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존재관념

꼬리찾기 #19

by 나말록

## ’있다’가 개념이라고?


‘있다’는 가장 근원적인 존재의 개념이다. ‘있다’가 개념이라는 말이 조금 믿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개념이기 때문에 ‘있다’라는 생각이 없이는 ‘없다’라는 생각도 일어나지 않으며, '없다' 없이는 '있다'도 일어나지 않는다. 컵을 보면서 컵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컵이 ‘없다’는 개념(상상)에 꼬리를 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없다’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낯설 수도 있지만, 꼬리는 물리적인 대상과 개념의 구분 없이 작용한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데요?”


우리는 보통 눈에 보이는 것을 ‘있다’와 동일시하지만 사실 이 둘은 다른 것이다. 보이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이고 ‘있다’는 개념이고 생각이다. 알고보면 인식되는 것과 존재는 관련이 없다.좀 더 깊게 들어가면 오히려 반전이 일어나, 인식되는 것이 존재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런 일상적인 말을 들여다보면 여지 없이 꼬리의 간섭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유령처럼 한쪽 발을 대극에 딛고 서있다.



## 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지 마시오


아주 오래 전 중국에 육조혜능이란 아주 유명한 스님이 있었다. 스승으로부터 깨달음의 증표인 의발(衣鉢)을 전해 받은 혜능은 다른 승려들의 시기를 피해 몰래 도망쳐야만 했다. 이때 헤능을 뒤쫒는 승려들 중에 도명이란 스님이 있었는데, 그는 혜능에게 의발을 빼았는 대신 깨달음의 가르침을 청했고, 혜능은 기꺼이 도명에게 짧은 법문을 들려주었다.


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지 마시오. 바로 그때 어떤 것이 그대의 본래면목이오?


여기서 본래면목이란 진정한 자신의 본성이란 뜻으로, 진리와 같은 개념이다. 이 말 한 마디에 도명은 커다란 깨우침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아주 오래 전 중국 당나라때 이야기니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내용은 정확히 지혜의 핵심을 가리키고 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는 혜능의 말은 어떤 의미일까. 중국 불교에 아주 거대한 족적을 남겼던 혜능의 가르침이니 분명 빈 말은 아닐 것이다. 보통 우리는 선은 가까이 해야하고 악은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둘 다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조금 생소하다. 유명한 스님의 이야기라고 하니 왠지 더 어렵고 깊은 뜻이 있을 거 같지만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다루었던 꼬리의 이야기과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다. 혜능의 말을 꼬리의 언어로 바꿔보면 이렇다.


선에도 꼬리를 두지 말고 악에도 꼬리를 두지 말라. 그때 진실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바로는, 어떤 기준도 절대적일 수 없었다. 선에 기준을 둔다고 해도 그것은 임의적인 선택일 뿐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반대로 악에 기준을 둔다고 해도 그 또한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은 악에 기준을 두지 말라는 건 이해가 가는데 선도 생각하지 말라는 건 납득이 안된다.

선과 악이라는 것은 사회적 약속에 의해서 세워진 가치일 뿐이라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선과 악이란 게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당신이 사회생활을 너무 훌륭히 해왔기 때문이지 실제로 선이란 것이 있고 악이란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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