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에게 버스 기사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남자는
"아니 끝났잖아요오!"
아무 감정 없이 건넨 기사의 말에 분노란 스위치가 무방비 상태로 눌렸는지 놀란 듯 버럭였다. 아직 버스나 실내 등 좌우 천장이 폐쇄된 곳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하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이런 상황을 버스 기사들은 자주 맞닥트릴 것이다. 나도 승객과 기사의 말싸움을 종종 목격한 사람으로 남자의 버럭에 기사가 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운전기사는 한 번 더 조심스레
"아직은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쓰셔야 해요."
정중한 어투에 여름날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계곡물에 시원히 담근 듯, 그 말을 들은 남성이 별말 없이 차분히 자리에 일어났다. 갈 곳을 잃은 두 걸음이 앞뒤로 정차된 버스 안에서 흔들리고 눈동자에서는 아득한 혼란스러움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한편에 앉아 계신 어르신이
"여기 마스크 있네!"
연세가 있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스크 한 장을 뽑아 남자에게 건넸고 그는 꾸벅이며 목 인사로 말 없는 감사를 보냈다. 그런 어르신에 떨리는 손에서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을 보냈나 문득 생각하게 됐다.
마음속 작게 ‘세상은 아직까지 살만해.’라는 말에
나는 확답할 수 없지만 인생은 예기치 않은 잔잔한 사람들의 존중과 배려가 있어 회의감에 젖은 축축한 사람에게 선선하고 따스한 여름 바람으로 젖은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