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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씨 Dec 21. 2020

다시 축구가 좋아지는 시간

Scenes of  Whom : Season 2 Ep 9.

나의 빛을 기록하는 시간.

타인의 빛이 아닌 나의 빛을 찾아나갑니다.

바래지 않는 빛과 색을 찾아서.






Scenes of Whom : 누군가의 장면들


Season 2 Ep 9. 다시 축구가 좋아지는 시간

: 이승렬, 프로 축구선수 편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다시 축구가 좋아지는 시간




한 줄로 자신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다시 축구가 좋아지는 시간.


지금은 그런 것 같아요. 제가 3년 전에 은퇴를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른 나이에 한 건데 그때는 축구가 너무 싫었어요. 그러다가 최근 들어 친구들끼리 모여서 축구를 하다 보니까 다시 축구가 재밌어지고, 지금 하던 일도 거의 다 접고 축구 쪽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 가지고 유튜브 계정도 만들어 놨어요 : )




누군가가 나를 볼 때 어떤 이미지일까요?



요즘 자주 볼을 차는데, 그냥 볼 잘 찬다! 하하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을 거예요.




축구에 대해 알리고 싶은 점



어린 나이에 축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친구들, 그다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대표나 1부에 있는 프로선수들은 알지만 저희는 4부 5부까지도 있거든요. 10년 정도 축구를 해도 미디어에 이름도 안 나오는 친구들도 많아요. 다 프로 선수들인데. 그런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있고, 그런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더 노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걸 생각하고 있어요.


축구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하는 노력을 대중들은 알기 어렵잖아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와 땀을 흘리며 노력해온 과정이 있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느끼는 건데 이렇게 평생 죽어라 축구만 해도 아무런 보상이 없는 친구들도 많아요. 월에 일이백도 못 버는 친구들도 많고. 근데 그런 친구들을 보면 축구에 아직 미련도 많고, 아직 축구에 대해 끈을 못 놓거든요. 우리가 쉽게 잘 알지 못하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십 대 초반에 반짝하고 몇 년 후에는 사라지는 선수들의 스토리라든지. 그런 케이스가 굉장히 많아요.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제가 그 과정을 해보지 않으면 권유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제가 직접 해보려고 해요.




축구를 다시 하실 계획인가요?



저는 축구선수로서는 나이가 있는 편이지만 어린 친구들을 위해 그 과정을 다시 겪어보려고 해요. 복귀하는 것까지. 예를 들어 K1이 아니더라도 축구를 할 수 있는 팀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제가 은퇴한 지 삼 년 정도 되었으니까 정말 힘든 일일 거예요. 스물 중반 정도 되는 친구들 중에 축구를 하고 싶은데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거나 팀을 구하지 못해서 쉬고 있는 친구들, 아니면 다른 일을 하려고 준비하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같이 만들어 보려고 해요. 그런데 제가 그 과정을 해보지 않으면 권유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제가 직접 해보려고 해요. 몸도 다시 만들고 있고!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삼 년 만에 우연히 축구를 하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운동장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고




지금까지 축구를 위해 살아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네, 그렇죠. 어릴 때부터 축구를 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축구가 계속 좋았고. 그런데 한 순간에, 일 이년 정도 – 축구와 마음이 멀어지고 은퇴를 하게 되었죠. 그런 마음이 반복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다시 축구 쪽 일을 하게 되었네요. 운동을 그만두면서 아예 축구를 놓아버렸어요. 그런데 삼 년 만에 우연히 축구를 하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운동장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고…. 프로 때 느끼지 못했던 거고 오히려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프로생활 10년을 하면서 한창 할 때는 그냥 외부 요인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축구는 하고 싶은데 축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외부요인들이 꽤 많거든요. 예를 들어 부상도 있을 수 있고, 팀 관련 이슈도 있을 수 있고, 에이전트 문제도 있고요.   





축구가 시간 날 때 하는 거면 좋겠고,
모두가 그냥 즐기고 좋아하는 거면 좋겠어요.




