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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글 Sep 07. 2020

포기가 아니라 거절일지도 모른다

그가 세상을 거절하는 이유




수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곳을 바라보며 같은 목적을 갖고 걷는 곳은 횡단보도다. 그곳에는 정해진 방향만이 존재하고 순간적으로 그곳에 삶과 시선이 고정된다. 고정된 끝은 그들의 최종 목적지가 되고 흰색 울타리를 넘어야만 도착할 수 있다


다만 이곳에 한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그것은 신호를 기다릴 때 서있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신호를 기다리며 앉지 않는 게 집단 내에서 성숙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기다리는 포기와 인내, 고통을 가져본 사람만이 어른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규칙을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 서있어야 한다는 집단의 규칙을 무너뜨린 사람. 그래서인지 그의 행색마저 남다르다. 화려한 색을 입은 집단과는 달리 검정과 어두운 갈색 톤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희석시키며 눈에 띄지 않게 입었다


헝클어지고 감지 않은 머리, 씻지 않아 칙칙해진 얼굴, 오랫동안 빨지 않고 신은 신발 등, 그는 집단으로서의 규칙(서있어야 하는)을 지키기도 전에 집단 자체를 거절하기 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유롭게 횡단보도 옆에 누워 집단을 구경하며 집단에 대해 생각한다


'포기와 인내가 정녕 성숙한 사람을 만드는가?', '내가 무리가 아니면 나로서 존재할 순 없는가?', '왜 당신들은 한 방향만 바라보는가?', '푸른 하늘과 나무, 지나가는 순간에 아름다움을 아는가?', '앉고 서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왜 같으면서 다르다고 말하거나 다르다 말하면서 왜 똑같이 행동하는가?'


"그래서 나는 포기가 아니라 거절한다. 집단에 속해야 하는 것도 규칙도, 동일하게 살아야 하는 규칙을 나는 거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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