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흔네번째
보아하니 당신은
별 볼 일 없는 삶……
형편없는 봉급과 그에 걸맞은 취미
하잘것없는 일에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라는 걸 애저녁에 알았습니다
어떻게라뇨 이름만 봐도 뻔할 뻔 자죠
어차피 이름 없는 삼류 회사 새회사
사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거기서 거기죠……
듣자하니 당신은
인정머리 없는 놈……
대기업 취직이 인생의 업적이라지만
세상 물정도 인생의 참 의미도 모르는
그런 사람과는 더 얘기하고 싶지 않군요
떡값이니 성과급 같은 단어는 넣어두기를
어차피 틀에 박힌 삶 기계적인 월급쟁이 인생
평생의 대가가 그뿐이라니 남을 밟으며 살죠……
오늘도 창밖엔 볕이 드나들고
오후에는 구름이 밤에는 달이
비로 젖은 땅 위에는 풀 내음이
꼬까신 구겨 신고 가는 아이들이
설령 있더라도 모르는 일이다
긴 긴 가림막을 드리우고서
하나 같이 눈먼 사람들처럼 말한다
“나는 보지 않아도 다 알아!”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블라인드>
202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