프로축구선수로 가는 길이 아니어도 사람들에게 축구를 추천해주시나요?



네! 저는 축구가 직업이 아니어도 좋아하고, 어릴 때 우리 태권도나 합기도 많이들 하는 것처럼요. 그런 것처럼 축구가 시간 날 때 하는 거면 좋겠고, 모두가 그냥 즐기고 좋아하는 거면 좋겠어요. 프로선수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체육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든 축구를 할 수 있는 문화가 활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 그렇고, 화려하게 보이는 축구 세계의 뒷면에는 여러 가지 모습,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그중에 두세 가지라도 분명히 얻게 되는 순간
기분이 정말 좋아요.




축구를 직접 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점은 어떤 게 있나요?



성취감이요! 자기가 노력한 만큼 성취감이 있는 것 같아요. 쉽지는 않죠. 그런데 그때가 있어요. 열 가지 노력을 해도 열 가지를 그대로 얻을 수는 없지만, 그중에 두세 가지라도 분명히 얻게 되는 순간이요. 기분이 정말 좋아요. 희열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저는 선수 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어요. 오늘 저녁이나 내일 경기가 있으면 그 경기장에 들어가서 운동장에 서는 위치마다 어떻게 퍼포먼스를 할 건지 구체적으로 상상을 해요. 그럼 그 상황이 닥쳤을 때 그렇게 하게 되거든요. 내가 연습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생기고 제가 트레이닝한 것을 그대로 하게 될 때 너무 뿌듯해요. 그런 순간순간이 엄청 많아요. 아마 모든 선수들이 할 거예요 이거는.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도 뛰고 그래요.
내가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당신의 전성기, 혹은 또 다른 전성기가 오기를 기다리시나요?



있었던 것 같고, 그때는 운도 많이 따라줬던 것 같고. 말도 안 되게 운이 잘 따라줬어요.  2010년도, 월드컵에 나가기 직전이죠. 정말 그때 하고 싶은 대로 다 됐어요 축구가. 대표팀 경기에 나가면 골을 계속 넣고. 그런데 그게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서 월드컵에 출전하게 되었고…


‘경쟁에서 살아남겠다!’ 보다는 경험을 쌓기 위해 갔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경기에 나가고, 운도 막 따라주고,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니까. 그때는 생각한 데로 다 됐어요. 꿈이었던 월드컵 경기도 가보고. 그때 운동선수에게 나쁜 거라고는 하나도 안 했고, 몸 관리도 엄청 하고, 24시간 축구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꿈에서도 축구 생각할 정도로. 그러다 보니 운도 따라온 것 같고, 모든 게 잘 되지 않았었나 싶어요. : )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도 뛰고 그래요. 내가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가면 그때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하지만 또 다른 전성기가 올 거라고도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걸 해서 언제 전성기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거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없이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재미가 없기도 하고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면 제2의 전성기나 좋은 날이 또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 )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내가 왔던 길을 한 번씩 돌아보는 것 같아요.
내가 잘 왔는지 생각하게 되고.




나이에 대해서….



이십 대에는 그냥 앞만 보고 간 것 같은데 이십 대 후반, 삼십이 넘어가면서 내가 왔던 길을 한 번씩 돌아보는 것 같아요. 내가 잘 왔는지 생각하게 되고. 이십 대에는 마냥 꿈만 좇아간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것만은 아닌 것 같고요. 제가 다른 일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삼 년 육 개월 정도 했거든요. 꽤 길게 했고, 이게 맞나 또 돌아보게 되고요.


후회라기보다는 계속 점검하는 거 같아요. 내가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생각해보며 불안했던 것도 같고. 집에 가스불을 끄고 나왔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처럼. 하하 확신이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거든요.
그때 제일 좋은 건 대화인 것 같아요.




감정이 폭발하거나 혹은 너무 억누르면서 생기는 실수도 있었나요?



