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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깎이 Apr 25. 2017

욕심이 무섭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대체로 자기가 욕심이 많다는 걸 알 것이다.

적어도 나는 내 욕심이 끝도 없고, 분수도 모른다는 걸 안다.

근데 왜인지 육아에서만큼은 자신만만했던 것 같다.

아이에게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강요'하는 미디어 속 비판받는 부모들을

나도 함께 손가락질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안다.

내 미래를 위한, 나를 위한 욕심보다 더 크고 무서운 것이

자식을 향한 욕심이라는 것을.


왜 난 저런 욕심 많은 부모가 될 리 없다고 자신했던 것일까.

이런저런 사교육들에 아이를 찌들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아이의 외모를 위해서,

더 나은 식습관, 행동습관, 성격, 사회성, 감성, 지성............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것에까지 부모는 슬금슬금 손을 뻗치려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이를 위해서'라는 대단한 목적으로 자기 눈을 가린 채 말이다.


'아이를 위해서'와 '내 욕심' 간의 경계를 누가 칼로 무 자르듯 자를 수 있겠냐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부모는 이 사이에서 긴장해야만 한다.

혹시나 내 욕심이 아이를 그르치진 않을까,

혹은 그래도 여기까지는 내가 잡아주고 이끌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 끝이 없다.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나의 부모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고,

여전히 자식인 나의 경험들도 함께 돌이켜보면서 고민한다.

나를 그냥 가만히 두라고, 그냥 믿어줄 수 없겠느냐고 항의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서

내 아이를 그냥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동시에 자식에게 부모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함께 깨닫는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너무 어려웠고, 앞으로도 어렵겠지만

오늘은 이런 나에게 누군가가 해준 말에 조금은 위안을 얻는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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