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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숨 Jun 21. 2022

아이는 나의 거울

아이가 34개월 정도였던 어느 날, 자동차 뒷좌석에서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런데 내가 내 바지에 철퍼덕 아이스크림 한 숟갈 정도를 흘린 거다. 나는 '으악!! 아 어떻게 해' 하며 짜증스러운 소리를 냈다. 그걸 본 아이는 '괜찮아, 닦으면 되지 뭐'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웃음이 났고, 아이 입에서 이 표현을 처음 들었던 날이라 매우 신기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집에서 내가 구연산 가루가 든 통을 들고 가다가 마룻바닥에 엎었다. 나는 또다시 "으악"하며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 상황을 본 아이는 "괜찮아 치우면 되지 뭐"하곤 "내가 도와줄게!"라며 씩씩하게 이야기한다. 아이의 표현에 나는 마음이 누그러졌고 "그래, 맞아 맞아. 고마워"라며 수긍했다.


나는 아이의 난장 치는 행동이나 실수에 의연한 편이다. 그래서 그때마다 내가 했던 말이 바로 "괜찮아. 닦으면 되지 뭐" "다시 하면 되지 뭐"였다. 아이의 표현은  나ㅘ 억양과 말투까지 똑같아서 귀엽고 웃기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생각들도 했다. 



우와, 맥락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표현들을 배우고 사용하네.

이런 표현을 모방해서 배우려면 3년은 걸리는구나. 

내가 했던 말을 아이 입으로 들으니 신기하다. 

아이가 나를 위로해 주니 고맙다.

아이가 나의 좋은 표현을 배워주니 고맙다.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웃음이 나네. 내가 아이에게 좋은 표현을 해왔구나.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 이건 진짜로 사실이다. 인간은 정말 정말 모방의 동물이다. 우리가 가진 많은 기술들은 모방을 기반으로 배운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아이를 통해 나는 다짐한다. 내가 계속해서 아이에게 좋은 거울이 되어 주어야겠다고.. 너를 통해 나를 보고, 나를 통해 너를 보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자 엄마와 아들이다. 


Photo by Kristyn Lapp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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