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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Jan 16. 2022

281,2

마음의 만년설 in jeju

한라산 주위를 가득 에워싸고 있던 구름들이 걷히고 이틀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겨울의 제주에서 섬의 중심을 바라보면 어디서든 눈 쌓인 한라산 정상을 볼 수 있을 거란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자신이 생각나 속으로 혼자 웃었다. 다시 나타난 한라산의 정상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 잠시 동안 바람을 맞으며 산에게 시선을 두었다. 눈을 품은 맑고 청량한 그 광경은 마치 헉헉대며 도착한 산 정상에서 마시는 얼음을 띄운 생수 한 컵 같은 후련함을 느끼게 했다.



얼음 알갱이를 차곡차곡 입은 한라산은 그 전과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눈은 산을 전체로 놓고 보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요소지만, 산을 구성하는 수많은 동식물들에게는 시련의 대상이다. 특히 눈이 펑펑 내리고 바람까지 불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분간이 가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눈이 그치고 눈 쌓인 산을 바라보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개중엔 눈과 바람에 부러지고 뽑힌 것들도 있지만, 그 시련을 견딘 것들은 눈을 품어 새로운 창조물이 된 마냥 색다른 아름다움을 끌어안는다.


사람에게도 눈구름, 비바 람이 지나가는 계절이 있다. 피할 수 없는 그 혹독한 계절을 지나고 나면 그들이 남긴 흔적을 가득 품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나서게 된다. 가끔은 마음에 내린 눈이 만년설이 되어 접근 금지의 영역이 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러나 그 깊은 내면의 자신은 늘 그대로 이기에 눈을 녹여주면 다시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그리워했던 그 사람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쌓인 눈을 녹일 시간을 갖자.

마음의 만년설을 서로의 체온으로 녹여주자.



오늘의 걸음 +14891

달라진 점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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