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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누나 Sep 30. 2021

[2018.2.8] 그리운 시시껄렁함

그렇게 뽑은 척수에서 백혈구, 즉 암세포가 나왔다. MRI상은 괜찮다는데 얼굴 마비가 안 풀린 게 좋지 않아 보이더니 관해가 안된 것이다. 척수에서 나오면 뇌로 암세포가 갈 수도 있어서 안심할 수 없다는데 어제부터 이미 일반 병실에서 2차 전신항암에 들어간 상태이다. 원래 3월 넘어서 퇴원을 할 거라 했는데 척수항암도 추가로 해야 할 수 있으니 오늘이나 내일, 교수가 새로운 항암플랜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걸 보니 더 강하고 센 항암을 할거 같아 불안하다. 


일반 병실은 병실 안에서 정욱이를 만날 수 있었는데 오늘 무균실로 이동해서 다시 하루에 한 명, 1시간 면회만 가능해졌다. 언제나처럼 엄마가 들어가시고 나랑 아빠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대기실에서 정욱이와 통화했다. 정욱인 예전 낙상에서 다친 발이 아직도 아프고, 뇌방사선으로 기억력이 점점 더 희미해지는 거 같다고 했다. 보이나 닿을 수 없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너도 나도 참 서글프다. 곧 다가올 구정도 정욱인 무균실에서 혼자, 우리는 병원 복도에서 보내야 한다. 늘 시시껄렁하게 보내서 연휴 그 이상이 될 수 없던 명절이었는데... 명절이 참 명절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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