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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ba Nov 30. 2016

'송크란 원정대'와 함께한 태국 치앙마이

태국 치앙마이

동남아 일정을 대략 짠 후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태국 최대의 물축제인 송크란 축제가 여행 일정과 겹친다는 것.

그것도 가장 크고 화려하게 열리는 도시가 바로 치앙마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치앙라이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 날 왓롱쿤을 가기 위해 이용한 버스터미널에 들러 치앙마이행 버스에 올랐다. '여행'이라는 '축제' 속에서 진짜 '축제'를 만난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나를 더 들뜨게 했다.

보통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치앙마이는 그걸 보기 좋게 저버린다.


버스 안의 저 소녀도 축제를 즐기러 가는 것이었을까? 통로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참 이뻤다.

<천진난만한 소녀>

치앙마이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린 후 택시기사와 툭툭 기사들의 호객행위를 뿌리치고 호기롭게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타야 할 버스를 검색하며 기다리는데 자꾸만 지나가는 택시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저으며 뭐라 소리친다.


우리는 그냥 호객이겠거니 하고 무시한다. 그러다 잠시 후 왜 그리 소리를 쳤는지 알게 된다. 송크란 축제기간 전날이라 버스 운행을 안 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택시기사들은 우리를 보고 버스가 안 다니니 택시를 타라는 것이었다. 허허.. 괜한 머쓱함과 오기가 생겨 숙소까지 걸어갈 요량으로 무작정 걸으며 지도를 검색한다.

숙소까지는 약 6킬로미터, 이 정도면 우린 걸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이내 무거운 가방에 지쳐 친구녀석과 눈빛으로 무언의 합의를 한 뒤 한적한 곳의 툭툭을 잡아타고만다.


숙소는 치앙마이 성곽의 서쪽 바깥에 위치한 님만해민 거리에 있다.

님만해민은 성곽내부의 전통적인 치앙마이와는 달리 쇼핑몰과 고급 음식점들이 많고 부티크 호텔도 있으며, 외국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부자동네이다.


가난한 배낭여행객은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주변 산책을 해본다.

숙소 주변 거리는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걷기 좋은 님만해민 거리>

4월 13일부터 3일간은 태국 전역(파타야는 18일~20일)에서 물축제로 유명한 '송크란 축제'가 열린다. 이에 나는 일생일대의 축제를 만끽하기 위해 현지에 오기 전부터 '코리안 특공대'를 구상하였다.


축제 시작의 전날이자 치앙마이에 도착한 12일.

숙소의 같은 방엔 마침 한국인 신혼부부가 있어서 축제 때 한국인들을 모아서 놀 계획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그리고 여행 관련 오픈카톡방에 한국인 원정대를 결성하여 송크란 축제를 함께 즐긴 후 뒤풀이까지 같이하자는 의견을 내었다.


잠시 후 나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동행 중인 사람을 포함하여 두 명이 합류하겠다는 언질을 받는다.


애초부터 총원이 세명만 되어도 추진할 생각이었기에(이는 국내에서 다년간 '흐지부지'라는 소셜모임을 하며 다져진 원칙임을 밝힌다) 두 명이 섭외가 되었으므로 설령 친구와 한국인 신혼부부가 동참하지 않더라도 한국인으로 이뤄지는 '송크란 원정대'를 추진할 동력을 얻은 것이다.


두 명의 섭외 소식을 접한 친구도 숙소에서 열릴 파티를 포기하고 함께 하기로 하였고, 뒤이어 같은 방의 신혼부부도 '이 사람들이랑 놀면 엄청 힘들 것 같지만 재밌을 것 같다'라는 촉을 믿고 전격 합류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송크란 원정대'는 단숨에 6명으로 불어나 화려하게(?) 출범하였다.

그리고 그 후에도 우리와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합류하겠다는 몇 명이 더 있었다.


우리는 송크란 축제가 시작되는 익일(13일) 아침에 멤버 한 명이 묵고 있는 치앙마이 성곽 내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모이기로 한다.


13일 (물총) 전쟁의 아침이 밝았다.

같은 방에서 묵고 있는 나와 친구 그리고 신혼부부 이렇게 넷은 전의를 다지며 출정에 앞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비루한 배낭여행객이라) 당연한 듯 편의점으로 향한다.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우리는 나머지 멤버와의 조우를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40여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간헐적인 물총 세례가 있었지만 우리는 재빠른 스텝으로 별다른 피해 없이 합류지점까지 도착한다.


드디어 초기 멤버 여섯이 실제로 모이게 되고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송크란 원정대'라 명명한 우리는 서먹한 분위기를 수습한 후 물 튀기는 전쟁터로 향한다.


전쟁터에 도착하니 아침부터 치열한 전투로 이미 현장은 땀과 물로 범벅이 된 아수라장이다.

인파 속을 뚫고 기세 등등하게 등장한 우리를 향해 곳곳에서 물세례를 퍼붓는다.

이에 질세라 우리도 가지고 있는 무기로 반격을 시도하지만 분무기 수준의 무기(도라에몽 물총 등)가 대부분이라 초반 열세를 면치 못하였다.


