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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씨 Feb 24. 2020

라면같기도 하고, 짬뽕같기도 하고, 파스타 같기도 하고

Scenes of  Whom : Season 2 Ep 2.

나의 빛을 기록하는 시간.

타인의 빛이 아닌 나의 빛을 찾아나갑니다.

바래지 않는 빛과 색을 찾아서.




Scenes of Whom : 누군가의 장면들


Season 2 Ep 2. 라면같기도 하고, 짬뽕같기도 하고, 파스타 같기도 하고.

: 이상우, 스포츠 심리학 박사편



오케이. 이건 내 것이 아니야.
이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거지 실패는 아니라는거죠.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선수 때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떤 선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 때 알았어요. 안되지만 거기에 따른 어떤 패배? 실패는 아니고 패배. 얻지 못한거죠. 그렇기 때문에 얻는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게 안되는 걸 알았잖아요. 알았고, 인정하는거죠. 오케이. 이건 내 것이 아니야. 이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거지 실패는 아니라는거죠. 교훈도 얻었고.


인정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무언가가 잘되었을 때는 준비 과정을 보면 좋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는 인정을 하면 그 다음이 되게 수월해져요. 인정을 안하면 다음이 없어요. 리스타트 속도가 되게 늦어져요.  



그 때 제가 되게 축구를 잘하는 줄 알았어요. 풋내기였던거죠.



2008년에 FC 서울에 들어갔어요. 그 때 제가 되게 축구를 잘하는 줄 알았어요. 풋내기였던거죠.  잘하는 줄 알았고, 나는 국가 대표될 것 같고. 그런 꿈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축구를 되게 못하는 선수였어요. 정말 축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주눅이 들고 그랬었는데. 그 때 고민을 많이 했죠. 아, 이렇게 축구를 하기에는 오래 못하겠다는 걸 안거죠. 현실직시를 한거죠. 그리고 그 곳에 멘탈코치가 계셨어요. 어떻게 보면 귀인을 만난거죠. 딱 시기적으로 참 인연이면 인연이라고도 할 수 있고 운이었던 거죠. 터닝포인트였어요. 운이 좋게도 그 분이 스포츠심리학에서 영향력이 크신 분이었어요. 그 분에게 어렵게 가서 구애를 했죠~ 받아 달라고, 공부 좀 하게 해달라고.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심리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이걸 갖추면 더 오래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 스물다섯 살 때부터 학업이랑 운동을 같이해온 거에요. 그 때부터 준비하면서 당시에는 손가락질도 많이 받고, 운동 열심히 해야지 그걸 왜 하니? 국가 대표해서 돈 더 많이 벌어야지 왜 그 공부를 하냐는 질문을 받곤 했었는데 한 11년 전일이죠. 지금은 되게 잘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걸 음식으로 따지면 라면같기도 하고, 짬뽕같기도 하고, 파스타 같기도 하고 아 쫌 미묘해.



음. 축구를 그렇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판단하고나서 뭔가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겠구나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선수출신이지만 다양한 직업으로 나아간 사례가 많이 없어요. 없는데. 이제 양면성도 갖추면서 조금 남들이 가지않는 길을 가고 싶은거죠. 쟤는 빨간색같기도 하고 검정색같기도 하다. 긍정적인 양면성을 갖춘거죠. 대부분 한 가지 색이잖아요. 아, 쟤는 검정색 같아. 노란색 같은데?


어, 쟤는 축구코칭도 할 수 있는데, 글도 쓸 줄 아네. 강의도 할 줄 아네. 선수 멘탈도 관리할 줄 아네. 이런 다채로운 양면성을 갖춰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걸 음식으로 따지면 라면같기도 하고, 짬뽕같기도 하고, 파스타 같기도 하고 아 쫌 미묘해. 이런 느낌의 사람이 되어야 많은 사람에게 쓰임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을 한거죠.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자신감이 올라가고 더 좋고 뭔가 잘 잡아간다는 생각이 들고 재밌는 것 같아요.



(Q.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며 만족스러운지, 혹은 결점이 생긴다고 생각하시는지. 나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렵다… 질문…

나이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스포츠 심리학은 말그대로 스포츠선수의 경기력, 수행향상에 목적이 있고, 골셋팅이라는게 있어요.  목표를 세우고 그걸 계속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에요. 단기, 중기, 장기 기간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또다시 세부적인 목표를 세우기 때문에 사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내가 활동할 수 없고, 영향력이 떨어지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 이런 판단보다 나이를 한 살 먹을 때 마다 목표를 이루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여문다, 무르익고 있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목표를 계속 세우고 일어나는 과정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것도 나이에 연연하지 않게되는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나이에만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스물 다섯에 박사학위를 딸 수 없잖아요. 나이가 올라가면서 그에 맞는 목표를 세우는거죠. 저는 작년에도 목표를 세웠고, 올해도 목표를 세웠고, 또 2년뒤에 목표, 3년 뒤에 목표 이런 걸 계속 세우는 거죠. 그런 것들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나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나이가 먹었을 때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자신감이 올라가고 더 좋고 뭔가 잘 잡아간다는 생각이 들고 재밌는 것 같아요.



