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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r Feb 07. 2023

토끼가 세상을 정복한다

계묘년 마케팅과 브랜딩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별로 먹어야 하는 제철음식, 절기와 관련된 생활 방식이 있다. 제철과일로 예를 들면 봄에는 딸기 (요즘은 딸기가 늦겨울-초봄에 나오긴 하지만) 여름엔 수박 가을엔 단감 겨울엔 귤이 있다. 음력 8월 보름에 쇠는 추석, 봄과 겨울이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말할 때도 입춘과 입동을 기준으로 얘기한다. 


특정 계절이 되면 먹는 것, 보는 것, 입는 것이 달라진다. 많은 기업들은 이 시기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 굵직하게 나뉘는 사계절 안에서도 설, 추석과 같이 한국인이라면 꼭 챙겨야 하는 큰 명절이 있고 화이트데이,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알고 보면 해외에서 유래한 기념일까지 챙기다 보면 달마다 챙겨야 하는 이벤트가 많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을엔 독서의 계절처럼 기념일과 상관없이 달(月)이 갖고 있는 확실한 이미지도 많이 있어 마케팅으로 엮어내려면(?) 엮어낼 거리들이 차고 넘친다. 빼빼로 데이가 마케팅 상술이라고 말하면서도 다들 하나씩은 사는 걸 보면 소비자가 마케팅의 일환인걸 알고 있더라도 소비할 수 있는 충분한 맥락이 있다면 상관없는 게 아닐까?


최근 1~2년 동안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이 많이 나왔다. 잔망루피, 최고심, 밸리곰 등의 캐릭터가 온라인 밈과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콜라보레이션 상품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젊은 세대들이 캐릭터 상품을 좋아한다는 성공 사례들이 하나의 공식처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2023년 초에는 유독 계묘년을 키워드로 한 마케팅 상품들이 많이 보였다. 

위에 사진 말고도 더 많은 계묘년 상품들이 있습니다 


계묘년 마케팅 상품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토끼를 모티브로 그래픽을 새로 만들어 상품에 적용하거나, 둘째 기존에 있던 토끼 캐릭터 라이센스를 활용하여 새 제품을 만든다. 익숙한 캐릭터부터 추억 속에만 존재했던 캐릭터가 다 나오면서 온 세상이 토끼로 가득 찼다. 그중에는 사고 싶은 상품도 있고 굳이 계묘년 마케팅을 해야 했을까 싶은 상품도 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토끼로 표현하는 이미지가 상충될 때 '이걸 N년 뒤에도 쓸 수 있을까?', '이 상품이랑 토끼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스토리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캐릭터가 서로 다른 브랜드의 상품에 자주 등장할 때도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 라이센스를 활용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를 떠올려보면 라이센스를 관리하는 것도 브랜딩의 일부였다. 많은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여 소비자에게 많이 노출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캐릭터 브랜드에도, 콜라보를 한 브랜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정 시기와 관련된 상품은 ‘한정판’의 성격을 갖고 출시되는데 같은 캐릭터가 여기저기 사용되면 한정판의 성격이 떨어진다.


 임인년이었던 2022년은 호랑이와 관련된 마케팅을 많이 보지 못했다. 호랑이와 토끼가 갖고 있는 이미지의 차이 인지, 캐릭터가 유행하는 트렌드 때문인지는 2024년 용의 해가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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