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G전자에서의 첫 시작(4)
미국의 저명한 학자 지그 지글러는 20~30cm를 뛸 수 있는 벼룩들을 7-8cm 높이의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고는 관찰하였다. 그러자 벼룩 들은 병 밖으로 나오려고 계속 뛰다가 유리병 천정에 자꾸만 머리를 부딪쳤다. 그렇게 여러 시간이 지나 유리병의 뚜껑을 벗겨주었는데도, 벼룩들은 더 이상 유리병보다 높게 뛰어 넘어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이 7-8cm 유리병 천정의 한계가 벼룩들에겐 넘을 수 없는 삶의 한계가 되어 더 이상 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삶도 이 벼룩과 같은 경우가 많다. 대리점 사장들도 처음엔 큰 꿈을 가졌을 것이지만, 영업을 하다 겪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다 보니, 점점 그 틀 속에 스스로를 맞추며 자신의 역량과 수준을 그 틀 속에 가두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그 지글러가 나중에 유리병 바닥을 불로 뜨겁게 달구자, 벼룩이 깜짝 놀라 다시 유리병 밖으로 튀어 올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벼룩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리점 사장들의 천정의 한계를 깨부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의논하면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러자 가장 큰 걸림돌로 개인종합소득세 문제가 대두되었다. 매입이 너무 많이 늘어서 과표가 늘면 누진세가 적용되어 엄청난 세금폭탄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억 대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대리점은 유지될 수 있겠는가? 나는 선배들에게 대형 대리점들의 세무처리 방식을 물어보고, 매입이 1억이 넘는 대리점들은 모두 주식회사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법인은 매출과 상관없이 순이익에 대한 세금을 정산하므로, 개인 사업자처럼 과표에 대한 세금 부담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간신히 개인 대리점 사장들을 설득하여 모두 법인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대리점 사장들은 서류만 준비하게 하고, 대신 내가 여러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직접 다 처리해 주는 고단한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그들의 문틀의 한계를 깨고 법인으로 전환하는 등의 무지막지한 고생 끝에, 결국 나는 담당 대리점 매출을 20~30% 정도의 성장이 아닌, 두배 세배의 규모로 비약적인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먼저 기존의 문틀을 깨서 더 큰 문틀을 만들었기 때문에 중요한 문을 크게 만들 수 있었고, 큰 문을 열게 된 결과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영업에선 먼저 마음속 문틀부터 깨어 버려야 한다. 그후 나는 회사를 옮겨 가는 곳마다 영업을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보면, 가끔 농담 삼아 그 당시의 일을 생각하며 말한다.
"냉장고 100대 밀어 넣어 봤어?"
생각해 보라, 고작 냉장고 100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량보다는 그 차지하는 부피가 얼마나 넓은 지를… 수 십 대의 트럭으로 배송이 왔는데, 그걸 한 대리점이 받는 일이 보통 일이었겠는가? 나는 단순히 제품만 판매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대리점 사장들을 성장시키고 돈을 더 많이 벌게 하기 위해, 나의 열정과 끈질김, 그리고 신뢰를 팔았다.
이렇게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았던 나의 젊었던 영업 시절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내 인생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