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햇살 좋은 오후에 마리를 만났다. 마리는 여전히 첫 마주침에서는 나를 경계한다. 그러나 '마리~' 하고 부드럽게 불러주고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면 고양이의 길을 따라 쫒아온다. 마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으로 재미있다. 움직이는 작은 새와 곤충을 쫒는 마리의 눈과 움직임, 햇볕이 잘 드는 기울어진 나무에 기대어 큰 털 뭉치가 된 모양, 내 근처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짧은 낮잠을 자는 모습. 모두 지그시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눈을 질끈 감게 하는 행동들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마리가 무엇인가 유심히 관찰하고 살금살금 다가가는 모양을 좋아한다. 요즘 마리의 주의를 끄는 친구는 단연 딱새이다. 정확히 그중에서 수컷 딱새이다. 보통 새들은 수컷이 암컷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공작을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수컷 공작은 엄청난 꼬리깃을 가지고 있다. 수컷 딱새도 암컷에 비해 색이 화려하다. 그리고 딱새 수컷의 노래는 아름답다. 봄날 따뜻한 햇살 아래 듣고 있으면 마음이 가볍고 평화로워지는 음악이다. 암컷에게 하는 프러포즈이기 때문일까? 달달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딱새 암컷과 수컷, illustration by KJA
어쨌든 오늘도 마리는 수컷 딱새의 노래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한참을 노려보는 귀여움을 보여주었다. 귀여움이란 내가 상대에 대해 잘 모를 때 발생하는 감정인 것 같다. 내가 정말 속속들이 알고 있는 존재에 대해 귀여워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귀여움이란 알 수 없는 상상의 영역을 간지러움으로 채웠을 때 발현되는 것 같다. 가끔 아이의 우는 모습조차도 귀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느끼는 비애를 안다면 마냥 귀여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마리의 사냥 본능의 마지막을 보았다면 과연 지금처럼 귀여워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니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나는 마리가 몸을 웅크리고 튀어나갈 준비를 하면 늘 이런 생각을 했다. '마리, 어차피 못 잡을 거잖아! 귀여워!' 나는 사실 못 잡을 거라는 예상이 아니라 잡지 말라는 주문을 걸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간식을 다 먹은 마리는 낮잠을 잤다. 새 하얀 마리의 눈에 까만 눈곱도 때 주고 싶고 콧구멍에 자리 잡은 까망이들도 떼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간격을 유지한 채 그녀에게 여느 때와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만을 했다. 눈꼽을 정리하고 면봉으로 코에 까망이들을 물리치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여전히 마리는 대답이 없었지만 마리의 주변을 감싸는 햇살과 바람이 오늘의 대답을 대신해주었다. 중요한 질문을 했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마리가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가볍게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마리 귀여운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마리, 늘 오늘의 마리로 남아줄래? 우쥬?
#오늘의마리