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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r Mar 05. 2023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공유'보다 '기록'을 '이미지'보다 '실재'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은 이제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2010년에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행복지수가 1위였는데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조사한 결과에서는 행복지수가 많이 떨어졌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로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부탄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낮아졌다는 카더라식의 얘기만이 이유를 설명해 준다.


확실히 SNS가 등장하면서 비교 대상이 늘어났다. 유명한 연예인,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의 일상, 어제도 만났던 친구부터 같은 학교를 졸업했지만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친구의 일상까지 다양한 자극체가 나의 일상으로 들어왔다. 좋고 나쁨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에 SNS를 볼 때마다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 아침에는 하루를 알차게 사는 ‘갓생’의 일상을 보며 나는 요즘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 회의감이 들었고 점심에는 친구가 올린 자신의 업무영역에서 일을 잘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가 전혀 관심 없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질투가 났다. 막상 그 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녁에는 맛있는 걸 먹으러 간 다른 친구의 모습을 보고 다들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나는 어디에 속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에 잠긴다. 이내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이 올라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는 계급 사회보다 계층 사회에 더 가깝다. 경제적 부를 기준으로 사람들의 삶을 서열화하는 계급과 달리 계층은 부, 지위, 권력 다양한 요소로 나뉜다. 원래도 계층은 계급보다 다양했다. 다만 우리가 현실적으로 체감하게 된 이유는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여러 계층이 SNS 등장으로 이미지화되어 시각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크게 차이나는 두 사람이 다른 계층에서는 얼추 비슷한 것처럼 꾸며낼 수 있다. 한 번쯤은 사람들이 말하는 ‘핫플’에 가서 맛있는 걸 먹고 멋진 인증샷을 남긴다. 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여러 번의 경유와 저가항공을 선택해서 그럴싸한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일회적이고 현실보다 이미지에 가깝기 때문에 SNS에 나오는 이미지를 쫓을수록 공허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SNS를 안 하면 되지 않을까? ‘SNS는 시간 낭비다’ 퍼거슨 감독이 남긴 말 한마디는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하나의 밈(meme)이 되었다. SNS를 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계정만 만들고 다른 계정을 보는 사람은 있을지라도 SNS 계정조차 없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현시대에서 SNS는 소셜 네트워크 이상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맛집 찾기, 상품 후기 같은 웹사이트에서 하던 정보검색을 SNS에서 하고 있다. 업로드되는 이미지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카드뉴스 형태의 텍스트로만 이뤄진 이미지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쇼핑기능과 짧은 영상기능이 더해지면서 사진만 올리던 SNS는 하나의 거대한 웹사이트 이상의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산업들이 생겨났고 대부분의 산업에서 SNS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SNS 업로드를 하지 않지만 계정은 갖고 있는 사람들 역시 SNS의 영향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게 된 경우가 많다.


SNS가 처음 생겼을 때의 기능을 키워드로 꼽아보면 ‘기록’과 ‘공유’가 있다. 나의 일상, 생각,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다양한 관심사를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 평소 우리는 기록보다 공유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SNS를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이미지를 쫓는다. 그게 나의 현실과 떨어져 있더라도 SNS에 업로드한 이미지가 나를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더욱 멋져 보이는 것 소위 ‘핫한’ 이미지를 쫓게 된다.


허상을 떨쳐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공유가 아니라 기록에 집중하는 것.
기록하지 않으면 쉽게 잊히는 것이 많다. 어렸을 때 사진이 가득한 사진첩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내가 지내온 시간이지만 나의 기억 속에 없는 순간을 사진을 통해 다시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을 포착하고 업로드하여 기록으로 남기자.


두 번째 허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진짜 나의 모습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것.
알고리즘,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타인의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는 포인트가 다를 것이다. 내가 부러움을 느꼈던 경우는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마주 했을 때다. 열심히 운동하여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몸매를 가졌거나, 나와 직업이 다르지만 그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거나, 자신의 업을 열심히 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다른 능력을 기르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나도 썩 괜찮게 살아왔음에도 지난 삶을 후회하게 된다. 이런 기분을 떨쳐내기 위한 해결책은 나도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계획이나 실행하는 과정을 SNS에 기록으로 남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는다. 작심삼일로 조금씩 해이해지면 관련 SNS를 보고 다시 동기부여 땔감을 스스로 넣어준다.


이렇게 하면 SNS 밖 현실 세계에서도 우리는 절망을 맞이할 순간이 조금은 적어지지 않을까.   



*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글의 제목과 동일한 책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때문에 내가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스타그램을 끊어볼까도 고민했는데 쉽지 않더군요. 왜 이런 생각의 고리가 이어질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생각의 내용은 위에 쓴 글이고요.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

이미지를 쫓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책입니다. 당장 적용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삶에 빗대어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것을 멈출 수 있게 해 줍니다. 첫 번째 책보다는 조금 어려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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