사람들은 가끔 울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야 안에 쌓인 것도 표출된다고들 하는데 대부분 운동선수들은 그런 걸 감추는 것 같아요. 오늘 경기를 했는데 어떤 선수의 실수 때문에 지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거든요. 그런데 혼자 무거운 죄책감에 다음 경기, 그다음 경기까지 그 감정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운동장이나 클럽하우스에서 보면 그걸 계속 가지고 있는 게 보여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 앞으로 더 해야 할 게 많으니까 빨리 털어냈으면 좋겠는데… 그것 때문에 자기 기분도 다운되고 그걸 보는 선수들도 같이 다운될 수도 있고요.


그때 제일 좋은 건 대화인 것 같아요. 동료일 수도 있고, 가족, 여자 친구일 수도 있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꺼내 놓으면 그게 좀 풀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꾹꾹 참는 게 안 좋은 것 같아요.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사실 인생에서 문제가 뭐든
사람들이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인생에서 문제가 뭐든 사람들이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관계에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경기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요. 경기장에서 같은 팀이 열한 명인데 화날 때도 많아요. 한 명에게 한 번씩만 화가 나도 열한 번 화내야 하는데, 하하. 그런데 거기서 보통 다 끝내고 나와요. 락커룸에 오면 다시 대화도 하고. 종종 꿍해있는 친구들은 거기까지 감정이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럼 사이가 불편해지죠. 그래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가 그거 에요. 팀 미팅을 하면서 각 선수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해요. 이게 공동체 생활이다 보니까 싫어하는 것을 공유를 안 하면 어려워요.  




어떤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운.

운은 누구에게나 찾아가는 것 같아요. 능력과 운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9:1. 운은 1.
운이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데 그걸 놓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실수가 생길 수도 있고요.




스스로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일도 있나요?



남 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것.

그리고 후배들, 동생들을 찾아가는 게 앞으로 잘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의 사회적 위치가 아니라면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많을 것 같아요! 요즘 정말 많이 다니고 있어요. 술 한잔 하자는 친구들도 많고… 저는 그게 다행인 것 같아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고, 제가 싫어하는 사람도 없고.


저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주위 사람들을 한 번 거른 적이 있어요. 그 이후에는 남아있는 인연도 인연이지만 새로운 인연이 생겨도 그 전과는 관계가 조금 바뀐 것 같아요. 그 전이랑은 만나는 대상도 조금 달라지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경우가 더 많아지기도 했고요. 축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것 같아요. 회사원부터 선생님, 고깃집 사장님…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고요!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지금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또 살아볼 것인지



아니요. 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정해진 건 없지만 한 번 이 삶은 겪어봤으니까. 다른 스포츠를 해보거나 공부를 해보거나.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끼시나요?



말.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대화와 소통이 재밌어요! 대화하면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친구들이랑 차만 타고 이동해도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오래갈 수 있는 친구가 있잖아요. 대화도 잘 통하고.  




사람들이 나의 기념비를 세워준다면, 어떤 문구가 새겨질까요?



제 친구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저를 자유인이라고 해요. 마음대로 하고 다녀서 하하.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고 다니니까. 저는 그게 행복해서 하는 거기 때문에 그런 기념비가 있다고 하면 ‘영원히 행복해라.’ 그런 문구가 들어가면 전 좋겠습니다.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이승렬 선수. Photo by Jongho Lee





미래를 향한 에너지가 충만한 이승렬 선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eoson 2 Ep 9. 축구가 다시 좋아지는 시간

: 이승렬, 프로 축구선수 편



내 안의 빛을 찾아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나의 색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의 여정을 걷든 그것은 변색이 아닌 또 다른 색의 챕터로 넘어간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기록을 모아 이번 겨울은 그림과 함께 책으로 편집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와 말이 이 곳에 잠시 머무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한 해의 끝에서

삼도씨


*위 프로젝트는 스포잇과 함께 진행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사진의 권리는 스포잇과 address one 스튜디오의 이종호 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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