그러던 중 우리 팀의 신혼부부가 잠시 사라졌다가 어디선가 밝은 미소와 함께 바스켓을 들고 나타나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키고 그 순간부터는 '이 구역의 미친놈은 우리'가 된 듯 축제를 즐기게 되었다.


물축제의 생생한 현장을 사진으로나마 많이 남기고 싶었으나 부실한 방수팩으로 인해 건진 사진이 몇 장 되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송크란 축제 거리의 이쁜 카페 거리>
<송크란 축제의 거리행렬>
<송크란 축제의 거리행렬>

늦은 오후 세명의 신규 멤버가 합류한 9인의 원정대는 함께 고군분투를 하였고, 얼음물만큼이나 강렬했던 태양 빛이 어스름해지고 저녁이 드리우자 저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암묵적인 휴전을 체결하였다.


'송크란 원정대'도 첫날의 전투를 뒤로하고 성곽 남쪽 외곽 길가의 허름한 식당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그리고 본격적인 뒤풀이를 위해 편의점에 들러 적당량(?)의 주류 및 음료와 먹을거리를 산 뒤, 멤버 Park의 게스트하우스 마당으로 향했다.

때마침 원정대의 열 번째이자 마지막 멤버인 Dodo가 합류하여 '송크란 원정대'는 축제 첫날밤이 되어서야 완성체를 이룬다.


이렇게 모인 원정대는 마치 원래부터 친했던 사이처럼 심지어 외국인들마저 끼고 싶어 할 정도로 즐거운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끼고 싶어 하던 외국인들은 술과 음식값이 1/n이라고 하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같이 놀고는 싶은데 더치페이는 싫었나 보다.)



 축제 둘째 날 4월 14일 오전엔 치앙마이의 명소 도이수텝에 멤버 8명이서 다녀왔다.

그곳에는 커다란 징 모양의 종(?)이 매달려 있는데(라오스의 사원에서도 보았던 것과 같은 형태) 중앙의 돌출된 부분을 손으로 '쓰담쓰담'하면 '우웅 우웅'하고 소리가 난다.

하지만 아무나 소리를 낼 수 있는게 아니었고 우리 멤버의 막내 kyung만이 신기하게도 소리를 내었다.


오후에는 다시 전 날처럼 물 전쟁에 참가하여 하얗게 불태웠다.

다시 어둠이 내렸고 우리는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거리를 배회하다 어느 광장에 다다른다.

그곳에선 물싸움에 지친 이들에게 무료로 가지 각각의 음식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행사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을 때 도착한 우리는 남은 음식 종류가 많지 않았음에도 감사히 그리고 맛있게 얻어먹었다.

<다양한 공짜음식과 볼거리가 있었던 광장>
<본인이 만든 음식을 나눠주는 아주머니>

태국 치앙마이 쏭크란 축제 때 광장에는 주민들이 나와 각자 시식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다양한 태국 음식들을 하나씩 맛볼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태국의 평범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많이 뵐 수 있었다는 점이 더 좋았다.
나에게 그 어떤 조명 빛 보다 환한 미소를 지으면 음식을 나눠주던 아주머니.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느낌이다.
이 분의 온화한 미소에서 다시금 이번 여행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허기진 배를 달랜 뒤 우리는 전날과 같이 자연스럽게 편의점을 찾아 또다시 먹거리를 샀다.


이날의 뒤풀이 장소는 문이 닫힌 상가 앞의 노상으로 결정했다.

그 누구도 거리낌과 어색함 없이 땅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둘러앉아 먹고, 마시고, 웃어댄다.

타지에서 축제를 계기로 만나서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이토록 편하게 퍼질러 앉아서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샌가 각별한 인연이 되었다.



송크란 원정대 멤버를 통해 치앙마이에도 그랜드캐년이 있고, 그곳에서 다이빙도 할 수 있어서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은 미국의 그것과는 달리, 버려진 채석장에 빗물이 고여 협곡이 되었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에 영감을 얻어 유료화 된 인공 협곡이란다.


그곳을 가보지 못한 식, 쏭, 욱 그리고 나는 축제 셋째 날 오전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15일 아침 그랜드 캐년팀 네 명은 최대한 바가지를 쓰지 않고 목적지에 가기 위해 한참을 걸은 후에야 어렵사리 왕복으로 흥정한 썽태우를 탈 수 있었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40분 남짓 이동하여 도착한 그곳을 본 순간 예상을 벗어난 큰 규모에 살짝 놀랐다.

아마도 다이빙이라고는 라오스 방비엥의 블루라군 나무 점프대에서 뛰어내린 것이 전부라 그런 것이리라.


우리는 녹음이 짙은 주차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드디어 '치앙마이 그랜드캐년'에 입장을 하였다.


1인당 50바트(약1,650원)의 입장료를 내면 음료수(차였던 듯) 한 잔 교환 또는 구명조끼를 무료로 대여를 할 수 있는 입장권을 준다.

