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영의 대지" 3화 "당신의 남자가 되어도 될까요?"
"내가 당신의 남자가 되어도 될까요? "라고 묻는 말을 그는 이렇게 했다.
"팔짱을 끼기에 내가 영랑 씨에게 맞는 키죠? "
'팔짱을 끼라는 말이겠지!" 그에 팔에 내손을 조심스레 끼며 나는
내 온몸으로 퍼지는 그의 체온과 큰 소리로 울려대는 그의 심장소리를 느꼈다.
처음 만난 이후 3개월이 되도록 어떻게든 피해 보려 여러 애를 썼지만
매일처럼 그에게 달려가는 마음을 얄팍한 실 울타리에 가둘 수는 없었나 보다.
온갖 머리를 굴려 만날 구실을 찾던 내게 걸려온 그의 전화, 그의 평범한 인사인 듯 보이는
편지는 폭죽 도화선에 던저진 휘발류 묻힌 횃불 같았다
내 마음속에 폭죽처럼 숨겨놓은 그리움과 갈망이 마구 터지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겉은 평온한 채 한 달 후로 잡은 약속 날짜가 다가와 그를 만난 날은
머리에서 마음에서 하도 시끄럽게 폭죽이 터져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에 없다.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3시간 가량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이,
마치 강하고 센 빛의 한가운데인 듯 하얗기만 하다. 무슨 말을 했지?
"니밸룽겐의 반지"를 나오며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부정하고 라인의 황금으로 만든
반지를 잡을 것이라 억지로 다짐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부정을 부정하려 하듯, 그는 그곳에서 가까운 그의 연구실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업무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시간이 늦어 기차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야하는 나는
억지로 마음을 감춰 다음 약속을 제안했다.
춘천행 철로 옆 가로수 길은
늦여름의 긴 해가 이울며 남긴 그림자가 길게 눕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기에 내가 영랑 씨에게 맞는 키죠?"라고 그가 내게 묻자,
나는 잠시 훅 들어온 그에게 당황하다
우리가 식사동안 얼마나 서로를 이미 느꼈는지,
그리고 확인했는지 알게 되었다.
설마 그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걸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의 눈길을 찾아 맞추며 손을 그의 팔 안쪽에 얹었다.
그리고 팔과 함께 전율해 오는 그의 몸과 호흡을 느꼈다.
다음을 기약하며 그가 기차역에 나를 내려주고, 내가 기차에 오르는 동안
개찰구 한쪽 편에 서서 그는 내 기차가 떠날 때까지 시선을 못 밖은듯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가 경춘선을 타고 청평에 이르는 동안 나는 점점 어두워지는 차창밖에 시선을
멈춰 두었다. 창밖에는 그의 동그란 두 눈과 입가의 엷은 미소가 함께 나를 보고 있었다
기차가 달려 숲을 지나고, 굴을 지나는 동안 그도 함께 창밖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넓은 북한강이 시작되는 구암동산을 내려서며 나는 기차에서 내릴 준비를 해야 했지만,
꼼짝도 못 한 채 자리에 붙어 있었다. 창 밖에 있는 그의 시선에 기차를 돌려
다시 성북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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