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데이 4주 2회차, 달리기를 하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나기는 그칠새 없이 몸과 마음을 탁탁 때리고 있었고 땀과 눈물과 비라는 물성은 온몸을 적시며 마음속까지 들어와 나를 적셨다. 내게 물었다.
“왜 울었어?” ‘나’가 대답한다.
“아니 그게 있잖아. 달리고 있는데 런데이 내레이션이 그러는 거야.”
‘굉장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좀 더 힘내세요! 잘하고 있어요!’
“그래? 단순한 응원 같은데? 울 정도는 아니지 않아?”
“들어봐 봐 이번에 생애 첫 PT로 하체랑 가슴 웨이트를 받을 때 생각한 게 있었어. 웨이트에는 성실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다리와 팔에 힘이 빠지면 나도 모르게 ‘힘드네? 그만하자’, ‘여기까지만 하자’고 당연하듯이 생각하게 되는 거야. 너무 쉽게 포기하려는 태도였지! 그런데 나를 담당하는 트레이너는 그런 생각이 들기 전부터 그럴 거라 알고 있는 듯이 ‘자 하나만 더!’, ‘조금만 더! 하나만!’이라면서 내가 포기하지 않게, 단 한 개라도 더 해낼 수 있게 응원해 주더라고.
그때 알게 됐어. 스스로도 타인의 응원이 없더라도 응원이 필요하다는걸, 자신이 선택한 일에 변명 없이 끝까지 해낼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내가 정한 한계 때문에 주저 않거나 포기하기 않아야 한다는 걸! 그래서 이제 뭐든 끝까지 해내리라 다짐하게 됐지. 나를 응원할 줄 알게 된 거야”
나에게 의아한 말투로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거랑 오늘 달리기랑 무슨 연관이지?”
“아니 들어봐. 그래서 오늘 내 다리는 걷지도 못할 근육통에 날씨는 비가 와서 고개 들기도 어려웠어. 몸은 젖기 시작해서 무거워지니까 호흡이 금방 숨 가쁜 상황에 마음속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수준에 맞춰 잠깐 걷다가 다시 뛸까?’, ‘뭐 어때 내일 더 열심히 하면 되지!’ 그때였어! 나약해진 마음을 헤집고 내레이션이 귓속을 찌르며 말했어”
‘굉장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좀 더 힘내세요! 잘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트레이너가 떠오르는 거야? 그래서 나도 ‘그래 진웅아 잘하고 있어! 대단해! 혼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마! 넌 할 수 있어. 해보자! 멈추지 마! 뛰어보자!’라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깊고 어두운 마음속에서 북 박쳐 올라온 감정에 눈물을 왈칵하고 쏟게 된 거지”
“그랬구나. 생각해 보니까 스스로 있는 힘껏 응원하고 돌봐주지 못하지 않았나? 가끔 어설픈 응원으로 ‘용기 내’라고만 했던 것 같아. 정작 힘든 순간마다 진심을 다해 아끼고 바라봐 주지 못한 것 같아.”
“그치? 나도 갑자기 터져버린 눈물에 당황했지만 그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더라. 감격, 고마움, 사랑, 위로처럼 나를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에 감동해 흘린 눈물이더라고. 그래서 이제부터 진심을 다해 응원해 주고 아껴줄 거야. 가장 먼저 나를 오래오래”
그렇게 두 번씩이나 슬픔 없는 눈물을 흘렸다. 소나기로 젖었던 마음의 무게는 홀가분히 씻겨가고, 나는 나에 대해 더 깊고 진한 이해로 가득 젖을 수 있었다. 나는 변할 것이다. 매일 작은 성취를 위해 도전할 것이고 빛나는 눈과 마음으로 모든 걸 아름답게 보고 들으며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