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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 Jul 07. 2018

스타트업에서 일 하기 전 필요한 셀프체크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요?

얼마 전부터 나와 함께 일을 해야 할 몇 사람들을 채용하며, 이력서를 받고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내가 벌써 누군가를 채용하고 인터뷰를 보며 판단할 수 있는 위치인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었고, 여러 가지 질문을 준비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전 수많은 해외 그리고 국내의 구글이니 아마존이니 크고 작은 테크 기업과 인터뷰를 봤던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이랑 가끔 대화를 나눌 때 하는 말인데, 세상엔 정말 똑똑하고 능력이 출중한 인재가 많다. 그만큼 똑똑한 사람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필요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기 위해 공고를 올리면 그 능력에 맞는 똑똑한 사람들은 지원을 한다. 똑똑한 사람들은 넘쳐난다, 인터뷰를 통해 변별해야 할 것은 그 똑똑한 사람들 중 누가 '우리 회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가 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실 나는 8개 국어를 하거나 코딩 실력이 뛰어나거나 학점이 4.0/4.0인 사람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로서 항상 이 질문에 귀를 기울인다.


Why do you want to work for a startup?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우선 나에게 물어보자, 나는 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싶었는가?


나는 대학교 때부터 외국계 대기업(Fortune 500)에서만 일을 해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인 인사 과정을 통해 입사하는 것이 익숙했었고, 대기업이라는 조직 문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꽤 알고 있다. 대기업에는 항상 커다란 구조와 상하관계가 있다. 인턴 위에 어쏘시에잇, 그 위에 매니저, 매니저 위에 시니어 매니저, 그 위에 헤드나 리드; 보통은 이런 식으로 구조가 형성되고, 각자 위치에 맡는 책임을 가지게 되며, 그 업무에 대한 책임을 다 하면 사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굳이 세일즈를 한다거나 코딩을 더 배운다거나 +a를 하지 않아도 회사는 잘 흘러간다. 왜? 각자 포지션에 맞는 인력과 체계가 있으니까. (물론 대기업도 무지 바쁘다, 다만 이미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추어진 곳에 불필요한 소금이나 설탕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는 뜻)


나는 일 욕심이 굉장히 많고, 굉장히 성격이 조급해서 모든 것을 빨리 처리해야 하고, 100이라는 목표가 있다면 200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손을 거쳐 새로운 것이 만들어져 나가는 것을 보는 것만큼 희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정도 주니어 시절 내 위 마케팅 매니저와 팀장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를 배웠고 위에서 "1+1=2야"를 가르쳐주면 "그래서 10+10은 뭔데요?"를 독촉하며 배움과 챌린지를 갈망하고 있었다. 단점이라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빠르게 해결하려는 내 성격 상, 내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곳을 가자라고 다짐을 하게 된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밤늦게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내 손으로 큰 것을 만들고 싶어서", "회사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성장하는 과정까지, 챌린지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훗날 비슷한 일을 하고 싶다는 이러한 이유가 나를 황량한 사막의 허허벌판 같은 스타트업으로 오게 한 이유였다, 그리고 정말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 하기 적합한 사람인가?

인터뷰를 보러 오는 사람들 중 스스로가 스타트업을 지원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9AM-6PM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일 할 것을 예상하고 들어왔는데 너무 많은 업무량과 어지러운 체계에 겁을 먹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언제 망할지 모르는(?) 스타트업의 불안정함 속에 조마조마하여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많이 봤다.


사실 어느 기업이나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대기업이던 중소기업이던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던, 다만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이러한 회사에 일하기 적합한 사람인지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질문과 판단 후 결정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들은 후)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를 나열해 보았다. (스위스 본사 스타트업 기반인 데다 주관적인 의견이 있어 100% 이 기준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참고하면 좋을 듯싶다)


1. 가이드라인이 없다, 체계가 없다, 하지만 내가 만들면 된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회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기존 멤버들이 잡아놓은 체계가 있는 곳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아직 개발해나가는 단계인 경우가 많고, 창설자 몇 명과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 같은 경우 처음부터 모든 것을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이러한 점 때문에 스타트업에서 경험이 전혀 없는 신입사원보다는 이전 다른 곳에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인데,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곳에서 전략을 짜고 상황에 맞추어 룰을 만들고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조차 모든 스타트업 직원들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과정이 많으며, 무엇이 필요한지 캐치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동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 좋아하거나, 특별한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이 거저 거를 시도 해 보는 사람이라면 알맞은 곳이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곳에서 처음에는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막상 손에 흙을 묻혀가며 회사에 새로운 체계 하나를 만들어 내고 회사가 점점 회사다워지는 모습을 볼 때의 그 성취감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회사는 이를 반영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2. 주어진 업무의 개념이 없는 곳, The more, the better 

스타트업에 오면 밤낮 안 가리고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이다. 스타트업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회사다. 개발부터 오퍼레이션, 마케팅, 비즈니스 디벨롭, 인사 과정까지, 각 팀 별로 포지션별로 적당히 잘 배분되어있는 업무만 잘 끝내면 회사가 잘 굴러가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말 쉬운 예로, 새로운 독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 개발을 한다고 해보자. 마케팅 매니저는 아래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독일 시장의 핀테크 industry의 진입에 앞서 에이전시 조사를 하고 리스트업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렇다면 아랫사람은 industry시장 조사를 다 하고 에이전시 리스트업만 완성하고 다음 업무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될까? 물론 안될 것도 없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경험하며 더 많은 전략 아이디어를 가져와 안주하지 않으며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비즈니스, 세일즈, 마케팅 팀 같은 경우 "How to grow business", 개발자나 디자인팀 같은 경우 "How to make product better"에 포커스를 두고 매일같이 끊임없는 혁신을 위해 더 많이 더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들은 뉴욕타임스, The Verge, 테크크런치 등 매일 시간 틈틈이 매체에서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사를 항상 공유하고, 주말 오전 이어도 항상 서로에게 업데이트를 하며 어떻게 하면 회사가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다. 


수동적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곳보다, 나 스스로가 1인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내가 어떤 일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지, 주도적으로 머릿속으로 빠르게 지도를 그려나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스타트업에서 도전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위 사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인데, 아마존, 구글, 아마존, 월트 디즈니 같은 오늘날의 대기업들도 시작은 제대로 갖춰진 오피스 하나 없는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었음을 보여준다. 아마 당시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테고, 또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밤낮 고민을 하였기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일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난 그동안의 인터뷰에서 나와 함께 일 할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물어본 것이었고, 앞으로도 물어볼 예정이다, "Why do you want to work for a startup?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요?)" - 스타트업에 이직을 하기 앞서 나 또한 나 스스로에게 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에 대한 이유를 노트에 적어두었었다. 그랬기 때문에 누군가 소위 "언제 망할지 모르는(?)"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는데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더욱 확실히 대답할 수 있었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스타트업 이직을 한번쯤 생각해봤다면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에 대해 솔직한 답변과 이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스타트업 분야도 업계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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