

'너 때문에' vs. '네 덕분에' ?



아이가 지난 주 학교 급식에서 나온 진달래 앙금 화전 얘기를 했다.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먹고 싶었는데 시간 상 먹지를 못해 내내 아쉬웠다고.

며칠을 화전 얘기를 하더니 어느 날은  사이 소화가  되어 가는 출출한 시각에  머리가 모두 화전 생각 뿐이라고 성화다.



내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거절을 잘 못한다는 것.

내 습성이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못해볼 일이 아니라면 그냥 해보지 라는 성향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직장에 다닐 때 늘 일이 많았고,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내 분야에서 대부분 해보고 싶은 영역을 어느 정도 쌓아둔 장단점이 있다.



두 번째 화전을 먹지 못한 아이의 바램은 별거 아닌 엄마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미 비가 몇 차례 내린 산 속은 녹음이 짙게 내려 앉았다. 진달래 찾기를 포기하고 터벅터벅 내려오던 찰나, 산 그늘에 핀 진달래가 보였다. 옛날 시골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진달래 꽃이 피면 꽃을 손으로 움켜 따 집어먹곤 했다는 친정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한웅큼까지는 양심에 걸려 필요한 몇 송이만 따서 집으로 돌아왔다. 따는 내내 가슴은 콩닥콩닥. 남의 집 과수원에서 배고파 사과 하나 몰래 따먹는 좀도둑처럼 두근거렸다. 참, 별걸 다 해본다.



집에 돌아오니 미리 꺼내둔 얼린 앙금절편이 적당히 녹아 있었다. 진달래를 깨끗히 씻어 기름을 얇게 두른 팬에 절편과 함께 구웠다. 맛이 좋다고 부지런히 씹어대는 세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순간 산 속에서 ‘무슨 화전을 해달라고 아침에 눈꼽도 안떼고 산을 오르니!’라는 불평을 내뱉은게 떠올랐다.


말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같은 의미도 천배의 향취를 풍기게 하는 법이다. 태어나서 여태 한 번도 먹지 못했던 화전을 오늘은 첫째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가 맛보게 됐다. 너 때문에 안해본 고생을 하는 게 아니라 네 덕에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맛을 하나 더 알게 됐다고.

참 맛있었어, 아들!



* 4.19(월) 저녁 8시 <줌zoom 미니 북토크>에 초대합니다. 책 출간 여정과 책에 실리지 않은 글 및 짤막한 Q&A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해당 링크는 기간이 종료되어 닫습니다. 



책 정보 바로 가기:

교보문고 https://bit.ly/2K7ymSB

예스 24 https://bit.ly/3qDoV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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