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전부가 아닌 세상
인터널 브랜딩(내부 브랜딩)의 중요성
새해가 되고 제일 많이 들은 소식은 ‘경제가 어렵다’이다. 금리가 매일 변하고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을 뉴스에서 들으며 모두가 입을 모아 23년 경제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소식과 함께 붙어 다니는 또 하나의 얘기는 구인구직난. 경제가 어려우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구인난도 함께 생기는 것을 보면 경제 상황과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은 일할 사람을 뽑기 힘들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 힘들다. 이 둘의 사이에는 어떤 벽이 생긴 걸까.
젊은 사람들은 편한 일만 하려고 한다, 일하는 노동력 대비 높은 임금을 받고 싶어 한다, 회사는 나에게 1인분 이상의 일을 시키고 원한다 같은 얘기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둘의 입장 차이로 보인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 외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을 하지 않는 태도 ‘조용한 퇴사’가 새로운 키워드로 꼽힌 것도 구인구직난의 연장선이다.
어느 한쪽의 말이 맞다고 손을 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얽혀 지금의 문제가 생겼고 누가 맞고 틀렸는지 시시비비를 가르는 것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생각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젊은 세대로 대변되는 MZ세대는 회사 근속기간과 이직하는 텀이 짧다. 기성세대는 이 상황을 팔짱 끼고 제일 안 좋게 바라본다. 기껏 일 년 동안 가르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놨더니 나갈 생각부터 한다고.
구직자로, MZ세대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평균 임금 격차를 줄이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교과서적인 해결책이 가장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실천하기 가장 어렵다는 점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추가적으로 돈을 사용하는 해결책은 쉽게 할 수 없다.
그런데 MZ세대는 ‘돈’이면 정말 좋은 회사라고 생각할까?
아니오.
첫 단추부터 구멍을 잘못 찾았다. 이러니까 생각의 격차가 도무지 좁혀지지 않을 수밖에.
급여가 아니라 인터널 브랜딩(내부 브랜딩)에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한다. 브랜딩이 소비자에게 보이는 제품, 서비스를 하나의 이미지,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고 인터널 브랜딩은 이와 반대로 내부 구성원들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 회사를 떠올렸을 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이미지를 포함한다.
회사를 선택할 때 젊은 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설문조사 답변을 보면 수평적인 관계, 업무의 자율성, 조직에 기여하는 성취감, 사내 복지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것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 것이 인터널 브랜딩이다.
인터널 브랜딩에 돈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조직 문화를 바꾸고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은 당연히 발생한다. 하지만 구성원의 임금을 높이는 것보다는 적게 들어가고 효과는 확실하다. 그리고 제일 어려운 방법이다.
브랜딩은 매출에 기여하는 요소라도 있지 인터널 브랜딩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왜 해야 하냐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흔히 브랜딩을 브랜드를 열렬히 지지하는 팬을 만드는 것으로 표현하는데 그 팬을 내부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 브랜드의 충성 지지자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여러 사람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인터널 브랜딩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경험했던 여러 조직 중 인터널 브랜딩에 신경 쓰고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인터널 브랜딩을 표현하는 여러 키워드 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장’과 ‘신뢰’다. 조직이 나를 신뢰한다는 게 느껴지자 근무 시간과 상관없이 몰입하여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시간들이 쌓이면서 회사와 내가 동시에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인터널 브랜딩, 거창해 보이지만 작은 것 부터 시작할 수 있다.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주고 함께 성장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아, 물론 구성원은 자율성을 악용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