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2016.04.10.
굿바이 라오스! 헬로우 태국!
세계여행 첫번째 국가 라오스의 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라오스의 고도 루앙프라방에서 내셔널버스를 타고 두번째 국가 태국으로 향한다.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다는 것. 한반도에서는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꿈으로만 꿀 수 밖에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태국에서 첫번째로 머물기로 한 곳은 '치앙라이(Chiang Rai)'이다. 태국의 다른 곳에 비해 관광지로서의 명성은 덜하지만 그만큼 태국 북부의 꾸밈없는 모습을 좀 더 접해볼 수 있지않을까란 기대감으로 선택한 곳이다.(완전 시골 마을까지 찾아갈 용기는 아직 갖지 못했기에)
우리는 장장 16시간30분여 동안 버스를 타고(중간에 단 한번 쉬었다)이동을 하였다.
라오스의 길이 워낙 산악지대가 많은 험지라 버스는 꼬불꼬불한 절벽길을 휘청휘청거리며 곡예운행을 한다.
새벽녘엔 급회전 경사로에서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차장이 다급히 내리고는 짐칸을 여는것이 아닌가!
문득 승객들을 수면가스로 잠재우고 배낭을 뒤져서 물건들을 훔쳐간다는 풍문이 떠올랐다.
혹여나 우리 짐에 무슨 변고라도 생길까 나는 은밀하고 치밀하게 커튼 틈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그순간 주변에 무언가가 널부러져 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처참한 현장이었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흩어져 있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일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멀쩡한 상태도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노오란 바나나였다. 바나나~~
아마도 급커브 경사로에서 바나나를 실은 트럭의 바나나들이 원심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맥없이 튕겨져 나갔으리라.
차장은 그것을 용캐 발견하고는 급히 차를 세우고 멀쩡한 녀석들만 골라 박스채 짐칸에 싣는다.
나는 그제서야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친 나 자신과 떨어진 바나나를 신이 난 표정으로 열심히 싣던 차장의 모습이 그저 우습기만 하였다.
해프닝이 끝나고 버스는 아무일도 없었던듯이 이동하였고 어느덧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까지 다다른다.
라오스 출입국사무소와 태국 출입국사무소를 잇따라 거친 후 드디어 태국에 입성한다.
태국 국경을 넘어 두어시간 더 달린 버스는 치앙라이 버스터미널에 잠시세워 우리를 내려준다.
우리는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치앙라이의 중심, 황금 시계탑으로 이동하여 숙소를 찾기로 했다.
10여분을 걸어 근처의 Mercy Hostel에서 숙박을 하기로한다.
숙박 가격은 8인 도미토리 1박에 200바트(한화 약6,600원)로 적당하고 관리도 깨끗하며 시설도 수영장까지 딸린 괜찮은 곳이었다.
이곳엔 마스코트인 강아지도 있다.
유독 내 신발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체크인을 한 뒤 강아지와 신발로 실랑이를 하다가 짐을 풀고 무더위에 지친나머지 샤워 후 침대에 널부러진다. 어둠이 깔리고서야 짐같은 몸뚱아리를 끌고 나왔다.
한 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터라(도착하고 편의점 스파게티를 먹긴했지만) 끼니부터 채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식당을 찾았다.
그 순간 치앙라이의 명물 황금시계탑이 보이는 근처 노상에 펼쳐진 간이 식당이 내 눈에 아니 내 마음에 들어온다.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 주저함없이 팟타이를 주문했다.
고수향을 선호하지 않는 탓에 동남아 음식을 즐기진 않지만 팟타이는 매일이라도 먹을 수 있는 나였기에 태국에 오면 팟타이부터 먹고싶었다.
35바트, 한국돈으로 1200원(1바트=약 33원)도 체 되지 않는 가격으로 한국에서 맛 본 그 어떤 팟타이보다도 맛있는 현지음식을 맛보았다.
또한 태국 현지인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점도 이 식당의 묘미이다.
팟타이를 먹으며 황금시계탑의 화려한 조명쑈도 감상할 수 있다.
