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옛 그림으로 읽다>
저자: 이상
출판사: 가갸날
이순신. 한국인이라면 그 위대함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조국을 구한 불세출의 명장이며 인격적으로도 고결하여 흠잡을 데 없는 이순신을 우리는 성스러운 영웅, 성웅으로 기린다. 세종대왕과 더불어 조선 시대를 넘어 한국사 역대를 다투는 위인인 이순신. 얄궂게도 이순신의 모습을 남긴 초상은 현존하지 않는다. 세세토록 전해질 이름 석 자를 남겼으면서도, 그 얼굴 하나 전래하지 않았다. 이순신 복원은 지금껏 상상의 영역이었다. 남아 있는 기록으로 재구할 따름이다.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에서는 이순신을 "용모가 단아했으며, 몸과 마음을 닦아 근신하는 선비와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순신을 그린 표준 영정은 전형적인 선비의 모습이다. 그러나 서른둘에 무과에 급제해 육지와 바다를 풍찬노숙하던 무인의 외형이 단아하고 곱상했을 리는 없다. 이순신의 과거 급제 동기 고상안은 그의 문집 태촌집에 전쟁 당시 한산도 진중을 방문하여 살펴본 이순신의 관상을 이렇게 기록했다. “그 지모와 재주는 실로 난리를 평정할 만하나, 얼굴이 풍만하거나 후덕하지 않고 입술이 뒤집혀 복 있는 장수는 아니었다.” 이순신 집안과 사돈 관계였던 윤휴는 “공은 체구가 크고 용맹하며 붉은 수염을 지닌 담력 있는 사람”으로 이순신을 묘사했다. 표준 영정 이미지로 기억하는 이순신의 전형이 실제 이순신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본서는 이순신 실물에 대한 의문을 동기로 우리가 이순신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가부터 출발한다. 이순신을 보다 정확하게 복원하려는 본서의 기획은 글보다는 그림이라는 시각 매체를 중점으로 두었다. 당대에 남긴 한국, 중국, 일본의 시각자료를 집대성해 최대한의 교차 검증을 바탕으로 이순신의 객관적인 모습을 남겨보고자 했다. 아울러 전쟁 당사국인 세 나라의 자료를 취합해 임진왜란이 15세기 말 동아시아의 국제 전쟁이었음을 조명한다.
구성은 여타 임진왜란 관련 저서와 크게 다르진 않다. 본서가 전문적인 연구서를 지향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약 150점에 달하는 시각자료가 구성의 중심이다. 어려운 문장과 내용보다는 독자가 친숙히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이순신의 어린 시절부터 노량 해전의 죽음까지가 연대기 순으로 펼쳐지며, 이충무공행록, 난중일기, 징비록과 같은 1차 사료를 본문 서술의 토대로 삼았다.
특기할 점은 저자의 주관이 담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다. 저자는 우리 민족에게 이순신이 잊힌 존재였으며, 이순신을 일찌감치 주목한 것은 적국 일본이었다고 말한다. 일본은 메이지 시기 근대화에 성공하며 제국주의의 길로 나아갔다. 대륙 진출의 선결 과제를 해군력 강화로 보았는데, 임진왜란 당시 패배를 안긴 적장 이순신을 집중 연구하여 발전의 실마리를 모색코자 했다. 그러한 가운데 이순신을 자연스레 경모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시각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이순신은 살아생전 남해안 근방의 백성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전후 조정에선 구국의 영웅으로 끊임없이 칭송되었다. 수전 전승불패, 학익진으로 보여준 한산에서의 전술 기동, 명량의 기적같은 승리는 신화라고 부르기 손색없는 업적이다. 그러한 업적은 구태여 부풀릴 필요도 없고, 가린다고 가려질 만한 성질이 아니다. 본디 명장이란 직접 총칼을 들이대고 싸운 적국에도 감명을 주기 마련이다. 이순신은 일본 수군에 궤멸적인 타격을 가해 지상과 해상에서 동시에 진격하려는 수륙병진계획을 차단하고, 수로를 통한 재보급을 무너뜨려 전황 변화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패배의 굴욕은 차치하고라도 이순신에 대한 호기심은 응당 인간이라면 들기 마련이다. 더욱이 침략자 일본 입장에서 신기에 가까운 능력으로 그들을 패퇴시킨 이순신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증오가 아닌 경외의 감정일 뿐이다. 혹자는 한술 더해 군사 정권이 군부의 통치를 미화하고자 이순신을 우상화했다고 폄훼하는 이도 있다. 오히려 이순신을 연구할수록 강직하고 고결한 인간 이순신의 인품, 드러나지 않았던 세부 전공이 밝혀져 이순신의 위대함만 더할 뿐이다.
본서는 정성껏 수집한 한중일의 풍부한 시각자료 때문에라도 읽어볼 만하다. 시각화를 통해 이순신을 객관적으로, 확장된 모습으로 보고자 한 저자의 시도는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 문장과 내용을 독자가 읽기 쉽게 서술하였다. 이순신 최후의 전투이자 임진왜란의 마지막을 그린 영화 ‘노량’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순신이 어떤 인물인지 개략적으로 알고 싶다면. 혹은 당대 임진왜란의 분위기를 이미지로 떠올려 보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