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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깎이 Aug 18. 2018

아이들과 함께하는 휴가

엄마에게 가족 여행이란

고작 백일이 지난 둘째를 데리고 이번 여름 자잘하게 이 곳 저 곳을 다녔다. 아이 둘 데리고 여행하는 것, 엄청나게 고되다. 게다가 이제 백일 지난 아기를 차에 태워 다니는 건 참 무모하고 미안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았다. 엄마여서 좋았다.


교사이셨던 엄마와 자영업을 하시는 아빠 덕에,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체력이든)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 덕에 여름 방학 때마다 나와 내 동생은 참 이리저리 많이도 다녔다. 얼마나 많이 어디어디를 다녔는지는 당연히 기억이 안난다. 그저 너무나도 그리운 느낌만 남아있다. 막히는 고속도로, 시골 길, 밤 길을 다녔던 차 안에서의 나른한 느낌들과 여름 풀 향기, 계곡 소리 같은 것들이 얼마나 따뜻하게 남아있는지 아이 둘과 함께한 이 번 여름에 다시 느꼈다.


아이들과 남편과 차를 타고 꼬불꼬불 산으로 들어가 뜨겁지만 상쾌한 산 냄새를 맡았을 때는 꼭 어릴 적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리고 뒷 자리에 잠 들어 있는 두 아이를 봤을 때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아이들 둘의 짐을 챙기고 누구보다도 바지런을 떨며 전국 방방 곳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다녔던 우리 엄마도 나와 동생을 보며 이렇게 행복했을까. 당연히 그랬겠지.


가족과의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고맙다. 꼭 대단한 것을 보거나 경험하지 않아도 좋다. 사실 그런 건  사진 속에만 남는다. 지금 나에게 남은 건 밀리는 고속도로에서 뻥튀기를 가운데부터 파먹으며 낄낄대던 시간이고, 내 무릎에 동생을 누이고 자던 나른한 순간이고, 풀 냄새와 바다 소리이고, 오손도손 숙소 안에 자리 잡은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그런 시간들과 모습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남았으면 좋겠다.


모든 부모들이 이런 마음이겠지.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남겨주고 싶다는, 우리 가족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들. 내가 어릴 때는 나는 나 밖에 볼 수 없지만, 이제는 어릴 적 나와 어린 내 아이들을 함께 볼 수 있어 매번 마음이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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