조명쑈와 함께 게눈 감추듯 한그릇 비워내고 근처 야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사진은 한동안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엔 알 수 없는 애정이 있었다.
가만히 이 사진만 며칠간 몇번이고 들여다본다.
이제서야 이 사진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야시장의 풍경을 찍을땐 기분에 취해 몰랐다. 아주머니의 표정이 어떠했는지.
화려한 색깔의 물건에 눈이 팔려
그녀의 주름의 깊이를
그녀의 삶의 무게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순간이나마 사진을 찍는것에 정신이 팔려
그들의 생업을 가벼이 여긴것은 아닐까?되돌아보니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야시장을 즐긴다.
야시장만의 먹거리 문화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2016.04.11 치앙라이 둘째날
여행 초보자로서 관광지를 아예 무시할 순 없어 둘째날엔 치앙라이의 명소인 왓롱쿤(백색사원으로도 불림)에 가보기로 하였다.
왓롱쿤은?
찰름차이 코싯피팟(62)이 디자인한 ‘백색 사원(The White Temple)’은 반대로 하얀 세상이었다. 열반(涅槃)의 세계를 밝은 흰색으로 표현했단다. 반면 현세는 절망적으로 묘사했다. 사원 입구에 절규하는 듯한 인간의 손 수백 개가 조각돼 있었고, 사원 내부의 벽화는 지구를 불구덩이 지옥처럼 표현했다.
중앙일보 2016.03.25 기사 부분발췌
게스트하우스 직원에게 왓롱쿤까지 가는방법을 전해들은대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표를 사고 왓롱쿤을 지나는 버스를 기다린 후 기사에게 재차 확인 후 버스에 탑승하였다.
버스안 외국인은 우리 둘 뿐이라 다른 승객들이 연신 쳐다본다.
버스는 20분가량을 가더니 꽤 큰 도로 중간에 세우고는 우리보고 내리란다.
어리둥절한 우리를 향해 승객들 여기저기서 바깥쪽 어느곳을 가리킨다.
멀찍이 하얀색의 눈부신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연신 '싸와디캅, 싸와디카'라고 말하며 건널목도 없는 도로에 내렸다.
별 수 없이 넓은 도로(왕복6차선 이상이었던듯)를 무단횡단하고 무작정 사원을 보고 걸었다.
10여분을 체 걷기도 전에 사원의 입구가 보였고, 눈앞에 드러난 사원은 기대이상의 규모와 멋을 가지고 있었다.
입구 앞에는 아케이드 형식의 상점가가 있어서 사원에 들어서기 전 간단한 요기를 한 뒤 사원으로 들어섰다.
사원의 입구쪽은 평일임에도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사원을 들어서니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곳임을 세삼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도, 저기도 사방이 하얗다.
덥다, 덥다, 뜨겁다.
죄다 하얗다보니 태양빛이 반사되어 더 더운 느낌이다.
그나마 곳곳에 냉수를 설치해서 관광객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위와 뜨거움에 둘러보는 속도가 빨라진다.
왓롱쿤의 뜨거운 맛을 충분히 느낀 우리는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고, 돌아가는 미니버스에서 우연찮게 같은 숙소에 묵고있는 브라질 출신의 여행가 키코(kiko)아저씨(27년간 여행중)를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키코 아저씨는 20살때부터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돈이 떨어지면 현지에서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돈을 충당해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한다.
물론 딸린 가족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라서 가능하다고 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부럽기 보다 자신의 마음을 현실로 만든 그 용기와 실행력이 멋져보였다.
2016.04.12 치앙라이 마지막 날
아침일찍 일어나 편안했던 숙소에서의 여유를 부린 후, 태국 두번째 도시이자 쏭크란 축제가 기다리는 치앙마이로 갈 채비를 한다.
숙소를 나서기전 키코 아저씨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기념사진 하나를 남긴 후 우리는 터미널로 향했다.
태국 최대의 축제 쏭크란, 그 중 규모가 가장 큰 치앙마이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 한가득을 안고 치앙마이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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