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세미콜론)
유독 마음이 가는 공간이 있다.
그리 넓지도, 예쁘지도, 깨끗하지도 않지만
그 공간 안에 있으면
괜시리 마음이 편안해지고,
복잡스런 머릿 속 잡념도 사라지는
마법같은 공간이 내게도 있다.
그런 공간에서 아주 잠시 졸기만이라도 했다면
요정 번식에 일임을 했음에 틀림 없다. ^^
그렇게 따지면,
나는 공간과의 불륜으로
얼마나 많은 사생요정을 탄생시켰단 말인가...!
인간의 공간에 멋대로 들어앉아 살아가는
공간의 요정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기분으로 인해
우리는 행복해하기도 하고, 아련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도시성형(개발, 철거,낡은 것을 없애고 새 것을 짓는 모든 형태의 도시 계획) 때문에
살아 갈 공간을 잃고 죽어간다.
어쩌면,
세상이 발전하면서 죽어가는 건
공간의 요정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추억, 여유, 정, 인간성, 우리, 너, 그리고 나.....
인간이 공간과 사랑에 빠지면 반드시 하는 일이 두가지 있다.
1) 그 공간을 자주 방문해 오래 머물게 되고......
2) 그 공간과 잠을 자게 된다.
왜 그러냐고? 그건 겪어보면 알게 돼. 오래 자지 않아도, 아주 잠시만 졸아도 충분해. 그 짧은 틈에도 생명은 잉태되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하는 순간,
아기가 탄생한다. 아기 요정 한 마리가...!
공간의 요정들은 그렇게 태어나는 거야.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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