나 이거 모르는데 알려줘. 어떻게 하는 거에요?



2013년도에 선수로서 되게 좋았어요. 겁이 없었고, 진짜 막 뭐든지 다 됐어요. 그 때. 공부할 시기였는데 그 때가 전성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 4-5년 전까지만 해도 뭐든 이룰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행복했고 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너무 건방졌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이 전성기인 것 같아요. 선수생활을 할 때보다 지금이 더 인지도도 있는 것 같아요. 선수 때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때는 막 잘했던 것 같은데 하하. 그래서 지금은 선수였다고 이야기 잘 안해요.


저는 운이 되게 좋았던 게 참 숱한 고비가 많았는데 그때 누군가 나타나요. 그리고 도움을 줘요. 아, 이거 될까? 그런 순간에 누군가 나타나요. 그리고 그 고비를 넘고. 죽을 둥 말 둥 있으면 누가 '짠'하고 나타나요. 그게 지도교수님일 수도 있고, 석박사 선생님일 수도 있고, 다른 교수님일 수도 있고. 진짜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선수 때의 자존심을 버리고 그냥 나는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모르는 것은 그냥 다 물어봤던 것 같아요. 못 물어보는 사람도 많거든요. 나 이거 모르는데 알려줘. 어떻게 하는 거에요? 혼자는 힘들어요. 어떻게 시기적으로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방향도 제시해주고. 아, 어떡해. 진짜 이거 못하겠다. 때려치고 나오고 싶을 때도 많았죠. 사람이니까. 그럴 때 누군가가 나타나서 또 잡아주고. 또 그걸 넘기고. 그렇게 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운도 없는거죠. 준비가 철저하면 그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만큼 펼치되 내가 없는 것이 있다면 그 부분을 인정을 하고 내가 더 잘하는 것을 더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실상 제가 저의 스타일로 잘 해내어도 제 강연을 듣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다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것 같고 그건 굉장히 아마추어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다른 것에는 그렇게 개의치 않게 된 것 같습니다.



(Q. 나를 바라보는 타인에 대해서)


누군가가 저를 보면 열심히 살았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 같긴해요. 운동도 했는데 공부도 했으니까. 그리고 빠른 시간안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런데 그런 것에는 신경을 많이 안쓰게 되었어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다른 것에는 그렇게 개의치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기사에 악플이 너무 많이 달리고 SNS 계정으로 직접 메세지를 받은 적도 있어요.그 때 지도교수님께서 ‘쓰레기 매립장처럼 될지언정 아주 다 낱낱이 까발리라고 해라,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다음부터는 단념했습니다.


선수시절 경기를 하면 싸우기도 하고 퇴장도 당하고 했어요. 나만의 지켜야하는 프라이드가 있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그런 점이 다 변화했어요. 신기하게. 뭐가 안되더라도 어쩔 수 없지 뭐. 내 팔자인가 보다 뭐, 이렇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떤 일이 안되었을 때 어떻게든 제가 그걸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에요. 이미 물은 엎질러 졌고 지나간 것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그렇지만 그것에 얽메이다 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도 좋은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어쩔 수 없다라고 그냥 그래요.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매력있는 것 같아요.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간과 무언가로 인해서 발전하고 변화하고
그래서 인간이 매력적인 거지
기계는 매력이 없다는 거죠.
인간은 부족하지만 다양성이 있고,
이거저거 해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나요?



Illustration by 삼도씨. <Play your life>


프로축구선수의 다음 챕터로 스포츠 심리학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박사 이상우님의 이야기 였습니다.





Season 2 Ep 2. 라면같기도 하고, 짬뽕같기도 하고, 파스타 같기도 하고.

: 이상우, 스포츠 심리학 박사편



내 안의 빛을 찾아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나의 색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의 여정을 걷든

그것은 변색이 아닌 또다른 색의 챕터로 넘어간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기록을 모아 이번 겨울은 그림과 함께 책으로 편집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와 말이 이 곳에 잠시 머무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이른 겨울

삼도씨

*위 프로젝트는 스포잇과 함께 진행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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