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라는 늦바람의 서막, 유럽여행
퇴사 후, 시간이 흐를수록 수중의 돈이 바닥을 드러내자 마음은 그보다 앞서 바닥을 뚫고 있던 시기
정신을 못차린 탓일까?
그 초조함에 못내 굴복하고 당장의 위기만을 해결하고 싶진 않았다
'더 힘들어져도 나에게 집중해보자'
'새로운 계기가 될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더더기를 걷어내야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먼훗날을 대비해 모으던 자금이었다
지금 이것을 손대면 25퍼센트는 손해를 본다는것을 알면서도, 손해보다는 나에게 투자하여 얻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시간대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였다
그 와중에 파리에서 터진 IS의 잔혹한 테러소식이 내 머리를 '꽝'하고 때렸다 '유럽으로 가보자! 지금껏 해보지 못한 해외여행의 첫 테이프는 유럽으로 끊자'
테러로 어수선한 이때 나를 걸어보자는 오기와 함께 우물안을 벗어나 보는것이 가장 큰 임팩트가 있으리라는 판단이 섰다
첫 해외여행인 만큼 어릴적부터 로망이었던 곳들을 가고싶었다
멘토가 되어주는 친한 형님의 조언을 토대로 방문할 국가를 정했다
영국-스위스-이태리-스페인-프랑스
곧바로 유럽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고 세부일정을 일사천리로 정하였다
영어도 변변찮아 두려움이 컸지만 그것이 이번 여행에 대한 욕구에 장애가 될지언정 장해가 되진 않았다
열흘 남짓한 준비기간이 지난
2015년12월17일 오후1시 생애 처음으로 혼자 국제선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장장 12시간30분간의 비행 후 도착한 런던은 오후4시30분임에도 어둠이 온전히 드리운 밤이었다
(비행기 착륙 전 창밖에 펼쳐진 야경에 연착이 되어 저녁이 된건줄 알았다)
우여곡절끝에 떠난 유럽여행이 히드로 국제공항에 착륙할때즈음 실감이 되었다
바깥으로 펼쳐진 풍경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때까지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대한 감사와 죄송함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모든 상황을 즐기고 최대한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자'
스스로를 다그치고 다그쳤다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킹스크로스역 근처의 숙소에 짐을 풀고 당장 주변에 돌아볼 곳부터 찾아보았다
런던 땅을 밟았다라는 설레임에 시착적응이니 피곤함이니 따윈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첫날 밤은 킹스크로스역을 시작으로 코벤트가든을 거쳐 템즈강까지 걸어서 다녀오기로 하였다.
영국의 교통체계는 우리나라와는 달라서 차량은 좌측통행을 한다. 따라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는 우측을 먼저 신경써야한다. 습관이 무섭다는 것을 런던의 건널목에서 몸으로 느꼈다. 지금껏 횡단보도에선 안전상 왼쪽부터 바라보는것에 인이 박인것이 되려 위험한 행동이 되버리는 모순에 빠졌다.
숙소를 빠져나온 발걸음은 어느새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 입구에 다다렀다.
원래는 수도원의 농지였고, 이후 노점이 들어서고 런던의 최대 청과물 시장으로 변모했던 코번트 가든.
지금은 쇼핑몰과 레스토랑, 카페로 꾸며진 런던의 명소이다.
오래전 철골과 유리로 천장을 만들고 그곳에 노점들을 만들 수 있게 했던 그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는 점이 참 인상적이고 더 운치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옛것이라고 구식이라고 허물어버리고 신식으로 짓는 것을 선호해온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재래시장이 사라지면 그 곳을 어떻게 활용할까?
코번트 가든을 둘러본 후 또다시 발걸음을 옮긴 끝에 런던의 젖줄 '템즈 강(River Thames )'에 도착했다.
다리위에서 런던의 야경을 보는 순간 '드디어! 정말로! 내가 한국을 벗어나 영국에 왔구나!'라는 것을 온 세포로 느꼈다.
눈 앞에 펼쳐진 런던의 밤거리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샌가 뮤지컬의 본고장 웨스트엔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까워질수록 밤거리는 더 아름다웠고 내 심장은 더 두근거렸다.
김광석씨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한 말처럼 너무 가빠지는 심박수는 체력탓이 아니었음을...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날 이해 해줄 것이다.
영국 런던에서의 첫째날은 네시간 가량의 밤거리 구경이었다.
수많은 펍엔 저녁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고, 식당엔 가족 단위의 사람들도 쉽게 보였다.
덕분에 영국의 첫인상은 자유로움 속에서의 여유로움이었다.
물론 숙소의 열악한 욕실환경 등 한국보다 불편한 점들도 있었지만, 도착 몇시간만에 런던은 다시금 찾고 싶은 곳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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