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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씨 Oct 21. 2023

기억의 발굴 워크숍 2023

개인의 데이터 셋을 연구하며 '나'라는 개념을 정의해보기.

EP 01. 몸 - 신체감각과 경험


우리는 ‘나’라고 하는 것이 세상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형태로, 그리고 하나의 덩어리로 존재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상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정확한 경계가 없다. 언젠가는 세상에 내 일부가 흩어질 수도, 언젠가는 이 육신의 경계 안으로 스스로를 꼭꼭 숨길지 모를 일이다. 


소매틱 무브먼트를 통해 매번 ‘나’라는 것의 경계가 세상으로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비단 나의 팔의 모양, 다리의 모양, 얼굴의 굴곡을 따라 내 존재의 경계가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매개되어 나의 크기와 모양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무엇과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떠한 ‘과정’속에서 존재하는 것일까?
소메틱 워크숍에서 경험하는 신체의 확장


신체의 부분들을 각각 인지해 보는 경험은 우리 몸이 사실 아주 다른 것들이 마치 하나처럼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경험은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나의 신체 뿐 아니라 나를 인지하는 내 머릿속 지도를 새로 그리게 한다. 일상에서 ‘걷기를 담당하는 다리’로 걷는 것만 해온 나의 다리는 새삼 만져지고,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을 것이다. 위로 뻗어볼 수도 있고, 다리를 달달 떨어볼 수도 있고, 다리의 또 다른 가능성을 깨닫는다. 중심도 안정적으로 이리저리 옮겨볼 수도 있게 되었다. 언제나 아래, 바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주지만 마치 위아래가 없는 지구처럼 내 몸도 다양한 방향을 알아가며 가능성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다양한 방향으로 내 몸을 운용해 볼 수 있다. 나와 무엇과의 경계를 신체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그 개념을 정립해 볼 수 있다. 신체로 세상을 감각하며, 동시에 나의 경계를 상상하는 작업을 위한 기반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EP 02. 지도 - 타인의 기억 


개인의 데이터는 수많은 방식으로 쌓이고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휴대폰의 사진을 지도를 바탕으로 보게 되었다. 아이폰과 구글 포토가 사진을 저장하고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구글 포토 앱에서 데이터의 양을 시각화 하는 예시(영상)

2001년의 사진은 무언가 오류가 난 듯 싶다.

대략 내 몇 년간의 행적이 6만 여장의 사진과 위치 데이터로 시각화 된다. 하나의 덩어리 같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작은 점들이 연걸되어 패턴을 만든다. 

















주로 거주하는 서울과 광주의 사이가 마치 시냅스의 줄기처럼 뜨문 뜨문 길게 연결되어있다.

저 모든 지역을 가본 것은 아닌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수없이 찍은 사진들, 그 순간들, 그리고 지인들이 보내준 사진의 정보가 내 지도 안에 기록되어 있다.


내가 느끼는 이 순간(이것을 지금의 나라고도 할 수 있을까?)이 사라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강박적으로 순간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습관이 있는데 내 기억의 일부는 나의 선택 뿐 아니라 타인의 경험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아이폰에서는 데이터의 양을 숫자로 표시 후, 썸네일을 띄워 보여준다. 이 때 내가 두 도시를 이동하며 수많은 사진을 찍었던 걸 알았고 기분이 묘했다. 이동이라는 것이 절대 점에서 점으로 발생하지 않듯이 나라는 존재도 어제의 내게 오늘의 내가 끊임없이 쌓이고 연결되며 만들어 지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촬영된 사진의 숫자를 알려주는 것 보다는 그 양을 다양한 색과 색의 농도 변화로 보여주는 구글 포토가 더 재밌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썸네일로 대표 이미지를 보여주니 잠자고 있던 기억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순식간에 후루룩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소중히 간직하던 기억의 일부는 타인이 전송한 추억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도 재밌다.

(내 기억의 앨범에 누군가의 의도가 침투한 것 같아 이상하기도하다.)




















EP 03. 언어 - 체화되는 공동의 기억 


나는 언어로 된 사람이다. 

이 세계를 감각하고, 기록하는 방식은 언어를 통하고, 언어로 귀결된다.

사진이라는 이미지도 결국 이랬다더라~ 하는 이야기의 기록일 뿐이다. 모든 것은 발생하고 사라진다.

이야기가 남는다. 나를 이루는 기억과 타인의 기억은 이야기로 내안에 혼재하며이것들은 새로운 것의 창출, 의지 따위 같은 것을 발현시킨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기억들은 또다시 여러갈래로 나뉠 수 있다. 

개인의 기억과 다수가 쌓아온 공동의 기억.

공동의 기억은 발화 주체가 사라지더라도 누군가에게 이미지와 이야기의 형식으로 전달된다.

