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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r May 07. 2023

고유의 스타일과 대중성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브랜딩

벼르고 벼르던 영화 <킬링 로맨스>를 봤다. 영화를 보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이렇게나 생각을 오래 하고 고민하는 편이 아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극장 멤버십 등급 VVIP를 유지한 씨네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극장 개봉작이 점점 줄어들고 서로 경쟁하듯 대형 극장 브랜드에서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영화표 값이 만원 중반에 이르렀다. 내가 지불한 돈값에 적합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때부터였나, 다른 사람들의 관람 후기를 자세히 보게 되었던 게.


킬링 로맨스 예고편은 너무 재미있었다. 현생이 너무 복잡해서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개봉을 하면 보러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 이게 웬걸 사람들의 후기가 너무 극과 극으로 나눠졌다. B급도 아니고 C급에 가까운 영화라고 심지어 내가 즐겨 가는 극장에서는 영화가 내려갔다. 나중에 OTT 플랫폼에 올라오면 한 번 봐야지 마음을 접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화 관람권을 선물 받았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두 개의 영화관이 함께 있는데 킬링 로맨스가 상영하는 극장의 관람권이었다. 이건 이 영화를 보라는 신의 계시일 거야. 마침 SNS에서도 간헐적으로 지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후기를 남겼다. 재미가 있든, 없든 대체 불가능한 스타일이라길래 고민을 끝내고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똥인지 된장인지는 내가 직접 경험해 봐야 아는 거니까.

상영관에는 10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 영화를 볼 때 진짜 웃겨서 웃었던 부분도 있었고 어이없어서 하 참… 피식 웃게 되는 장면도 많았다. 어이가 없는 부분이 더 많았는데 그때마다 블루투스로 동기화된 것처럼 내 근처에 앉은 분도 함께 실소를 하고 있었다. 기대가 전혀 없어서 그런가 내 관람 후기는 잇츠귯~! 컨셉이 신선하고 확실해서 한 번쯤 보는 걸 좋은 경험으로 남길 수 있는 영화였다. 덕분에 그만큼 호불호도 쎈 영화로 남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생각할 포인트가 하나라도 있다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킬링 로맨스는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쉽게 느껴졌고 포장(연출)을 B급 감성으로 풀어냈을 뿐 사회적 문제인 가스라이팅과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다. 몇몇 사람들은 이원석 감독의 전작 <남자 사용 설명서>를 언급하면서 같은 B급 감성이어도 이 작품이 더 좋았다고 말한다. 감독은 다른 연출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B급 감성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연출이었다면 호불호가 적고 대중성과 상업성을 갖춘 영화를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정답은 ‘고유의 스타일’에 있다. 고유의 스타일(아이덴티티)과 대중성은 함께 가기 어려운 영역이다. 고유의 스타일을 버리고 대중성을 선택하면 영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그로 인해 손익 분기점을 쉽게 넘을 수도 있다. 감히 추측해 보건대 감독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고 믿는다.

꼭 영화감독이 아니어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우리는 자주 노출된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업에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일 것이다. 브랜드를 기획하는 기획자, 사람들에게 알리는 마케터,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게 하는 디자이너, 이 모든 걸 총괄하고 운영하는 기업의 대표 등.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선택하지 않은 영역이 생각나고 두 가지를 다 공략하겠다고 어설프게 가다 보면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이 약해진다. 참 어렵다.




https://youtu.be/lNW1TvpM3hE



https://youtu.be/jzYfQs_WLXs

여래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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