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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창 Jan 15. 2018

우당탕탕 중국이야기 Season 2

영업 대장정(大長征)-(1) 허베이성 쓰좌장(河北省 石家庄) ③

밤 늦게 호텔에 도착하는 바람에 교육일정이 달라지게 되자, 나는 호텔 체크인을 하며 같이 출장 온 손대리에게 물었다.

"손대리, 내일 일정이 변할텐데 어떻게 되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악 이사에게 물어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악 이사는 쓰자좡을 거점으로 허베이성을 총괄하고 있는 대리상 조직의 우두머리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을 주겠다던 우리회사의 최우수 영업직원으로부터 소식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방안에 들어와 보니 WiFi 비밀번호 안내가 없어서, 나는 손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인터넷 하려면 비밀번호를 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그러자 그녀는 직접 알아보지 않고 내방으로 서비스맨을 보내왔는데, 가뜩이나 중국어가 서툰 나는 사투리가 심한 그의 말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다시 전화했다. 

"손대리, 이 사람이 뭐라고 말하는데, 전혀 못 알아듣겠어. 비밀번호가 있다는데 그게 도대체 뭐냐고?"


그제서야 그녀는 비밀번호가 '방번호+예약자인 그녀의 주민번호 뒷자리'라고 알려줬다. 그러니 도대체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우리회사의 우수사원이라는 손대리가 이 정도 수준뿐이 안 된다는 게 놀라웠지만, 처음 출장 온 길부터 얼굴을 붉히고 싶지가 않아 꾹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침 몇 시에 식사하지?"

"그리고 어제 물어봤었는데..., 오늘 바뀐 일정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랬더니 그녀로부터 온 대답은 그저... “8시에 밥 먹읍시다"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참으며, 앞으로 열흘간의 장정을 그녀와 어떻게 끌어나갈지 걱정이 앞섰다.


결국 그냥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식사를 하며 그녀에게 나와 일하는 방법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그 첫 번째는 무조건 질문한 것에는 답을 해달라는 것이다.

"오늘 일정이 바뀌었는데, 어떻게 돼지?"

"그게 저도 악 이사에게 물어봤는데, 아직 얘기를 못 들었습니다. 이따가 30분부터 이부총의 교육이 시작된다고 하니, 총경리님은 아마 그거 끝나고 난 후인 9:30분쯤 될 것 같습니다. 정확히 확인되면 다시 알려드릴게요."

"그래... 손대리 바로 이거야. 지금처럼 내게 알려주면 되는 거야. 정확하지 않아도 내가 질문을 하면 일단 그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해줘야 한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앞으로 명심하겠습니다."


그녀는 확실한 한국어로 내게 또박또박 대답을 하였다. 이런 걸 보면 일 처리 방법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다소 애로가 있었던 것이지, 그녀가 우려와는 달리 그리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자, 나는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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