(후에 더 연구해 보고 싶은 부분임)


내가 평소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개인의 사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일이지만, 

지도를 통해 나의 정보를 탐색할 때에는 소축척으로 제작된 지도에서 하나의 덩어리로 나타나는 패턴이 재미있었다. 언뜻 사진 정보가 만드는 패턴은 온전히 연결되어 나를 대변하는 듯하지만 해당 이미지는 확대를 할 수록 점처럼 분포되어있었다. 게다가 그 기억은 타인의 순간을 캡쳐하여 보관하는 스크린 샷, 타인의 선택으로 전송되었으나 나로인해 다운로드된 누군가의 일부로 순수하게 나의 데이터라고 부르기도 어려웠다. 이는 '나'와 '나'의 연결에 대한 생각, '나'라는 개념에 대한 고민을 움트게 해주었다. 


나라는 것은 어떤 과정이고, 오늘의 나는 점이지만 동시에 점찍을 수 없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온전히 기록하기는 어렵다. 비단 컴퓨터의 데이터 저장방식만의 문제일까?
나를 대변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며 기억의 본질을 탐색하던 초창기  기록


나는 기억의 발굴 워크숍에서 개인의 데이터를 추적하며
기억의 본질이 의미하는 바를 찾고 있으며,
그것은 곧 '나'라는 개념의 정의를 탐색하기위한
전초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확장되는 신체의 경험과 구글 포토에서 맵의 형태로 수집된 나의 기억을 살펴보면 '나'라는 것을 정의하기에 물리적인 경계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내가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기억과 경험은 모두 타인과 일정 부분 공유되고, 공동으로 점유하여 내게 흘러들어온 기억은 서로의 기분과 정체성, 의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구글 포토에서 제안하는 "Songey You"의 외양(특히 얼굴), 나의 수많은 점을 정보화하는 다양한 카테고리(구글 포토는 장소, 물건, 문서 등의 단어로 내 사진 데이터를 분류함)를 사각형의 썸네일로 본다. 

작은 사각형에 수집된 기억들을 담고, (나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질 이야기의 일부로서 내가 수집한 문장을 함께 전달하기로 한다.



EP 04. 작은 사각형(Back to Square 1.) - '나'와 '나'를 연결하는 방식 


Back to Square 1. 

내가 수집한 이미지는 내 의지를 가지고 선택한 것임을 제외하고나면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하기 어려운 정보들로 가득차 있다. 미드에서 주워들은 "Back to Square 1."이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순수한 나의 본질을 찾아 진짜 내가 나올 때까지 모두 쪼갠다기 보다는 

나를 담고 누군가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의미로 동시에 존재하는 

작은 사각형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작은 사각형 만들기 - '나'와 '나'를 연결하는 방식
조건
1. 작은 사각형은 나를 담을 것.
2. 작은 사각형은 누굴가를 담을 정도로 클 것.
3.내 의지로 고른 이미지와 문장이 함께 할 것.

만드는 방식


작은 사각형은 크게 한반도를 담을 크기이면서 동시에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여야 한다. 한반도의 모양이 담기는 축척을 기준으로 기다란 패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거리를 작은 사각형의 크기로 설정하였다. 


한반도의 대략적인 모양을 읽을 수 있는 소축척 지도 (대략 1:5,120,000의 축척)에서 5cm(5.34) 정도면 내가 오간 서울과 광주의 기다란 패턴이 들어온다. 

구글 맵을 기반으로 서울과 광주의 거리를 보여주는 지도
국가교육정보서비스 에듀넷

에듀넷 링크


작은 사각형은 어떤 이미지로 나타나든 다음과 같은 주제의식을 표현한다. (정리 중)

1. 신체 감각과 경험, 타인의 기억, 체화된 공동의 기억

2. 나라는 것은 '어떤 과정'이다.  

3. 타인의 기억

4. 혹은 타인의 기억과 혼재되는 순간

5. 내 머릿속 지도 

6. 즉, 내가 경험한 세상의 Data.

7. 나의 데이터는 나를 고정하는 값이 아니라 경계를 허물게 할 것. 

8. '나'와 '나'를 연결하기


Drawing Studies of Small Squares.

전시에서 선보일 작은 사각형은 Drawing study로 1차 구성함.


작은 사각형을 위한 드로잉 연구
작은 사각형을 위한 드로잉 연구


작은 사각형을 위한 드로잉 연구






* 2023년 10월 23일(수) 부터 ACC <MY BACKYARD: 기억의 발굴> 쇼케이스 전시에서는 작은 사각형이 나와 나를 연결하는 방식과 기억의 본질을 이미지화한 결과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현장 사진 업데이트 예정)
*본 연구 과정은 ACC 상호작용예술 연구개발 [Interactive art Lab] 창제작 워크숍 <MY BACKYARD: 기억의 발굴>의 일환으로 서울익스프레스 전유진, 홍민기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당분간 유지할 인터뷰 방식. 나의 다른 조각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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