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쓰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by 소연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글을 오래 쓰다보면 글이 마치 찌그러진 거울마냥 나를 비추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래, 맞다. 놀이공원 같은 곳에 나란히 있는 오목하기도 하고, 볼록하기도 하고, 올록볼록하기도 한 그 거울 말이다. 비춰진 건 분명 내가 맞는데, 모양새며 느낌이 왜곡되어 전혀 나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혼자 쓰는 글은 마치 그 거울에 비춰진 것 처럼 때론 과하게 보이기도 하고, 또 때론 덜하게 보이기도 한다. 좀 더 예쁘게, 좀 더 멋지게, 좀 더 있어보이게 쓰고 싶은 욕심에 이런저런 단어와 그런저런 문장들을 덕지덕지 붙이다보면 정말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나조차도 모르겠는 때가 있다. 생각보다 과하다 싶을 땐 툭툭 문장의 가지를 쳐내기라도 하겠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빈할 때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한 번 읽어도, 두 번 읽어도 영 빈하고 부실한 글을 보면 그 빈 구석을 어떤 문장으로 채워야 할 지 도무지 모르겠다. 말줄임표를 연발할 수도 없고, 삽화를 그려 넣을 수도 없고. 그저 맥락에 맞는 어떤 단어 하나만이라도 걸리길 바라며 저 먼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고서는 신통하고 신묘하다는 멍~의 세계로 들어가려 애써보지만, 도무지 입구는 열리질 않는다. ‘아, 이래서 혼자 볼 수 밖에 없는게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다시 글쓰기 잠수에 들어가는 것이 수순이다. 올록하고 볼록한 거울 속 어색한 나처럼, 과하기도 하고 빈하기도 한 내 글 역시 어색하고 창피하다. 언제쯤 그 어색함을 이겨내고 마주할 수 있을까?

산뜻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잔잔한 음악이 블루투스 스피커의 얇은 망을 흔들면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다. 커피 맛도 모르면서……. 너저분한 책상에 앉아 달그락대는 얼음을 입술 끝에 붙이고 커피를 마시니 어제 읽다 만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가 전쟁에 나갈 건지 말 건지 문득 궁금해 페이지를 펼친다. 아, 결국 그런 결정을 내렸구나…….

책을 읽다보니 또 스멀스멀 쓰고 싶다. 이번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빈 화면을 펼치고 키보드에 손을 갖다 댄 후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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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아직 그 거울 앞이군…….

오늘은 이만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