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것인가 드러낼 것인가
이중생활을 한 지 이제 9개월 차에 접어든다.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다.
두 개 다 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는 학생이자 엄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셈이다.
대학원엔 공부하러 갔다.
그런데 공부를 못한다.
왜냐면 수업을 듣는 시간을 빼곤 난 애엄마여야 하니까.
과제고 발표고 어떻게든 하긴 하는데 공부는 못한다.
남들은 청강에 스터디에 도서관에서 맘껏 공부도 하고
원할 땐 언제든 전시를 볼 수 있는데(미술 관련학과에 다닌다),
나는 수업만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온다.
애 엄마니까.
학교 가는 동안 애를 봐주는 친정 엄마한테 엄청난 빚을 지면서 공부를 하는 중인데,
그 마저도 잘할 수 없고, 잘 되지 않으니 참 답답하고 속상하다.
이런 이중생활을 8개월간 어떻게든 견뎌왔는데,
며칠 전 팀 과제를 완전히 망쳐버리고서는 기운이 쭉 빠졌다.
이렇게 공부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가 과연 좋은 걸까.
욕심에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은 건 아닐까.
이렇게 꾸역꾸역 가는 게 맞는가.
힘들 때마다 어디에든
'저 사실 애 엄마예요'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다.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 마음속으로는 애 엄마라는 걸 핑계 삼고 싶다.
학과에 내가 애 엄마인걸 아는 친구가 몇 명일까.
내가 직접 말한 사람만 해도 얼추 5명은 넘으니까, 대략 이젠 다 알고 있을까?
학교 입학 전에는 절대로 절대로 애를 키운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애 엄마임을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데에 대한 변명으로 쓰게 될까 봐서.
그런데 지금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입학원서 쓰던 그때 그 마음과 열정을 되찾아야 할 텐데.
애 엄마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애 엄마임에도 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