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도씨 Oct 05. 2020

오늘 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게

Scenes of  Whom : Season 2 Ep 7.

나의 빛을 기록하는 시간.

타인의 빛이 아닌 나의 빛을 찾아나갑니다.

바래지 않는 빛과 색을 찾아서.






Scenes of Whom : 누군가의 장면들


Season 2 Ep 7. 오늘 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게

: 황진성, 프로 축구선수 편




처음에는 좀 미련이 있었는데
마음 정리하고 나서는
큰 미련 없이 다음 걸 재밌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무엇을 위해 살고 계신가요?



요즘 제일 행복한 순간은 와이프랑 우리 강아지랑 산책할 때에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그때가 행복하고. 그리고 하나 생긴 목표가 저에게 레슨을 받는 아이들의 실력을 빠른 시간에 향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과 그 목표 두 가지에 집중하면서 살고 있어요.  




황진성 선수. Photo by Jongho Lee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는지.



네, 바뀌었어요. 선수 생활할 때에는 내가 경기를 잘하는 것, 경기에 이겨서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 등을 생각하며 조금 나를 위해서 살았다면, 은퇴하고 지도자로서 살면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좀 더 잘 될 수 있게 그 아이들에게 좀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아요. 또 가족에게도 집중하고 있고요.


선수생활할 때에는 포커스가 나에게 맞춰져 있었다면 은퇴한 후에는 그게 좀 더 타인에게 옮겨 갔다고 해야 하나.  


선수 생활할 때에는 일단 저의 몸 관리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희생을 많이 했죠. 와이프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희생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으니까 제가 더 맞추고 : )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내 삶의 전성기가 언제일까요? 전성기가 또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지.



네, 선수생활할 때는 제 전성기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은퇴를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오히려 성향상 이게 나의 직업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선수생활할 때는 항상 경쟁을 해야 하고, 상대 선수와 싸워서 이겨야 하고 이런 걸 매일 하다 보니까 제가 마음이 좀 힘들었거든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하나도 없고,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어떻게 좀 더 발전시킬까를 생각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고 이 일이 저한테 참 천직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지도자로서 전성기는 어떤 걸까를 생각해보면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많으면 좋고, 한 두 명이라도 정말 축구를 나중에 정말 잘하거나 축구를 하면서 정말 행복해하거나 뭐 예를 들면 그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거나 하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다시 이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선수로서 삶도 너무 좋았는데 힘들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은퇴하고 나서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는데,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완전히 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황진성 선수. Photo by Jongho Lee




축구선수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성격



일단 기본적으로 볼 감각은 타고나야 하는 것 같고요, 볼을 다루는 능력.
기술적인 부분은 배울 수 있는데 본능적인 감각 같은 경우는 가르치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걸 좀 타고나면 좋을 것 같고. 그다음에는 성격이 좀 같이 잘 어울리는 성격이면 좋을 것 같아요. 단체로 활동하는 스포츠다 보니 어디를 가도 동료들, 코칭스태프들,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거기서 함께 잘 지내면 뭐든 좋은 결과로 잘 돌아오는데, 그런 생활이 좀 어렵고 나만 생각하는 성향이 있으면 조금 힘들죠…


잘하는 친구 중에 그런 친구들이 좀 있어요. 같은 팀에서 내가 가장 잘하니까 나 혼자 다 해야지 이런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에게는 이야기를 해주는 게 네가 물론 잘해서 혼자 하는 것도 좋은데 팀 동료와 같이 서로서로 협력해가면서 잘 됐을 때는 네가 혼자 잘할 때보다 훨씬 느끼는 성취감이 다를 거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 것도 네가 느껴보면 좋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해주거든요.


축구의 매력은 참 많은데 저는 그 느낌이 되게 좋아요. 같이 해서 뭔가를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 나 혼자 뭔가를 만들어내서 좋은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서로 도와주는. 누군가의 부족한 점을 내가 좀 채우고, 나의 부족한 점을 누군가가 채워주면서 뭔가 결과를 냈을 때 오는 그 성취감이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말 좋거든요.




아이들이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면 보통 어떻게 조언해주시나요?



고등학교 진학을 해야 하는데 원하는 학교를 못 가게 된 아이나 되게 잘하는 친구인데 부상을 당해서 앞으로 축구선수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인 아이도 있어요. 상황마다 제가 이야기해 주는 게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어떤 상황에서든지 아이들이 행복하게, 즐겁게 축구를 하길 바라요.


원하는 학교를 가지 못하고 다른 학교를 가더라도 네가 즐겁게 열심히 하다 보면 실력이 좋아지고 오히려 나중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줘요. 다쳐서 쉬고 있는 친구는 축구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 나을 때까지 즐겁게 생활하자. 그리고 재밌게 다시 해 보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요.


저는 선수생활할 때에도 성격상 막 싸워서 이기고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저는 그때도 같이 재미있게 하는 그 과정을 좋아해서 지금 아이들과 훈련을 할 때에도 누구를 이겨야 돼, 경쟁에서 이겨서 살아남아야 해, 이렇게 가르치기보다는 네가 행복하게 축구를 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 고민도 하지 만요.



 

황진성 선수. Photo by Jongho Lee




경쟁이 힘든 친구들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의 경험에 비추어서 이야기를 해줄 수밖에 없는데 나는 이런 사람인데 그것과 다르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너무 애를 쓰고 하면 그런 모습이 스스로 안쓰럽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친구가 있다면 너무 애쓰지 말고 어차피 네가 죽어라 해도 안될 건 안되고, 네가 대충 해도 될 건 된다고 하고 싶어요.


