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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 KIM Aug 01. 2016

경영하는 디자이너

배달의 민족 CEO 강연후기

브런치?

이름은 잘 지은 것 같다. 처음엔 너무나도 많이 쏟아나오는 플랫폼의 홍수시대 속에서 이건 또 무엇인가.. 하고 들여다볼 생각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노출을 위한 상업성이 짙은 포스팅이나 긴 글 적기가 귀찮아 장난스럽게(?) 때운 글들이 난무하는 타사의 블로그에 개인적으로 회의를 느끼고 있던 터에 진정성이 담긴 긴 내용의 글들에 마음에 빼앗겨 수박 겉핥기로 조금 둘러보니 브런치, 이것 참 때깔 나는 인터페이스를 가졌잖아.

마치 책을 읽는 듯한 그렇다고 한 권 책 읽기가 참 쉽지 않은 바쁜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래, 딱 브런치! 정도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두서없는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디자이너'로서 살아가는 지금 내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정의해보고자 이전에 써두었던 글을 좀 인용해야겠다. 마치 그리 길지 않은 내 인생을 두고 감시 조심스레 텅텅 비어있는 책 한 권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마음으로.

단, 내 멋대로.



1년도 더 지난 방송이지만 최근까지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내용이라 다 정리는 안되지만 몇 글자 적어보려 한다.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의 강연에 대한 이야기다. 김봉진 대표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건 굉장히 핫한 청년 CEO라는 것과 수수료 문제로 조금 말이 많기도 했지만 500억 이상의 투자유치를 성공한 대단한 기업의 대표라는 것 외에는 그다지 잘 모르겠고 철저히 이 강의 내용만을 듣고 느낀 점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우선, 경영하는 디자이너.


이 말이 나에게 던지는 울림은 아직도 잔잔한 여파가 있을 정도로 컸다. 디자인 중심의 경영마인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익숙했지만 경영하는 디자이너라는 건 조금 낯설면서도 신선한 발상의 전환과 같았다.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첫 번째 물음. 그렇다. 나도 수시로 내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아마 모든 디자이너들이 맘속에 품어보았던 질문일 거라 확신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디자이너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


내가 10년 뒤에도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특성상, 이 잡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이 사람은 자신의 디자인 스킬을 직접 이용해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첫 사업은 전세금까지 빼야 할 정도로 보기 좋게 망했다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을 수 있는 시기. 그때 그의 아내는 아이에게 투자할 수 있는걸 남편에게 투자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아이가 원하는 걸 시켜줄 수 있는 능력 있는 아빠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조금은 멀리 내다본 아내의 내조이자 지혜다.

남편은 실무에서 많이 소진된 감각을 찾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고 디자인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 시간을 통해 그는 분명 더뎌보이는 성장을 인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사람은 배워야 한다.



모든 일의 시작은 '정의'부터!


의자는 무엇인가? 의자 = 앉는 것. 그렇다면 산속에 있는 큰 바위를 가져다가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해놓았다면 그것은 의자인가? 어쩌면 조금 특별한 의자를 디자인한 셈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의 시작은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라고 그는 말했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나 실전에 적용시키려면 어려울 수 있다.



나는 디자이너인가? 그렇다면 '무엇'을 디자인하는가?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라는 잡을 가진 사람들이(특히 지방일수록 더한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와는 점점 멀어져 가며 영혼 없는 찍어내기의 연속에 허우덕거리며 박봉에, 야근에 날로 지쳐가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화려한 아티스트나 소위 잘 나가는 작가들만 부러워하며 크리에이티브 노릇이나 하고 있기엔 하루하루 먹고살기 급급하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에만 승부를 걸어온 내공자이자 장인들에 분명하다. 남들과 비교하기 이전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정의'를 내려볼 필요가 있다. 조금은 길게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 디자인 사무실에 앉아 몸담고 있다고 해서 내가 디자이너라는 자아도취에 빠져있다가는 미래가 없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포트폴리오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브랜드화해보자. 5년 뒤, 10년 뒤에 내가 한 단계 뛰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실력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필수요, 이 사람이 가졌던 디자이너로서의 경영마인드처럼 나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다지고 있는 디자인 내공과 스킬이 훗날에도 절대적인 무기가 돼야 한다. 물론, 나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성립하면서 세월을 보냈을 때의 얘기다. 쉽게 말해, 평생 누군가의 밑에서 누군가의 디자인만 하다가 성장이 멈춘 채로 세월을 보낼 것이냐, 아니면 똑같은 일을 하며 똑같은 세월을 보내도 내가 훗날 다른 어떤 일을 할 때에 그 디자이너로서의 시간과 내공을 무기로 충분히 쓸 수 있게끔 세월을 보낼 것이냐. 디자이너는 내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회사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 디자이너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계속 디자이너다.



"내가 지금부터 피겨스케이팅을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미친 듯이 연습하면 피겨스케이터로서 김연아보다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한다면 평생 성공 근처에도 못가보고 끝날 것이다. 성공에 대한 정의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분명한 건 성공만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우리 삶은 너무 팍팍하다.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나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점점 변화되는 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생명력 짧은(?) 디자인 바닥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을 통해 내가 훗날 나만의 것을 맘껏 펼치기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이나 툴 다루기에만 너무 연연해서는 곤란하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른 이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그렇게 견문을 넓히며 시대의 흐름을 읽고 지금 당장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속도보다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때로는 느리게 가는 법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을 때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보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면 길을 잃어도 찾으면 그만이니까.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삶은 성공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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