(단, 구명조끼는 대여 시 보증금 100바트를 내야 하며, 보증금 지불 확인서를 반드시 구명조끼와 함께 반납해야 환급받을 수 있다)


부상을 안고 있던 욱이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다이빙을 생략하기로 하고 남은 우리는 호기롭게 다이빙을 하기 위해 점프대(라 쓰고 절벽이라 읽는다)에 섰다.

한눈에 봐도 방비엥 블루라군의 위쪽 점프 대보다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치앙마이의 그랜드 캐년>
<치앙마이의 그랜드 캐년>

보기완 달리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다이빙만큼은 일품인 내 친구 샤이보이 식이가 먼저 멋지게 다이빙을 하였다.

그리고 뒤이어 쏭과 나, 외국인 두 명 이렇게 넷이서 동시에 다이빙을 하였다.

다이빙 후 절벽에 매달린 밧줄 하나에 의지하여 올라오는데 젖은 땅에 발이 미끌하여 식겁 덕분에 더 이상의 다이빙은 하지 않았다.


치앙마이의 그랜드 캐년은 알고 보니 적절한 허가 없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2014년도엔 한국인이 그리고 올해 9월 10일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현재는 무기한 폐쇄된 상태라는 기사를 접하였다.
이렇게 무허가로 운영되는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다녀왔지만, 무지(無知)도 나의 잘못이기에 갔을 당시완 달리 마음이 불편하다.
앞으로는 최소한의 기본 정보와 팩트 정도는 파악하는 것이 공정여행을 추구하는 여행자로서의 소양이 아닌가 싶다.



송크란 축제기간 동안 대부분의 가게들은 영업을 하지 않고 축제에 참여한다.

일부 문이 열린 곳은 서양사람들이 주로 가는 고급 레스토랑이고,  그 외엔 사원이나 공원 등의 공터에 펼쳐진 길거리 음식이다.


송크란 원정대는 축제 분위기를 더 느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점에서 대부분의 허기를 채웠다.

때론 음식 파는 곳 앞에 선채로

때론 보도블록에 걸터앉아서,

때론 운 좋게 간이 테이블에 앉아 나름대로의 식사를 즐겼다.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의 눈치를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자유분방함 그 자체였고, 함께였기에 순간들조차 낭만이었다.


축제 때 임시로 열린 장터에선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그 곳 사람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가까이서 쉽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원처럼 생긴 곳 안에 마련된 장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 덕일까?

낯선 이방인의 렌즈 앞에서도 선뜻 아기와 함께 포즈를 취해 주신다.


아이의 눈엔 내가 신기하 건지 카메라가 신기한 건지 똥그란 눈으로 가만히 쳐다본다.

<장터의 젊은 엄마와 아들>


올해 여름 우리나라에선 생과일 주스 전문점이 이슈가 되었다.


싼 가격에 맛있는 생과일 주스를 제공한다는 그 프랜차이즈에서는 실제 들어가는 과일의 양은 적고 시럽으로 과일 맛을 낸다는 것으로 화제에 올랐다.


이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소비자를 기만했다. 속았다'라는 입장과

'싼 가격인 만큼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다.


나는 그 업체가 최근 급부상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먹어보진 않았기에 호불호를 말하기엔 섣부른 면이 있다.


참고로 난 청포도 주스를 좋아하는데 마침 친한 동생 덕분에  백다방 표 청포도 주스를 마신적이 있다.

얻어먹는 것만 아니었다면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뱉어버리고 싶을 만큼 맛없는 초록색 설탕시럽 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생과일 주스임에도 생과일의 함유량에 대한 기준이 없는 틈을 타 소량의 과일만 넣고 시럽으로 그 맛을 대신하고는 버젓이 생과일 주스라고 판매하는 것은 아무래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 아닌가 싶다.


그에 반해 송크란 축제 때 식후 디저트로 마신 장터의 생과일 주스와 방콕 터미널 21의 생과일 주스는 단연코 최고의 주스로 손색이 없다.


물론 과일 가격 및 물가가 한국과 엄연한 차이가 있음을 감안 해야겠지만 넘칠 정도로 많은 양의 과일을 갈아서 주는 이 곳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난 큰 컵에 가득 담은 주스를 받은 후 본능적으로 블랜더에 남은 주스까지 츄릅 츄릅 입맛을 다시며 간절한 눈망울로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아주머니는 웃으며 남은 주스도 따로 작은 컵에 마저 따라주었다.


좁은 공간에 알록달록한 싱싱한 과일들을 진열해 놓고 한 잔, 한 잔 정성 들여 만드는 그 모습이 멋져서 사진으로나마 남긴다.

<인생 최고의 생과일주스>

사실 치앙마이에서 머무는 동안 정신없이 축제를 즐기고 그 덕에 알게 된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다양하게 둘러보진 못하였다. 물론 축제 참여도 여행의 일부이지만, 좀 더 보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잠깐 잠깐 둘러본 소감만으로도 충분히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꾸밈없이 평화로웠기에 더군다나 좋은 인연들을 만난 곳이기에 치앙마이는 또 방문하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 때는 좀 더 느리게 좀 더 평범하게 일상으로 파고 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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