축구를 하는 친구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모든 아이들을 지도할 수는 없지만 저와 인연을 맺은 친구들만이라도 재미있게 즐겁게 축구를 하면 좋겠어요.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들



선수생활할 때 감독님이나 지도자 분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면 경기를 나가지 못하잖아요. 저는 그때 저를 바라보는 가족들을 보는 게 제일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럴 때 제가 이 상황을 이겨내기보다는 좀 버텼던 것 같아요. 이 시기를 어떻게든 좀 버티자. 버티고 나면 좀 좋은 날이 오겠지. 그러면 우리 가족들도 다시 행복하겠지. 그런 마음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부모님이 전폭적으로 그 꿈을 지지해 주셨고, 제 와이프도 지원을 많이 해주었고요.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



나이는 전혀 신경 안 쓰고 있어요. 나이는 진짜 숫자에 불과한 것 같고,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쌓이니까 좋은 인격체가 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하하


한 이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을 대할 기회가 없었고, 전혀 그때는 이런 능력치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그게 또 쌓인 거니까…




황진성 선수. Photo by Jongho Lee



그동안 내게 많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 해왔구나




스스로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게 있다면.



기록이죠. 선수 생활하면서 남겼던 기록들. K-리그에서 역대 통틀어서 아홉 번째로 50-50 클럽에 가입한 거나 현재 포항 스틸러스 역대 최다 공격 포인트 이런 것?

그런 건 좀 뿌듯해요~

그동안 내게 많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 해왔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은퇴하기 전에는 이런 건 전혀 생각을 안 했었거든요. 이런 게 ‘나에게 뭐가 중요하겠어. 지나면 없어지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은퇴하고나니 그런 기록들이 쌓인 걸 보니까 되게 좋아요. 뿌듯해요. 그래서 얼마 전에 인스타에도 올리고. 하하하



즐겁고 행복하게 축구를 했던 좋은 사람




누군가 나의 기념비를 세워준다면 어떤 문장이 좋을까요?



예전에 어떤 선수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즐겁고 행복하게 축구를 했던 좋은 사람 – 그런 말을 했더라고요. 나도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력은 노력을 해서 키우는 거지만
운은 좋은 마음, 착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을 하면
조금 더 좋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운과 노력에 대한 생각.



저는 운은 노력뿐만 아니라 선한 마음, 착한 마음과 함께 온다고 생각해요. 삶에서 혹은 훈련을 할 때 좋은 마음으로 행동하면 운이 좋은 쪽으로 오는 것 같아요. 실력은 노력을 해서 키우는 거지만 운은 좋은 마음, 착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을 하면 조금 더 좋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도 강조하는 것이 인성이에요. 기술을 배우거나 실력을 높이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동료들에게 하나라도 양보하거나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지도자 분들의 마음도 이해해보려고 하고, 조금 참고 기다리고 인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 다른 쪽에서 도움을 받거나 좋은 상황이 펼쳐지는 경험을 종종 했거든요.


예를 들면 팀 동료나 지도자 분들뿐 아니라 기사님이나 식당 이모님 같은 분들에게도 잘하면서 지내면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으로부터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제가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좋아하는 구절이 하나 있는데요. 내가 지금 당장 악한 일을 해도 바로 악이 오지는 않지만 선은 멀어진다. 내가 지금 선한 일을 하면 지금 당장 행복한 일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악은 그만큼 나로부터 멀어진다 그런 이야기였어요. 저는 그 이야기를 정말 좋아해요.          




황진성 선수. Photo by Jongho Lee




경기장에서 몰입했던 순간



초등학교 다닐 때 참가했던 시합 중에 비가 굉장히 많이 왔던 날이 있어요. 아직도 그때가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어느 순간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주변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던 경험이 있어요. 제 기억으로는 대략 5초 정도 그랬던 것 같아요. 되게 신기한 경험이었고, 어떻게 그랬을까 지금도 생각해요.


프로경기에서는 상대팀과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런 걸 느낄 때가 있거든요. 아, 이 팀이 우리보다 강하구나, 혹은 조금 약하구나.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우리 팀이 되게 단단하다는 걸 느낀 적이 한 번 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팀 선수들이나 구성원들이 뭔가 탁 뭉친 날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경기를 하는 도중에 우리 팀이 되게 단단하다고 느끼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그런 느낌을 몇 번 느낀 적이 있어요.




앞으로의 인생에서 기대되는 것



제가 가르치는 친구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시간이 지나면서 보게 될 거고, 그런 게 많이 기대가 돼요.




황진성 선수. Photo by Jongho Lee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경기란



한마음으로 뭉쳐서 경기를 했는데 이겼을 때. 오늘 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자. 그런데 재미있게 하자. 제가 축구하는 스타일도 그런 것 같고. 부드럽게 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Behind Cut...



황진성 선수. Photo by Jongho Lee



부드러운 힘을 지닌 황진성 선수
그의 새로운 꿈을 응원합니다.









Seoson 2 Ep 7. 오늘 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게

: 황진성, 프로 축구선수 편



내 안의 빛을 찾아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나의 색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의 여정을 걷든 그것은 변색이 아닌 또 다른 색의 챕터로 넘어간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기록을 모아 이번 겨울은 그림과 함께 책으로 편집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와 말이 이 곳에 잠시 머무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가을

삼도씨


*위 프로젝트는 스포잇과 함께 진행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사진의 권리는 스포잇과 address one 스튜디오의 이종호 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항상 시간이 필요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