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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r Oct 18. 2022

소화 불능 시대

보는 만큼 내 것으로 잘 소화하기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하고 마무리하나요?
나의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본다. 알람을 끄고 밤새 연락 온 사람은 없는지 카카오톡을 열어본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바로 인스타그램을 켜서 세상 사람들 구경을 시작한다. 1분 같은 5분 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머리를 말리거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동안 찰나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핸드폰을 다시 켜서 전날 보던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는다. 헤어드라이기 소리가 너무 커서 영상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설정에 들어가 한글 자막을 켜고 한국 콘텐츠에 한글 자막이 필요한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혼자 생각한다. 


집 밖을 나와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이동하는 시간에는 시사 관련 콘텐츠, 영화, 책 관련 콘텐츠를 주로 듣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화를 보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내가 요즘 고민하는 것들은 어떤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지 끊임없이 머릿속에 콘텐츠를 집어넣는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메일함을 확인한다. 구독한 뉴스레터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어떤 때는 뉴스레터만 5개를 읽어야 하는 아침이 있다. 처음 뉴스레터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는 모든 뉴스레터를 꼼꼼히 읽는 편이었다. 유용한 정보도 많았고 나한테 도움 되는 정보도 많다고 느꼈다. 이제는 관성의 흐름대로 마우스 휠을 몇 번 내리면 금방 끝이 난다. 맛있는 음식만 골라서 먹듯 기대가 되는 뉴스레터와 흥미가 떨어진 뉴스레터가 나눠졌다. 어렸을 땐 맛없게 느껴졌던 음식이 나이 들고 보니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언젠가 관심사, 흥미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 쉽게 구독취소는 누르지 못한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잠들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밥 먹고, 씻고 간단한 집안일을 하고 나면 어느새 9시가 넘을 때가 대부분이다. 잠들기 전까지 무엇을 할까? 하루 종일 밖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털어내고자 또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켜고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방 불을 훤히 켜놓고 잠이 든다. 



다들 그렇게 지내는 거 아닌가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면서 먹는 것, 입는 것만 좋은 것이 많아진 게 아니다. 보고 듣는 것도 좋은 게 너무나 많이 생겼고 늘 그렇듯 현대인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봐야 하는 콘텐츠가 있고 그냥 관심사여서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고 흥미가 없다가 새로 관심이 생긴 콘텐츠도 있고 또 사람들 다 아는 거 나만 모르면 섭섭하니까 봐야 하는 콘텐츠가 있다. 콘텐츠를 보는 것 외에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도 보내야 하고 새로운 관계를 쌓기 위해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또 맛집이나 카페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잠을 자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그만 채워 넣고 소화를 하고 싶어요 
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왠지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할 것 같고 유명한 곳은 다 가봐야 할 것 같은 이미지를 스스로 부여한다. 소화가 되지 않으면 먹는 양을 줄여야 하는데 쉽게 손에 들고 있는 음식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다. 짧은 스토리 광고에서도 괜찮아 보이는 제품이 있으면 캡처를 하고 지인들이 올리는 게시물을 보며 아 이런 게 새로 생겼구나~ 가봐야지 저장을 한다. 


소화를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ㅇ분 요약’ 콘텐츠가 다시 재생산되고 있다. 1시간이 넘는 드라마를 10분 요약, 긴 글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다시 짧게 요약하여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방법이 눈에 보이고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시 재생산된 콘텐츠를 볼 때도 많은데 그때마다 내가 제대로 콘텐츠를 이해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소화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음식을 먹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요약하고 편집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시선으로 다시 콘텐츠를 만든 것이라 원작자의 의도를 100% 담지는 못한다. 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소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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