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를 기르던 시절에 후회한 것 중 하나는 "미리미리 공부해 둘 걸"이었다. 미리 육아책과 각종 스킬들을 미리미리 공부 좀 해둘걸 정말 후회했다. 왜냐하면 신생아를 돌보는 것은 처음이라 말 그대로 멘붕이었고, 높아진 나의 불안은 친정엄마나 주변인의 조언을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신생아가 잠을 잔 사이에 쉬지 못하고 책을 사보고 유튜브와 맘까페에서 정보를 찾고 검증하며 헤매고 다녔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못 자고 못 먹는데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나를 사로잡았으니
한국의 주입식 교육방식과 사교육 시스템에 익숙한 나는 모든 것에 정답이 있다고 체득했고, 아이를 키우는 일 또한 그럴 것만 같았다. 난무하는 육아 정보와 불안을 자극하는 육아용품 광고들도 역시 그러한 메시지를 준다.
"신생아 수면과 수유는 000해야 한다. 000만 있으면 꿀잠 보장이다. 아기가 지금 00을 못하면 아기가 힘들다"
불안이 높아진 초보엄마는 '내가 잘 몰라서 아기를 위험에 빠트리면 어쩌나, 말 못 하는 아기를 힘들게 만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육아정보와 조금이라도 다르게 했던 것이 있다면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였다. 바로 그날은 유튜브와 맘카페를 찾아 헤매고 쇼핑을 하게 된다. 잘 떠오르지도 않고 떠올리기도 힘든 나와 내 아기의 신생아 시절.
최근 읽은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라는 책에서는 아이를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주양육자와 아기가 친밀한 시간을 보내며 양육하는 아마존 예콰나족의 육아방식을 소개한다. 그 관찰을 통해 서구의 여러 육아법들이 사실은 부자연스럽고 오히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한다는 점응 주장한다. 세부적인 방식이 문명화된 지금과 맞지 않겠지만, 결론적으로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아기의 기본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면서 정서적인 애착관계를 맺고자 하는 엄마의 본능에 충실하는 것이 좋은 육아방법의 핵심이라는 점에 매우 동감한다.
신생아 시절 잘 먹지 않았던(혹은 책에 나온만큼 먹지 않은) 아기로 인해 수유시간은 내가 찾아낸 많은 정보들을 실험해보고 좌절하는 시간이었다. 수유시간이 다가오는 게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냥 모든 것을 “툭” 내려 놓는 경험을 한다. 내 머릿속의 "이래야 해"라는 것에 대해 포기하자 마음이 편안해졌고, 그제야 냠냠 쪽쪽 먹는 아기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사랑스러운 마음이 느껴지면서 무엇인가 퐁퐁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사랑의 호르몬이라는 옥시토신 뭐 그런 게 작용하는 건가' 싶으면서 눈물이 났다. 아마존 예콰나족 엄마들은 항상 이런 기분일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양육자로서, 엄마로서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해. 아기에게 아주 좋은 환경을 주어야 해. 육아서와 유튜브에서 말하는 대로 이렇게 해야만 해"라는 생각을 앞뒤 가리지 않고 나도 모르게 흡수 한 것 같다. 그로인해 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리라. 공포와 불안의 장벽은 아기에 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랑, 행복을 가리게 만들었다.
곧 36개월이 되는 아이를 기르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신생아와 육아에 대해 미리미리 공부해 두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충 큰 틀에서 마음의 준비와 육아 방향성을 위해 필요하겠지만, 육아서에 나온 대로가 아니라 엄마가 된 나를 믿고, 나와 아기의 욕구와 감정을 믿으며 따라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정신을 좀 차리니 경험하고 배웠던 많은 것이 상기된다. 기본 원칙과 방향이 중요하고 디테일과 실전은 아이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나는 임신 중인 친구가 있다면 수면과 신생아 돌보기에 관련된 책을 2-3권 정도 추천한다. 그리고 꼭 덧붙인다. "육아서에 나온 게 다 정답은 아니더라. 엄마아빠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아기랑 잘 맞춰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엄마아빠가 된 너 자신을 믿어."
육아에 대한 정답, 완벽 신화에서 해방되자.
삶에 정답이 없다던데. 육아도 삶의 일부분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