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의 감응-기억을 디자인 하는 정원

Garden Making Story-Tom Stuart Smith 권영랑

by 권영랑 Garden Planting Designer



정원, 식물을 넘어 추억과 기억을 만드는 대지가 되다


진정한 가치를 지닌 정원은

단순히 희귀한 식물을 수집해 놓은

물리적 전시장이 아니다.

그것은 방문자의 내면에 깊이 각인되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을 정교하게 큐레이팅하는

“감응과 경험”의 장이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톰 스튜어트 스미스(Tom Stuart Smith)와

권영랑은 공간을 미학적으로 가꾸는 ‘장식’의 차원을 넘어, 그 안에서 펼쳐질 ‘인간의 장면(Human Scene)’을 설계해야 한다는 인본주의적 비전을 공유한다.

정원은 식물의 아름다움과 자연생태를 보여주는 곳을 넘어

사람의 감정이 머무는 대지이자 사적 영토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은 설계의 첫 단추를 식물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화려한 색채만이 아닌, 그곳에 머물 사람의 구체적인 모습을

시각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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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설계 언어: '사람이 머무는 장면'을 먼저 그리다

두 디자이너에게 정원 설계의 기초는 인간의 움직임과 존재 방식을

공간의 중심에 두는 일이다. 그들은 정원을 구조물과

식물들 만이 주인공인 자연만의 공간으로 상상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그 사이를 어떻게 거닐고, 어느 위치에서 멈춰 서며,

어떤 각도로 시선을 던지는지를 치밀하게 구상한다.

여기서 돋보이는 것은 ‘디자인을 통한 포용성(Inclusion through Design)’에

대한 그들의 깊은 통찰이다. 정원은 모든 방문객에게 활기찬 대화를 통한 즐거움이나

적극적인 참여를 강요할 수 없다.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서 활발하게 교류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대화의 무리 속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 사적 관찰과 음미를 즐기거나,

조용한 위로에 침잠하는 개인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훌륭한 정원은 이 고독한 관찰자가 던지는 시선의 끝에,

특정한 ‘과녁’이 될 만한 대상—한 무리의 꽃이나,

시처럼 아름다운 선을 뻗어낸 나무나,

햇살에 부서지며 미풍에 흔들리는 풀 다발이나,

빛이 머무는 빈 나무줄기 등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이는 디자이너가 수행하는 최고의 공감 디자인 행위다.


시선이 머물 곳에

자연과의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미학적인 요소를 둠으로써

정원은 소외된, 혹은 조용한 관찰자를 긍정하고

특별한 공감과 위로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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