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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숨 Jul 09. 2022

엄마, 저는 충분해요.

충분하다 여기는 여유를 가지기를

 친정집에는 아이가 19개월 즈음 엄마의 지인분께서 손녀가 쓰던 것이라며 주셔서 받아온 블록이 있다. 짝이 맞지 않는 퍼즐 상자에 들어 있던 그 블록들은 여러 색의 네모난 블록과 크고 작은 동그란 바퀴들이 있다. 그런데 바퀴는 같은 크기로는 3개씩 뿐이어서 멀쩡한 자동차나 트럭을 만들 수가 없고, 네모난 블록은 자세히 보면 몇몇은 이음세가 부러져서 끼우면 헐겁기도 하다. 


지인이 주는 대로 받아온 그 블록을 엄마가 주셔서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 장난감이 부족하고 쓸모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버려야 하나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블록 장난감에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잘 갖고 논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와 그에 맞춰 노는 친정아빠는 세발 자동차를 만들거나 크기가 다른 바퀴들로도 여러 가지 트럭을 만들기도 한다. 혹은 그냥 일렬로 이어 붙인 막대기 같은 블록을 비행기라며 하늘에 날리도 하고, 자기 엉덩이보다 많이 작은 블록 위에 앉아 트럭을 탄다고 한다. 그리고 줄을 연결해서 견인차라며 이것저것 묶어 끌고 다닌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나는 아이에게 세상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그런 것, 그리고 멋지고 완벽해 보이는 그런 놀잇감을 주어야 할 것 같고 그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는 "나는 괜찮아요. 나는 언제나 충분히 좋아요."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무엇이 있어도, 없어도 괜찮고 상황과 환경에 맞게 충분히 다양하게 놀이하고 상상하며 아이는 즐기고 있어 왔다. 


육아를 하다가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하는 불안이 밀려오는 날이면 육퇴 후 인터넷을  떠돌던 날들이 있었다. 아이용품, 놀잇감, 책 등을 마구 검색해 보고 그러다가 몇 가지는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아이를 위한 어떤 것을 샀다고 느끼는 행위는 안도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위한 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를 위해 산 것이었고 그것은 나의 불안을 잠시 잠재워 줬던 임시방편의 진통제 같았다. 


사실, 아이는 날 때부터 계속해서 나에게 알려주어 온 것 같다. 


  " 엄마, 저는 언제나 충분히 좋아요."  


그렇다면 나도 충분한 것이겠지. 아이가 다독여주는 그 위로의 신호를 잃어버리지 말고 잊어버리지 말자. 나는 언제나 충분히 괜찮은 엄마이다. 우리는 언제나 충분히 괜찮은 엄마, 그리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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